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거짓말쟁이와 거짓말쟁이
뻔뻔스럽게 웃는 츠구미――사쿠라를 노려보면서, 유키타카는 일어섰다.
"츠구미 짱의 영혼에 달라붙은 잔해 주제에 잘도 짖네. 부끄럽지도 않아?"
"일부러 나를 불러내는가 싶더니, 그런 저급한 욕을 내뱉고 싶었던 거야? 꽤나 한가한가 보네, 넌."
……변함없이, 화가 나는 말투다. 사쿠라의 언행이, 특히 마음이 맞지 않는 인간과 닮았다는 것이 떠올라서, 유키타카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떨쳐내며, 유키타카는 입을 열었다.
"말은 잘하네. 벨제부브의 권능에 기생해서 츠구미 짱에게서 힘을 빼먹고 있는 주제에."
사쿠라는 츠구미의 안에서 벨제부브――폭식의 악마의 권능에 간섭해, 츠구미가 과도하게 먹은 것을 분해해 자신의 힘으로 바꾸고 있다. 그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 사쿠라는 간신히 마수에게 삼켜지지 않고 인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츠구미의 계약신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둔한 탓도 있지만, 사쿠라의 혼이 츠구미와 지나치게 동화되어 있어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남은 찌꺼기와 같은 존재다. 언제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에는 유키타카가 준 힘에 의해서 겉으로 드러났지만, 그렇게 오랫동안은 대화하지 못할 것이다.
"확실히 난 이제 대단한 일은 못 하지만, 귀여운 이 아이의 도움 정도는 될 수 있어. 죽이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불쌍한 너와 같은 취급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아아, 하지만 너한테는 감사해야겠는걸. 베리알――네가 이 아이에게 쓸데없는 간섭을 해 준 덕에, 나는 드러날 수 있었어. 뭐, 이 이상은 참아 줬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이 아이는 가능한 한 오래 살아줬으면 하거든."
"……핫, 그 귀여운 남동생에게 골칫거리를 전부 떠넘기고 퇴장한 주제에. 제멋대로 행동해 그런 대재해를 일으키고 말이지, 조금 정도는 츠구미 짱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해야 하는거 아냐?"
유키타카가 날카롭게 그렇게 말하자,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사쿠라는 입을 열었다.
"말이 심하네. 이러니 단순한 악마는 곤란하다니까. 나는 언제나 이 아이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데. ――게다가, 내가 대재해를 일으켰다고 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어."
"어폐?"
유키타카가 의아해하며 그렇게 묻자, 사쿠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애초부터 전재가 틀린거야. 원래 그 날 그때 그 장소에, 미샤구지――경계를 관장하는 사신을 본뜬 마수는, 최초의 이레귤러로 그 땅에 내려올 예정이었어. 나는 그것을 유효 활용하려고 했을 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해도, 그 대재앙은 일어났을 거라는 거야. 아니, 더 심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나 이 아이를 비난하는 건, 번지수가 틀렸다는 소리야.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불쌍하다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원한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거지."
"……그렇군. 즉 너는, 나보다도 훨씬 전부터 이레귤러의 정보를 손에 넣었다는 소리군."
마수에 가까운 유키타카가 경계에서 정보를 끌어낼 수 있듯이, 거의 동질의 존재인 사쿠라――루시퍼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사전에 원하는 능력을 가진 이레귤러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사쿠라는 그 장소에 자리를 잡고,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꽤나 악마다운 수법이다.
"하지만, 방치라면 몰라도 왜 그런걸 조종하려고 한 거야. 설마 또 세계 정복이라도 하고 싶었어?"
그렇게 유키타카가 조롱하듯 묻자, 사쿠라는 난처한 듯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으응, 뭐라고 해야 할까. 그거에 가깝다면 가깝다고나 할까, 나로서는 진심으로 이 나랄를 구할 생각으로 있었어. ――이 땅에 내려와, 아마테라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인간의 아이와 계약해 육체를 손에 넣은 난, 그들과의 계약에 따라 【마수의 피해가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어. 경계를 관장하는 힘을 손에 넣으면, 하늘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성인군자 같은 미소를 짓는 사쿠라에게, 유키타카는 배를 움켜쥐고, 바보같이 웃으면서 말했다.
"훌륭한데, 그걸 진심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 최악의 타천사가 인간을 구해? 하핫, 그런 말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마수의 힘을 이용해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면 모를까, 그 루시퍼가 사람을 구하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되겠는가. 유키타카가 그렇게 말하자, 사쿠라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조용히 대답했다.
"후후후, 악마라고 하는 것은 계약에 충실하니까 말이야. 격에 맞지도 않게 의욕에 넘쳐 버렸어. 뭐어, 그 계약자들도 그 과정에서 쓰다 망가뜨렸지만 말야. 목숨의 보장까지는 계약 외였으니 어쩔 수 없잖아. ……의식을 실패해 버린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꽤 즐길 수 있었달까."
그렇게 눈을 가늘게 뜨고 키득거리며 웃으면서, 사쿠라는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육체가 어릴 때부터 부모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마수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수족처럼 조종했다. 그리고 정부의 신에게 찍히지 않게끔,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능숙하게 사신을 장악할 준비를 갖췄다. 마치, 인형극의 주인공처럼.
――거기서 마법소녀의 방해만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안타까운 듯이 말하는 사쿠라를 바라보며, 유키타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속이고 미치게 하고 춤추게 하다가, 마지막에는 갖다 버린다. 아―아, 그야말로 악마의 방식이네. 안심했어, 전혀 변한 게 없는 거 같아서 말이야."
"아하하, 본질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너도 나도, 결국 악으로서의 행동에서는 벗어날 수 없어. 왜냐면 우린, 원래 그런 괴물이니까."
"――하지만, 그럼 어째서 츠구미 짱을 구한 거야?"
유키타카가 그렇게 묻자, 사쿠라는 미소를 띤 채 가만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런 사쿠라의 모습을 문제 삼지 않고, 유키타카는 내뱉듯이 말을 계속 이어나간다.
"예정대로 사신의 그릇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 위해 만든 거였잖아? 그런데 일부러 직전에 다른 아이를 준비했고, 결국 실패했어. 인간 따윈 쓰레기로만 여기는 네가 어째서 그런 일을――"
"……너무 잘 만들어 버렸어."
유키타카의 말을 끊으며, 서글픈 미소를 지으면서, 사쿠라는 그렇게 말했다.
"나쁜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사악에 무뎌야만 해. 나중에 조종할 일을 생각하면, 인간다운 인간이면서도 악에는 결코 물들지 않고, 지나치게 선에도 다가가지 않는, 무구한 채인 영혼이 바람직했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악마를 결코 거절하지 않는 이상적인 인형.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던, 귀여운 남동생. ――그냥 일회용 도구로 삼기에는, 정을 너무나 주고 말았지. ……하아, 육체는 역시 안된다니까. 감정에 사고가 끌려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게 돼."
죄를 고백하듯 그렇게 대답한 사쿠라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내리깔았다. 자신이 만든 조각을 애타게 그리워한 피그말리온처럼, 그녀는 만들어 낸 이상의 남동생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신화의 마지막처럼 구원해 줄 여신 따윈, 자신들의 앞에 나타날 리가 없는데.
"……뭐어, 그 마음은 대충 알겠지만."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키타카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츠구미를 살리려던 사쿠라와, 츠구미가 자기 이외에게 해를 입는 것을 용서할 수 없어 죽이려고 하는 유키타카. 전혀 다른 행동이긴 하지만, 그 본질은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어떻게 굴러도 바라는 것처럼 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운명에게 미움을 산 악마의 성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오랜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었다. 이 위대한 악마는, 정을 이기지 못했을 뿐인 패배자다. 앞으로 사쿠라의 존재가 방해가 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크게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활동 한계가 왔는지, 사쿠라가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르며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슬슬 나도 한계인가. 유감이지만, 오늘은 이만 작별이야."
"나는 두 번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만. 듣고 싶었던 것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 츠구미 짱은 내게 맡기고 빨리 사라지는게 어때?"
언짢은 듯 유키타카가 그렇게 말하자, 사쿠라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 내 마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이 아이를 네게 죽게 할 순 없어. 게다가 분명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우리가 뿌린 씨앗은, 이제 곧 싹을 틔울 테니까. 뿌리는 이 땅에 깊이 뻗어, 머지않아 하늘에 닿는 탑을 이룰 테지."
"하? 대체 무슨 말을――"
유키타카는 그렇게 목소릴 높였지만, 입가에 살며시 집게손가락이 닿아 말을 삼켰다. 사쿠라는, 붉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갖다 대며, 광대처럼 입꼬리를 끌어 울리며 웃었다.
"내게도 협력자가 있다는 소리야. 설마 이 내가, 실패한 후의 보험을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건."
"모든 것은 내 손바닥 위. ――마지막으로 웃는 건 내 쪽이야, 베리알."
사쿠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파 위로 쓰러졌다. 서둘러 얼굴을 들여다봤지만, 작게 숨소리만을 내뱉고 있다. ……아무래도 완전히 츠구미의 안으로 숨어버린 듯하다.
초조함에 혀를 차면서, 유키타카는 잠자리를 후려쳤다.
"협력자? 보험? 이번엔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런 거지, 그 녀석."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유키타카는 계속 잠들어 있는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사쿠라……루시퍼가 어떻게 움직이든 간에, 츠구미는 절대로 말려들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가엾어서 견딜 수 없었다.
성질이 나쁜 악마에게 찍힌 탓에, 좋든 싫든 태풍의 눈이 되어버린 불쌍한 청년. 그리고 유키타케에게는, 매우 소중한 친구.
――결국 자신은, 그를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 다른 놈들에게 상처를 입을 바에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잃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빙빙 돌아, 유키타카는 내뱉듯이 말을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네가 상처 받는 얼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걸."
――그것은 거짓말쟁이 악마가 입에 담은, 유일한 사실이었다.
누구나 자신을 속이고, 암약을 거듭한다. 진짜 자신을 전부 드러낼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그런 것은――누구도 알 수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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