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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22. 죽일 놈의 악마

by 린멜 2020. 11. 2.


122. 죽일 놈의 악마





목욕탕에서 나온 츠구미는 한동안 유키타카와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 후, 내일도 일찍 움직이기 위해 거실의 소파를 빌려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이 향기는 대체 뭐지. 그 녀석은 편안해지는 향이라고 하던데."


킁, 하고 방 안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면서 츠구미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유키타카가 「받은 물건인데, 나는 이런 건 흥미 없으니까 츠구미 짱이 쓰고 감상을 들려줘」라고 일방적으로 고하고 두고 간 아로마 스탠드에는, 작은 꽃 모양의 향이 반짝하고 빛을 밝히고 있었다.

딱히 불쾌한 냄새는 아니지만, 이 설탕과자처럼 달콤한 향기는 어쩐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간다. 내일은 학교도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에는 이 곳을 나와 집에 돌아가 준비를 해야만 한다. 아침은 전이로 약간의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이상 밤을 새우지 않는 게 좋다.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손에 익은 듯 방의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빌린 수건을 배 위에 얹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기분 좋은 졸음이 찾아온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정말이지, 피곤해.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의식이 어둠에 가라앉아 간다. 그리고 툭 하고 실이 끊어지듯이, 츠구미는 조용히 잠이 들었다.



◆◆◆



――츠구미의 움직임이 멈춘 뒤, 불이 꺼진 거실에 슬며시 다가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잠옷이 아니라, 흰 와이셔츠에 검정색 슬랙스를 입은 유키타카는, 한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잘 자네. 뭐, 수면제가 든 연기를 마셨으니까 당연한가. ――몸에는 남지 않는 타입의 약이니까 용서해 줘."


그리고 유키타카는 잠자는 츠구미를 내려다보더니, 슬며시 츠구미의 목덜미에 손을 뻗어, 힘을 집중하는 듯이 부드러운 목덜미에 닿았다.


"……나 자신이 널 죽일 순 없어. 사람에 직접 손을 대면, 역시 정부의 신이 알아차릴 테니까. 아무리 나라도 녀석들과의 숨바꼭질은 사양이니까 말이야. 미안해, 처리방법이 나빠서."


그렇게 말하고 훗 하고 웃으며 손을 떼자, 유키타카는 작은 상자 안에서 작은 병을 하나만 꺼냈다. 그 작은 병에는, 홍옥을 갈아서 액체로 만든 듯 한 아름다운 물이 담겨 있다.

유키타카는 조용히 그 작은 병의 뚜껑을 열고, 츠구미의 입가에 병을 가져가, 천천히 입을 기울였다.


"자, 마셔. 내가 시간을 들여서 쌓은 고순도의 힘이야. 너한테 잘 맞을 거야."


꿀꺽꿀꺽하고 츠구미의 목구멍이 오르내리며, 빨간 액체를 마셔 간다. 그렇게 츠구미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마시는 것을 보고, 유키타카는 작은 병을 내던지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츠구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서, 유키타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이 고작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빠져들 줄이야, 대체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유키타카는 자조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은 『자신과 다른 생물』을 싫어하며, 박해하고, 자신과 멀리 두려고 한다. 그것은 잠재적 공포에서 오는 것이자, 종으로서의 방어본능이다.

그런 소심한 본능을 가진 인간들은 성장하면서, 종교인이 만들어 낸 선악의 정의를 배우게 되고, 자신이 악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나나세 츠구미에게는 그것이 없다.


나나세 츠구미라고 하는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루시퍼의 분령――시카바네 사쿠라에 의해서 영혼에 조정이 가해졌다. 사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그릇으로서. 그것은 즉, 영혼이 【악】을 기피하지 않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즉 츠구미 자신이 직접적인 심한 피해를 입지 않는 한, 그는 유키타카와 같은 악을 허용한다. ……그것이 얼마나 희한한 우연인지, 본인은 분명 알지 못할 것이다.


"나도, 루시퍼도, 결국은 한통속이야. 일찍이 사타나엘――신의 심부름꾼이라 불렸던 우리는, 예정 조화처럼 악으로 타락했지. 그 이외의 생활방식은 허락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딱히 생각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마리 유키타카는, 뒤에선 인간의 마음이 없는 천사라고 불린다. 유키타카는 계속, 그 호칭은 가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유키타카라는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인외는, 말 그대로 천사의 실패작이니까.


「베리알――사악한 자라고 칭해진 나는, 빛을 가져오는 자라고 이름 붙여진 그 녀석과는 달리 더러운 일이 많아서말야. 지금 있는 사탄의 전승 같은 건, 녀석보다 내가 한 일이 더 많을 정도야. 아―아, 그러니까 인간의 탈을 쓰고 있어도 인간에게 미움받는 거겠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유키타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인 척을 해도 배어 나오는 악의 기미를 감지해 혐오한다. 때로는 마음이 약한 인간이나, 미모에 홀린 인간이 광신도처럼 다가올 때도 있지만, 그것도 극소수다.

거기에 더해, 창조주로부터 부가된 축복――인류의 적대자라고 하는 정의는, 인간의 몸에 옮겨도 변하지 않았다. 원래 베리알은 이 땅에 내려올 때 마수의 힘을 많이 유용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적대자로 행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의된 대로 악으로 행동하며, 분방하게, 신랄하게, 인간을 짓밟는다. 뭐, 그것도 다른 신의 눈 밖에 나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지만.


그리고 애초에, 아마리 유키타카――타천사 베리알은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그 융통성이 없는 창조주가 그러한 상태로 있어야만 한다고, 그렇게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유키타카 자신은 그것에 대해 별생각 없다. 유키타카에게 있어서 인간은 심심풀이 장난감이자,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되는 불쌍한 희생물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성실한 인간은 절대로 유키타카에게는 접근하지 않는다. 유키타카의 배후에, 타기 해야 할 악을 봐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나세 치도리는 다르다. 그만은 악으로서의 베리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마리 유키타카』를 본 것이다. 그리고 유키타카 자신도, 오직 츠구미에게만 신의 축복이 작용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루시퍼의 조정의 결과일 것이라고 금방 깨달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때의 충격을, 뭐라고 비유해야 할까. 동요와 공포, 그리고 작은 기대와 동경이 가슴을 맴돌았다. 새로운 장난감을――소중한 보물을 손에 쥔 듯한 고양감. 나나세 츠구미는, 그야말로 마(魔)에 있어서 새로운 마약과 같은 존재였다.

츠구미에게만 흔들리는 새로운 감정과 생각. 그것은 유키타카에게 있어서는 매우 신선하고, 얻기 어려운 것임을 느꼈다.

신이 만든 쐐기에서 벗어난 단 한 명의 인간. 유키타카는 그런 츠구미를 정말 좋아하며, 소중하기에――그랬기에 죽여주고 싶었다.

……츠구미의 명이 길지 않은 것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 용혼에 얽힌 굴레는 영혼에 깊이 뿌리 박혀 있어서, 인간의 몸에 들어가 있는 유키타카로는 대처할 수 없어 보였다.

츠구미의 영혼에 깃든 외법의 신을 본뜬 마수는, 곧 그의 영혼과 그것을 지키는 루시퍼의 분령의 영혼을 먹어 치울 것이다. 유키타카는, 그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고로, 유키타카는 이 불쌍한 인간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려 했던 것이다. ……뭐, 그것은 결국 선의라기보다는 독점욕에 가깝지만.

어차피 잃어버릴 바에야, 자신이 좋아하는 그대로의 영혼으로 죽었으면 한다. 유키타카의 행동 이유는, 오직 그것뿐이다.

그런 아이와 같은 동기로 자신 안의 마수의 힘을 불러일으켜, 갈라진 틈에 간섭해 이레귤러의  출현 정보를 읽어냈다. 때로는 협력자인 쓰쿠요미의 힘을 빌려 츠구미를 몰아넣었지만, 이레귤러를 사용한 습격은 몇 번이나 실패해, 츠구미는 착착 최후의 날에 가까워졌다.


――이것도 전부, 방해를 하는 녀석이 있기 때문이다.


유키타카는 초조한 듯 츠구미의 가슴을 붙잡고, 세게 조였다. 케흑, 하고 괴로운 듯이 츠구미가 숨을 뱉는다.


"――저기, 루시퍼. 아니, 지금은 사쿠라라고 부르는 편이 좋나? 어차피 듣고 있겠지. 일부러 힘을 나눠 줬으니까, 빨리 대답해."


유키타카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츠구미의 속눈썹이 흔들렸다. 그리고 천천히 눈꺼풀이 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두 눈의 색은――츠구미와는 전혀 닮지 않은 검붉은 색을 하고 있었다.


"……시끄럽네. 거리낌 없이 내 것에 손을 대지 마, 성가시게."


츠구미의 모습을 한 그 생물은,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꺼림칙한 듯 유키타카의 손을 뿌리치며 상체를 일으켜, 주저앉는 유키타카를 내려다보았다. 반짝 하고 검붉은 눈이, 유키타카를 응시한다.


"그래서? 일부러 날 호출하다니 무슨 용무가 있는 걸까, 도둑고양이 벨리알 군."


키득키득 하고 소녀의 목소리가 어두운 방에 반향한다. ――악마들의 은밀한 해후가 시작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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