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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19. 최후의 선물

by 린멜 2020. 10. 6.


119. 최후의 선물




유감스럽게도 하가쿠레 사쿠라에게는 다른 마법소녀들처럼 힘으로 모든 것을 강제로 굴복시키는 전투는 할 수 없다. 그것은 츠구미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싸움방식도 있다.

――순수한 힘이 부족하다면, 주변의 힘을 이용해 싸우면 된다. 약점을 꿰뚫어보는 눈으로 적을 샅샅이 관찰해, 그 자리의 환경을, 적의 공격과 습성을, 때로는 생다의 행동을 유도해 자신이 유리한 스테이지를 만들어낸다. 그래, 사냥을 하는 거미처럼.

……정통파의 마법소녀의 입장에서 보면 약자의 싸움방식이라고 멸시받을지도 모르지만, 하가쿠레 사쿠라가 제일선에서 싸우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싸움방식은 약점을 노리기 때문에, 잘만 하면 격상의 적조차 꺾을 수 있는 무서운 공격으로 바뀐다. ――마법소녀를 가볍게 잡아먹을 정도의 힘을 가진 마수가 상대라고 해도, 그건 예외가 아니다.

불가시의 공격을 받은 메뚜기들은,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주위의 동료들을 끌어들여 부드러운 실타래에 휘감겨 갔다. 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바람에 의한 공격을 날려도, 밀착된 실 째로 자신의 몸이 찢겨나가 도망갈 수 없고, 번개를 사용해 실을 태우려고 하면 주위의 동료들을 말려들게 해 검게 태워버린다. ――그건 마치, 자괴의 광경으로도 보였다.

간신히 실에 묶이는 난을 피한 메뚜기들은, 움직일 수 없는 메뚜기를 잡아먹으며 새로운 개체를 만들려 하지만, 먹이에 달려든 순간 불가시의 실에 얽혀 눈사람처럼 벌레의 덩어리는 커져 간다.

집단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기 때문에, 개개의 자아가 희마해 자신의 몸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것은 벌레들의 강점이자, 뚜렷한 약점이기도했다.

구속해 집단에서의 귀찮은 공격과 끝없는 번식을 봉쇄해 버리면, 이 메뚜기들은 조금 단단하기만 한 벌레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어 버리면 더 이상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뒤는 어지러이 널려 있는 큰 고치알 같은 벌레 덩어리를 닥치느대로 으꺠기만 하면 된다.

고치 틈새로 원망스러운 듯이 이쪽을 올려다보는 무기질한 시선을 받으며, 츠구미는 지휘봉을 휘두르듯 팔을 번쩍 들고, 느릿하게 내리쳤다.

그에 연동되듯이, 메뚜기가 가득 찬 커다란 고치들은 오도독 오도독 소리를 내며 비틀어져, 찌르륵 하고 불쾌한 단말마를 낸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광경이다.

고치의 메뚜기들의 움직이지 않자, 하늘을 날던 몇 안 되는 살아남은 메뚜기들이 갑자기 힘을 잃은 듯 따응로 떨어졌다. 아마도 파괴한 마핵의 수가 규정을 넘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남은건 이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 뿐이다.


――정말이지. 의사가 있는 짐승보다도, 자아가 옅은 벌레가 훨씬 무섭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고치를 삼켜가는 폭식의 입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조그맣게 쓴웃음을 지었다. ……결과적으로는 마수를 쉽게 제압한 것 같지만, 무엇 하나라도 수를 잘못 읽었으면 엄청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또 살을 깎을 처지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기뻐해야겠지. ――그녀는, 안타깝지만."


그렇게 조용히 말하면서, 츠구미는 발밑에 떨어져 있던 머리핀을 집어들었다. 진흙과 피투성이가 되어있던 그것은, 슬프게도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아아, 역시 마법소녀 같은건 되는게 아니라니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츠구미는 눈을 내리깔았다.




◆◆◆




폭식의 식사를 마치고 결계를 푼 츠구미는, 옷에 묻은 모래먼지를 털며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돌아온 츠구미의 모습을 본 직원들은 저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표정은 몹시 어둡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A급이 눈앞이라고 불리던 마법소녀――오랫동안 어울렸던 소중한 동료를 잃은 것이다. 침울해 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

그리고 츠구미는 「잠깐 실례하겠습니다」라 하고 직원들의 옆을 빠져나와, 안쪽에서 머리를 싸감고 있는 직원――이번 책임자의 곁으로 향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가쿠레 사쿠라, 방금 귀환했습니다."


츠구미가 조용히 그렇게 말하자, 직원 사내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아, 하가쿠레 씨. 갑작스런 싸움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대응 감사합니다. 직원 일동, 감사드립니다. 시로키 녀석도 분명, 보답 받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시로키 씨는, 유감이네요."

"……하하, 그렇군요. 우리도 그녀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유감입니다."


힘없이 웃는 직원은, 슬픔에 젖은 얼굴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녀도 오랫동안 마법소녀를 해 왔기에, 우리 현장 직원들과 오랫동안 어울렸습니다. 지금까지도 상당히 많은 마법소녀를 배웅해 왔습니다만, 역시 아는 사이가 이렇게 되는건 괴롭네요. ……이럴 때, 싸울 방법이 없는 자신이 한심해집니다."


뭔가 후회하듯 두 손을 움켜쥔 직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츠구미가 그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 위로의 말을 꺼내는 것도 무언가 틀렸다는 느낌이 든다.

싸우는 자와, 그것을 서포트하는 자. 목적은 같지만, 그 위치는 전혀 다르다. 츠구미의 마음을 그들이 이해할 수 없듯이, 츠구미 역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츠구미는, 손수건에 감싼 그것을 조용히 직원이게 내밀었다.


"이건……?"


손수건을 받아든 직원이 조심조심 열자, 거기에는 더러워진 머리핀이 들어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말문이 막힌 직원에게, 츠구미는 말했다.


"결계 속에서 찾았습니다. 유가족에게 전해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남은 것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머리핀을 소중하게 끌어안은 직원은, 눈가에 살짝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 메뚜기를 보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감사인사를 하는 직원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밖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안은, 조금이지만 숨이 막힌다.

주변에 가득 찬 음울한 공기에 감염된 것일까. 하아, 하고 울적한 한숨을 내쉬며 츠구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어깨를 두들겼다.


"직원이 말함. 이걸로 이번 일은 종료된 듯. 수고했음."

"――카자구루마 씨."


옆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 카자구루마가 평소처럼 그렇게 말했다. 아니, 어쩌면 괜찮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츠구미는 거기까진 알 수 없었다.


"미안함, 싫은 역할을 떠맡겼음."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이번만큼은, 제가 적임자였으니까요."


부끄러운 듯 사과하는 카자구루마에게, 츠구미는 곤란한 듯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미세하게 베인 상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상처 없이 귀환할 수 있었다. A급전의 결과로 보면 괜찮은 편일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해산이군요. 카자구루마 씨는 어떻게 하실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카자구루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응? 무슨 소리?"

"에?"


츠구미가 의아한 듯 되묻자, 카자쿠루마는 장난이 성공한 아이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말했잖음. ――식사 예약을 해 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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