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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90. 여신의 오만

by 린멜 2020. 1. 12.


90. 여신의 오만






"제게 요청인가요? 오늘은 스즈시로 씨와 휴우가 씨,  그리고 아가츠마 씨가 정부에 대기중일거라 기억하는데요……"



날에 따라 다르지만, 십화의 멤버는 항상 세 명 정도 정부 내에서 대기하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거물이 나왔다는 뉴스도 없었기 때문에, 그 세 사람이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츠구미는 알 수 없었다.



"……하가쿠레 씨는, 이쓰쿠시마에 세 여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그런 이나바의 물음에, 츠구미는 무나카타 3여신이 떠올랐다.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가 서약을 할 때, 아마테라스가 깨물어 부순 검에서 태어난 여신들이다.



"네. 아마테라스 님과 스사노오 님과의 서약 과정에서 태어난 여신님 말씀이시죠? 그게 어떻다는 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되묻자, 이나바는 몹시 미안한 듯 이야기했다.



"이번 일로 이쓰쿠시마의 관계자에게 연락했더니, 그 여신님들에게서 신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기를,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외국의 신을 섬기는 무녀 따위에게 이 이쓰쿠시마를 유린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우기는 바람에…… 타협안으로서, 격이 높은 신과 계약하고 있는 마법소녀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신기성에 있는 사람에게 확인을 했더니, 십화 중에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토노 씨나 하가쿠레 씨 정도밖에 없다고 해서……"



――즉 그건, 현세에 내려와 있는 무나카타 3여신이 정부에 억지를 부리고 있다 는 것일까. ……힘이 센 신은 정부에 대해 귀찮은 요구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과연 그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토노 씨는 분명, 오늘과 내일은 제사라고 했었죠."


"네, 그렇습니다. 저희 마수대책실은, 그런 웃기지도 않는 요구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만, 상층부에의 명령도 있어, 부득이하게 하가쿠레 씨에게 연락을 드린 것입니다. 어떠신가요? 하가쿠레 씨의 형편도 있기에, 무리하게 밀어붙이진 않겠습니다만 한 번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나바도 이번 요청은 본의 아닌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상층부는, 아마테라스에 연이은 신인 3여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마음은 알지만, 휘말리는 측은 민폐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강제가 아니라면 거절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이 상태라면, 거절한다 해도 특별한 페널티 같은건 없을 것 같다.


츠구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벨을 보자, 벨은 불쾌함을 숨기지도 않고 혀를 찼다.



"아마테라스에 연이은 여신인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꽤나 들떠있는 모양이로군. 한번 새장(보금자리)을 마수에게 파괴되어보아야 정신 차리지 않을까?"



하지만, 라고 벨은 이어 말했다.



"이번에는 요청을 받아들여라. 아무래도 분수도 모르는 애송이들에게, 격의 차이를 보여줘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흉계를 꾸미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리면서, 벨은 츠구미에게 그렇게 명령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지만, 벨을 거스를 이유도 없기에 츠구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처럼 숨을 내쉬고, 단말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나바 씨. 그 요청, 받겠습니다. ――아무래도 제 신 님이 내키시는 것 같으니."


"정말이신가요!? 다행이에요, 서둘러 좌표 데이터를 보내겠습니다. 바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규칙상, 후순위로 십화의 누군가를 파견할 예정입니다만, 하가쿠레 씨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니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이나바는 안심한 듯 감사를 표하고, 현지에서 만나는 인원이나 서포트 등을 설명한 뒤, 통화를 끊었다.



츠구미는 빛이 꺼진 단말을 내려놓고, 왼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잘은 말할 수 없지만, 꽤 귀찮은 일에 휘말린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B급의 이레귤러인가. ……조심해야겠는걸."



A급의 라돈과 같은 경우도 있는가 하면, 히츠기의 몸을 빼앗은 B급의 경우도 있다. 이번 이레귤러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심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난 몇 달간, 십화로 정부에 나가게 된 이후 몇 번이나 시뮬레이터로 강한 마수와 싸워 왔다. 어느 정도의 전투 패턴을 소화해가며 자신감은 붙었지만, 그래도 불안은 남아있다.



――하지만, 벨은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츠구미에게 싸우라 말했다. 그것은 분명, 츠구미가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 믿음에는 반드시 보답해 주어야 한다.



"츠구미. 네놈은 먼저 이쓰쿠시마로 향하도록. 나는 조금 볼일이 생겼다. 뭐, 걱정하지 않아도 뒤따라 갈 테니. 신경 쓰지 말도록."


"그건 딱히 상관 없는데, 대체 뭘 할 생각이야?"



츠구미가 의아한 듯 묻자, 벨은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흔들며, 읊듯이 말했다.



"세 발 까마귀에게 잠깐 협상을 하러 갈 뿐이다. 기대하도록."






◆◆◆






――이나바의 연락을 받고 30분 후. 마법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츠구미는, 이쓰쿠시마에 있는 신사 배전에서 히로시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과 관광객 대부분은 임시 페리보트로 섬에서 피난을 시작했으며, 마수의 출현 예측 지역인 신사 부근에는 츠구미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그런걸, 잘도 허가를 받았구나."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한숨을 내쉬며 양 손을 비볐다.



경내 앞바다에 서 있는 붉은 기둥문. 그 옆에 그는 서 있었다.



기둥문의 10배는 되어보이는 몸을 한 흑표범――그 등에는 잠자리처럼 투명한 여섯개의 날개가 나 있다. 머리에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왕관을 쓰고,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런 무서운 모습을 한 생물은, 낮은 포효를 지르며 츠구미가 있는 장소――이쓰쿠시마 신사를 노려보고 있다.



"벨 님도 뭐랄까, 그, 정말로 무섭네. 여기까지 살을 찌르는 듯한 위압감이 전해지는데요……"



소름끼치는 중후한 신위와, 그에 비례해 벨을 중심으로 물결치는 수면. 벨의 그 모습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악마(신) 그 자체였다. 벨과 계약하고 있는 츠구미이기에 닭살 정도로 끝나지만, 이 적의를 똑바로 마주보고 있는 자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츠구미와 헤어진 벨은, 정부에서 아마테라스의 권속인 야타가라스와 협상해, 일시적 신위 해방의 허가를 받았다. 그것은 아마테라스의 위세를 업은 3여신의 폭주――그 처분의 측면도 포함된다. 비교적 간단히 허가가 내려진 것은, 야타가라스에게도 생각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제한이 있긴 하지만, 벨은 결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강화 상태로 기둥문 옆에 서 있었다. 과연 이 모습을 인간이 본다면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적성을 가진 자에게만 보이게 되어 있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 무서운 것이 땅에 내려왔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땅에 있는 신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츠구미는 등 뒤의 본전에서, 겁먹은 듯한 기색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무나카타 3여신은, 길이나 항해 등을 관장하는 싸움과는 무관한 신이다. 벨――폭풍과 치수를 관장하는 사나운 신과는 궁합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조금 제멋대로인 말을 하려고 했던 것 뿐이겠지만, 솔직히 상대가 너무 나빴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들이 파견을 희망한 『격이 높은 신』이라는 것은, 자존심이 강하다. 비록 요청을 받은 것이 츠구미가 아니었더라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뭐, 인간에게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려나. 신에게는 신의 도리가 있는거니까. ……하지만 과하면 안 된다구요. 저도 나중에 벨 님에게도 제대로 말해둘테니까요."



그렇게 타이르듯 뒤를 향해 말을 걸고, 츠구미는 가랑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벼운 햇살이 비치고 있고, 멀리 무지개가 보인다.


정부 인원과 후방 마법소녀――휴우가는 인근 항구에 대기하고 있고, 만약 츠구미가 질 경우 바로 대응해 줄 것이다.



――휴우가와 『하가쿠레 사쿠라』의 관계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친하게 지내던 마법소녀――히츠기의 은퇴로 생각하는 바가 있는걸지도 모른다.


싫은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쑥스러움 정도의 것이기에 신경 쓰지는 않는다. 정부의 직원이나 다른 마법소녀들도, 「휴우가 씨가 상당히 유해졌다」고 소문날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이쓰쿠시마로 떠나기 전에 휴우가에게 인사하러 갔을 때는, 일부러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나온것을 꾸짖으면서도, 츠구미를 걱정하는 듯한 말을 던지고 있었다. 휴우가는 그녀 나름대로 츠구미를 걱정하는 것이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행복하다.


정부 직원들은 모두 호의적이고, 다른 마법소녀들의 질투도 생각 이상으로 적다. 십화 살마들은, 사람과의 교류가 적은 츠구미에게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걸어준다. 그럴 때마다, 서서히 따뜻한 것이 가슴에 퍼져 간다. 그것이 기분 좋기도 했고, 불안하기도 했다.



――예전에 라돈과 싸웠을 때보다도, 훨씬 짊어져야 할 것이 늘어난 것 같았다.


옛날에는 치도리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츠구미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힘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기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말한 츠구미는, 결의를 다지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무지개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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