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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88. 『시카바네 사쿠라』

by 린멜 2020. 1. 6.


88. 『시카바네 사쿠라』






사진을 보고 동요하는 츠구미에게, 히고로모가 조용히 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네. ――부디 아는게 있으면 이야기 해 주지 않겠나. 이건 중요한 일이야."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는 히고로모에게, 츠구미는 자기도모르게 눈을 돌리고 말았다.


딱히 켕기는 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진의 소녀――『사쿠라 누나』에 대해 히고로모에게 말하는 것은, 어쩐지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전에 유키타카에게 사진을 받았을 때부터, 조금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옷차림에 대한 것이다.



이 나라의 정점에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군림하고 있다. 그렇기에 신에게 인정받은 자――무녀라는 존재의 계급은 높기에, 제대로 된 자격이 없다면 무녀라고 이름을 대는 것 조차 허영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자격을 얻는 것은, 토노 스미레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의무 교육 종료 이후――16살 이상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사진에 찍힌 소녀는 아무리 봐도 중학생 정도의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것일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키타카에게 받은 많은 사람들이 섬기고 있는 사진을 포함하여 생각하면, 그녀에게는 뒤가 구린 사정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해 버린다.



꿈속에서 만난 다정한 『사쿠라 누나』와, 사진의 소녀에게서 받는 불온한 인상의 차이. 그 갭을, 츠구미 자신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히고로모 씨는, 이 사람을 알고 계신건가요?"



고개를 숙이면서, 츠구미는 그렇게 물었다. 츠구미가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어째서 히고로모는 『사쿠라 누나』를 알려고 하는 것일까? 라는 점이었다.


……일부러 이 흐름에서 사진을 꺼내왔다는 것은, 대화재에 관련되어 있는 것은 우선 틀림없을 것이다.


술렁술렁하고 가슴이 동요한다. ……싫은 예감은,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질문에 질분으로 답하는건 어떨까 싶지만. 뭐,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봐도 좋아."



히고로모는 냉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 단계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쪽부터 파고드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아마도 『사쿠라』라는 이름일 거에요. 한자는 모르겠지만……"


"헤에, 역시 기억하고 있는건가?"


"뭔가 자세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막연히 그런 이름이었다는 생각이 들 뿐. ……전 이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사쿠라라는 이름이, 정말로 맞는지 아닌지조차 몰라요. ――저는, 그게 매우 슬퍼요."



츠구미는, 조용히 그렇게 대답했다.


결국, 츠구미는 『사쿠라 누나』에 대해 무엇 하나 모르는 것이다. 꿈에서 만나거나, 생명의 위기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그녀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츠구미 자신은 그녀에게 혈연임을 느끼고 있지만, 진짜 혈연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다. 유일하게 아는 것은, 그녀가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뿐. 그것 뿐이다.



얼굴을 든 츠구미는 지긋이 히고로모를 바라보며, 결의를 담아 입을 열었다.



"하고로모 씨, 제발 가르쳐주세요. 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녀와 저는, 어떤 관계였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츠구미는 매달리듯 말했다.


츠구미가 계속 추구해오던 답을, 히고로모는 분명 알고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에 유력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모양새따위는 신경쓸 수 없었다.



그리고 츠구미가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대면에서 큰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고개 들어줘. 난 딱히 널 괴롭히러 온게 아니야. ……그건그렇고, 정말로 기억이 없는건가. 기대가 빗나갔군."



히고로모는 불평하듯 그렇게 말하고는, 몇 장의 서류를 츠구미의 눈 앞에 내밀었다.



"말하기 전에, 몇가지 지켜줘야 할 조건이 있다."


"이건?"


"계약서다. 대화재에 관련된 사안은 기본적으로 비닉사항이기 때문에말이야. 본래대로라면 일반인인 네게 정보를 말해줄 수 없어. ――그렇기에 널 내 협력자로서 정부에 보고하려고 한다. 자세한 것은 그 서류에 적혀있으니까, 한번 읽어봐. 그리고, 이것도 간이긴 하지만 열거한건 정부의 서류니까. 서약의 주문이 걸려있어. 계약을 어기면 바로 알 수 있지."



히고로모가 그렇게 재촉했고, 츠구미는 서류를 집어들었다. 그 계약서는 까다로운 언어부터 시작해, 얻은 정보의 비밀 엄수 의무나, 제약을 어겼을 경우의 처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향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금칙사항이 있다니,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그 대화재는 상당한 액 자료인 것 같다.


――그런 귀찮은 일에, 사쿠라 누나는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있는것일까. 불안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몇 분 걸려 서류의 내용을 확인한 츠구미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서류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 히고로모는 기입이 끝난 서류를 받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츠구미를 보았다.



"결심한 모양이네. ……확실히 말해서, 넌 이 말을 들으면 충격받을거라 생각해. 그래도 괜찮겠나?"


"네, 각오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포기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쉰 히고로모는, 파일의 한가운데 정도의 장을 열고, 가볍게 손가락을 찔렀다.



"네가 『사쿠라 누나』라고 부르는 소녀의 본명은, 시카바네 사쿠라라고 한다. 어느 종교단체의 운영자의 외동딸이었던 아이지. 유감이지만, 너와, 네 쌍둥이 누나는 시카바네의 호적상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자, 잠깐만요. 그럼, 저와 치도리는 사쿠라 누나의 남매(가족)이 아닌건가요?"



츠구미는 히고로모의 그 설명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츠구미와 치도리의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치도리는 그렇다 쳐도, 츠구미 쪽은 이렇게 그녀와 닮았는데.



츠구미가 당황하며 그렇게 묻자, 히고로모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군. 다만 그녀가 소속된 종교단체는 상당히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이유로, 태어난 아이를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 실제로, 모은 자료 중에는 시카바네 사쿠라와 닮은 소년――아마도 네 모습이 담긴 사진도 남아 있다. 너와 그녀에게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틀림없을테지.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너를 보러 온 건 그 건에 대해 확인화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넌 기억을 잃었지. 이러면 이제 방법이 없어. 내가 조사한 바로는, 시카바네에 관련된 혈연자들은 이미 전부 대화재보다도 전에 죽었더군. DNA감정도 불가능한 이상, 진상은 어둠 속이로군."


"그런가요…… 저기, 떳떳하지 못하다는건 대체 어떤 일을……"



츠구미가 망설이며 그렇게 묻자, 히고로모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부가 파악하기로는, 그 종교단체――『여명의 별』에서는 어떠한 마도 실험이 행해지고 있었다고 보고 있어. 당시 14살이었던 시카바네 사쿠라는, 겉으로는 나오지 않은 부모 대신, 교주로서 단체의 장으로 군림했다. 그녀는 정황증거로 보아, 대화재 발생의 중요 참고인으로 여겨지고 있어. ……나이로 보면, 뒤에서 어른이 뒤에서 수를 썼다는 것은 명백한데 말이지."



자료를 읽어가며 알려주는 히고로모에게, 츠구미는 초조하면서도 목소리를 키웠다. 정보량의 많음에 혼란이 오긴 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야만 하는 말이 있었다.



"그 대화재의 원인이, 사쿠라 누나에게 있다는건가요? ……그런 바보같은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츠구미의 눈꺼풀 뒤에 떠오르는 하얀 소녀――사쿠라 누나는 자애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도시를 멸망시켜 버리는, 위험한 연구와는 아무래도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측의 견식이다. 모든것이 불타버린 지금으로서는 추측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상황으로 보아도 그 대화재에 시카바네 사쿠라가 관련되어 있음이 틀림없어. ……그래서 가혹한 이야기가 될 고라고 했지."



――모든것이 불탔다. 그 말의 의미를 헤아려, 츠구미는 눈을 내리깔았따.



"……사쿠라 누나는, 그 대화재 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그 후의 발자취도 찾을 수 없을뿐더러, 그녀가 있던 장소가 발화점――이라기보다는 폭심지였으니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정도의 불이라면 불타 죽는것은 피할 수 없었겠지. 우선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명해. ……나로서는, 어째서 너희 남매가 상처하나 없이 살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지만, 뭐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 이 이상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까."



히고로모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테이블의 서류를 치우기 시작했다. 어딜 봐도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자, 잠시만요. 저는 아직 듣고싶은게……!"



대화재는 대체 무엇에 의해 야기된 것인가. 츠구미가 아닌, 치도리의 사진은 발견되었는가. 아직 질문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츠구미가 필사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히고로모는 거절하듯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자세한 것은 그 파일에 적혀있어. 나중에 돌아간 뒤 차분히 보는게 좋아. 어차피 지금 네 정신상태로는, 이 이상의 설명은 쓸모없게 돼. 스스로 눈치는 챘나? 안색이 새파랗다고?"



히고로모는 그렇게 말하고, 방금 전까지 열려있던 파일을 츠구미에게 건내주었다. 츠구미는 그것을 받으면서, 물고 늘어지듯 말했다.



"히고로모 씨, 하지만 전……"


"오늘은 이제 그만해. 다음 기회는 제대로 준비할테니까말야. ――자, 이건 내 개인 연락처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해도 좋아."



히고로모는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고, 검은 가죽 수첩을 한 장 찢어, 전화번호를 적었다. 그것을 조금 전의 파일과 함께 츠구미에게 건내주면서, 히고로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만약 과거의 기억에 대해 뭔가 떠오르는게 있다면, 가장 먼저 내게 연락해 줘. 사소한 일이라도 상관없어. ――참고로 그 파일은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이 아니면 열람할 수 없게 되어있어. 도둑맞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취급에는 주의하길 바라.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비밀 엄수 의무는 잘 지켜줘. 비록 그것이, 네 쌍둥이 누나일지라도 말야."


"……네. 알겠습니다."



히고로모는 몇 번이고 확인하듯 그렇게 말하고,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충고해 두지만, 이 대화재 이야기에 관련된 것을 선택한 이상――넌 결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어. 그리고 너와 시카바네 사쿠라의 관계성이 밝혀지면, 대화재 관계자가 접촉을 해 올지도 몰라. ……조심해. 세상이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벅차니까말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 대화재가 남긴 손톱자국은 너무나도 크다. 만약에 츠구미와 치도리가 그 화재의 관계자――그것도 가해자 측의 사람이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 자체로 정상 생활은 바랄 수 없게 될 것이다. 명확히 말하자면, 사정을 알면서도, 히고로모처럼 진정으로 신경써주는 인간이 더 적은 것이다.



"히고로모 씨."


"뭐지?"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이걸로 전, 이제 겨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쿠라 누나나 대화재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이렇게 제보자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요행이라는 것이겠지.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가 깊이 고개를 숙이자, 히고로모는 조금은 민망한 듯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을 때는, 나 뿐만 아니라 유키노 시즈쿠에게 의지하는 것도 검토해. 분명 그 편이 네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네, 그때는 잘 부탁해요."



그리고 히고로모는, 낡은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부터 다른 볼일이 있다. ――조만간 이쪽에서 연락하지. 그때까지 마음의 정리를 해 두는게 좋을거야."



히고로모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발빠르게 개인실의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츠구미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세게 쥐었다. 서서히, 손에 피가 맺힌다.



"――히고로모 씨는, 좋은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 사람은 아직 숨기고 있는게 잔뜩 있어. 그건 분명, 이 전달된 파일에는 적혀있지 않겠지."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친척――스즈네에게 츠구미의 이야기를 들은 히고로모는, 츠구미를 동정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어린애를 일부러 협력자로 등록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를 흘려준 것 만으르도 고마워해야 한다.



"……갈 길이 멀었구나."



츠구미는 천천히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긴장했던 탓에, 마디마디가 쑤신다.



"배도 좀 고프고, 어디선가 뭐 좀 먹고 돌아가야겠네. 여기는 비쌀 것 같으니. ……이 파일은, 집에 돌아가서 보자. 벨 님의 의견도 듣고 싶으니."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파일을 소중하게 안고 호텔의 카페를 떠났다. 그 걸음은, 마음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무거웠다.






◆◆◆





"괜찮겠어? 저 아이에게 하가쿠레 사쿠라에 대한 것을 묻지 않아도."



호텔에서 나와 자양화의 정원을 혼자서 걷고있는 히고로모에게, 머리 위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거, 물어볼것까지도 없어. 게다가 내가 조사하고 있는 대화재는, 하가쿠레 사쿠라라는 마법소녀와는 관계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따로 내버려둬도 상관없겠지. ……게다가 본인이 숨기고 싶어하는거 같으니까, 모르는 척 하는것도 친절이다."



히고로모가 아연실색한 모습으로 그렇게 대답하자, 머리 위의 목소리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 역시 넌 그 아이가 하가쿠레 사쿠라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구나! 참고로 언제부터?"



그런 즐거운 목소리의 물음에, 히고로모는 귀찮은 듯 입을 열었따.



"확신했던건, 히츠기 건을 나기사에게 듣고 나서였지. ――히츠기가 폭주했던 날, 하가쿠레는 원래 비번이었을 터. 그런데도, 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그 장소에 도착했지. 나기사가 히츠기에게 얽힌 검은 실――죽음의 예언을 나 이외로 이야기한건, 저 나나세 츠구미 단 한사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모든것이 그가 하가쿠레 사쿠라라는 것을 보여주지. ……게다가, 보통 저정도로 얼굴이 닮으면 의심할 여지가 없잖아?"


"뭐 그렇지. 그런 마무리가 조잡한 부분은, 그 오만해 보이는 파리의 왕의 무녀스러워서 웃겨."


"……그의 계약신에 원한이라도 있는건가?"



히고로모가 의아한 듯 그렇게 묻자, 머리 위의 목소리――손바닥만한 요정의 모습을 한 나사티야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파리는 역병을 날라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야."


"너도 어지간히 불합리한 녀석이구만……"



작은 흰 옷처럼 생긴 것을 입은 나사티야는, 히고로모의 주위를 빙글빙글 날아다니면서 그런 말을 했다. 만약 이 자리에 벨이 있었다면, 매우 격노했을 것이다.



"자 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하지만, 넌 말하지 않았네."


"뭘말이지?"


"그 애의 쌍둥이 누나――나나세 치도리의 DNA감정 결과밀야.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잖아? 그 애에게도 알려줘도 됐을텐데."



그렇게 말하는 나사티야에게, 히고로모는 쨰려보는 듯한 시선을 향했다.



"……그에게 이 일을 말하는 건, 아직 가혹하잖아. 게다가, 어떤 얼굴을 하고 말을 해야 좋은걸까. ――네가 사랑하는 쌍둥이 누나는, 피가 연결되지 않은 생판 남이라고. 게다가, 이 결과는 역시 내게는 너무 벅차다고……"



――쏟아지는 빗속. 히고로모는 츠구미에게 준 파일에서 몰래 빼낸 서류를 집어들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서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나세 치도리 DNA감정결과


·나나세 츠구미(남동생) ―― 혈연관계 없음


·나나세 요즈루(의부) ―― 혈연관계 있음




가까운 혈연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은 인물



·사쿠라 아카네』



히고로모는 그 서류를 꺼림칙하게 쳐다보다, 초조하게 대충 구겨서 가방에 쳐박았다.



"……토노 녀석, 대화제 조사는 커녕 터무니없이 귀찮은걸 떠맡기긴."



히고로모는 내뱉듯이 그렇게 말하고, 큰 한숨을 내쉬며 자양화가 펼쳐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는 아직 그칠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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