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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24. 운명은 변덕스럽다

by 린멜 2020. 11. 15.


124. 운명은 변덕스럽다





아침 일찍 눈을 뜬 츠구미는, 자신의 방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유키타카에게 말을 걸고, 첫차가 움직이기 전에 유키타카의 집을 나왔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유키타카는 학교를 빼먹을 것 같긴 하지만, 그것까지 보살펴줄 순 없다.

근처 역을 서성거리다가, 적당한 시기를 봐서 전이로 집에 돌아와, 그대로 주방으로 가 아침 식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츠구미로서도, 어제 오늘로 몸의 피로는 그다지 풀리지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학교의 종업식이다. 쉰다 해도 어차피 훗날 짐을 가지러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무리해서 등교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움직이고 있는데, 철컥하고 거실 문이 열렸다.


"후아, ――안녕 츠구미. 돌아왔구나."

"아아, 첫차로 돌아왔어. 아침밥 해놨는데 먹을래?"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치도리는 아직 졸린 듯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츠구미는 재빠르게 아침을 차리고, 치도리의 앞에 접시를 나란히 놓는다.


"별일이네. 츠구미가 아침을 차려주다니."


계란후라이를 얹은 빵을 입에 넣으며, 치도리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일어나기 전에 치도리는 집을 떠나니까 말이야. 역시 아무 볼일도 없는데 일찍 일어나긴 싫어."

"그럼 다음에 같이 검도부의 아침연습에 가볼래? 도움은 언제든 환영인데."

"싫어, 네 후배 무섭단말야."


츠구미는 싫은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슬프게도, 츠구미는 치도리의 후배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 놀이공원의 그 사건에서 츠구미가 치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마법소녀로 만들어 버린 것과, 이전의 유괴사건――표면상으로는 열사병이라 되어 있다――으로 츠구미와 같이 있을 때 치도리가 쓰러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말해서 치도리 본인이라면 몰라도, 관련 없는 후배들에게 책망을 받을 이유는 없지만, 그들과 언쟁을 하면 치도리가 슬픈 표정을 짓기 때문에, 츠구미는 극력 검도부 후배들에게는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츠구미는 느긋하게 집을 나서는 치도리를 배웅했고, 준비를 끝마친 자신도 집을 나섰다. 첫출발 전인 이른 아침과는 달리, 쨍쨍한 햇살이 살을 찌른다.


"……아―, 힘들다."


땀으로 범벅이 된 가슴팍을 손으로 끌어올리며, 츠구미는 지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긴 여름방학의 시작은, 벌써 코 앞에 와 있었다.





◆◆◆





"네, 이걸로 오늘 일정은 끝났습니다! 다들 여름방학이라고 너무 들뜨면 안 돼요?"


마지막 벨소리와 함께 스즈네가 그렇게 끝마치자, 츠구미는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어제 소파에서 자서 그런지, 아무래도 몸이 무겁다.

고개를 빙 돌리면서, 빈자리를 쳐다본다. 츠구미의 예상대로, 유키타카는 등교조차 하지 않았다. 유키타카니까 출석일수 등은 문제없겠지만, 이렇게 쉬는 날이 많으면 조금 걱정이 된다.


――그 녀석, 대학은 어디로 갈 생각이지

유키타카와는 특별히 진로 이야기는 한 적 없지만, 그 녀석의 실력이라면 메부키와 같은 대학――일본 최고봉이라 불리는 제도대도 쉽게 합격할 것이다.

물론 츠구미는 그 정도의 학력이 아니기 때문에 몇 단계 등급은 떨어지겠지만, 그럼에도 그 나름의 대학은 합격권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마 여름방학중에 십화의 일이 없는 날은 공부에 열중하겠지만, 장래 마법소녀를 그만둔 후에도 충실한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최저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별로 성과가 없는 것 같다면, 메부키나 유키타카에게 머리를 숙이고 공부를 배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전이라 쓸데없이 짐이 많다. 그리고 다른 반 친구들은 여름방학의 해방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흥이 올라, 오늘은 어디로 놀러 갈까 하며 떠들고 있다.


그것을 츠구미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아키야마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저기, 나나세. 이후에 녀석들이랑 같이 옷 사러 가자!"

"옷? 왜 또 갑자기."


갑작스러운 권유에 츠구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키야마는 하이텐션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는 여행이잖아? 우리들 자유시간에 헌팅에 나설 예정이니까, 승부복을 갖고 싶거든. 뭔가 조언 좀 해 줄래? 나나세 센스 좋잖아."


……그러고 보니, 쉬는 시간에도 그런 말을 했었지.

뜻을 모아 계획한 여행은, 물리를 포함한 의논 결과 바다에 가는 걸로 정해졌다. 숙소도 이미 잡아놨다고 한다. 그 4일간의 일정 중에서, 2일은 이벤트를 포함한 단체 행동, 나머지 2일은 적당하게 그룹으로 나눈 자유 행동이었다.

츠구미는 그때에 따라 어딘가의 그룹에 섞일 생각이었지만, 이 상태라면 아키야마에게 섞이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그런 아키야마의 열변을 들으며, 츠구미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시작했다.


"아니, 조언이라고 해도, 난 늘 마네킹 걸 그대로 사니까. 뭐, 따라가는 것 정돈 상관없지만."


츠구미로서는, 딱히 옷을 살 기분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바빠서 반 친구들과 놀러 다닐 일도 적기에, 이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키야마는 츠구미의 승낙에 반가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그럼 좀 있다 출발할 거야!」라고 외친 뒤, 다른 친구들 쪽으로 달려갔다.

……뭐, 짐은 나중에 전이를 사용해서 가지러 오면 되겠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작게 미소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츠구미는 아키야마들의 기세에 끌려가듯 큰 백화점으로 끌려가――예상치 못한 인물과 만나게 되었다




◆◆◆




"……무리야. 이제 배고파 죽겠어."


아키야마들이 옷을 거진 다 고르고 난 후, 츠구미는 배를 쥐면서 호소하듯 그렇게 내뱉었다. 그러자 아키야마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 나나세 너, 도중에 편의점에서 고기만두 사 먹었잖아."

"요즘 연비가 좀 나쁘거든. 분명, 성장기인가 그런 느낌의 그거라니까."

"벌써 충분히 키가 큰 주제에, 아직도 자랄 생각인 거냐. ――뭐 좋아. 우린 이 근처에서 좀 더 둘러보고 올 테니까, 먼저 뭐라도 먹고 있어. 끝나면 합류해서 노래방이나 가자고."

"아아, 고마워. 그럼 잠깐 다녀올게."


아키야마의 흔쾌한 수락에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양해를 구한 뒤 혼자 백화점 내에 있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그리고 비교적 비어 있던 버거 숍에 줄을 서서, 음료와 버거 세트를 여러 개 주문했다. 대량 주문 탓인지, 친구 몫도 함께 부탁받은 줄 안 건 지, 흐뭇하게 쳐다보는 직원의 시선이 불편한 탓에, 츠구미는 푸드코트 안쪽 테이블에 앉았다.


"……후우. 누가 보기 전에 얼른 먹자."


그렇게 나직이 중얼거리고, 손을 닦고 세트의 감자튀김을 입에 넣는 순간, 바로 앞자리에 누군가 앉은 것이 보였다. 아무 예고도 하지 않았음을 의심스레 여기며 츠구미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 앉아 있었다.


경악스러운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하? 엣, 지, 진짜?"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먹다 만 감자튀김을 책상에 떨어뜨리고, 놀란 듯이 의자째 뒤로 젖히면서, 츠구미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눈 앞에서 양 팔을 깍지 끼고 앉아 있는 그 사람은, 싱글벙글 읽을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가련한 입술을 열었다.


"우후후. 어슬렁거리다가 아는 얼굴을 발견해서, 나도 모르게 다가와 버렸어. 놀라게 해서 미안?"


그렇게 말하며――토노 스미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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