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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26. 여름과 바다와 수영복

by 린멜 2020. 12. 14.


126. 여름과 바다와 수영복





학교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정부로부터 무사히 휴가를 받은 츠구미는, 반 친구들과 함께 바다가 있는 먼 도시로 여행을 왔다.

참가자 중 한 명이 보유한 프라이빗 비치의 코티지를 빌려, 며칠간의 여행을 즐길 예정이다. 고3 여름――수험에 쫓기기 전 마지막 장기 방학이라 그런지, 반 친구들도 꽤 활개를 치는 것 같았다.

이번 여름이 끝나면 아무리 평소에 경박한 그들도, 공부에 시간을 빼앗겨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다. ……뭐, 그럼에도 시간을 잡아 소란스러울 것 같긴 하지만, 그건 그거.

오늘은, 그런 바보 소동을 한 후의 3일째――개개인이 움직이는 자유시간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관광지에서의 쇼핑이나, 전에 말한 것처럼 계속 헌팅을 하는 것 같았지만, 츠구미는 아무래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여러 권유를 거절한 츠구미는 묵고 있던 코티지에서 혼자 멍하니 있다, 문득 바다로 헤엄치러 갈까 생각했다. 가끔은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갈아입을 옷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는데, 안에서 본 기억이 없는 종이봉투가 있단 것을 깨달았다.


"응? 뭐지 이거……누구 짓이지. 설마 아키야만가?"


이상하게 생각해 종이봉투를 꺼내 안을 살펴보니, 거기엔 예상 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용물을 꺼낸다. 그러자 거기엔 검은 여성용 수영복――이른바 플레어 비키니에 레이스 파레오가 붙어있는 것 이 들어있었다.


"…………"


츠구미는 침착하게 수영복을 종이봉투 속에 집어넣고, 경계하듯 주위를 살폈다. ……이런 걸 누군가에게 들키면, 변태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몰카 치고는 너무 질이 나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혀를 크게 차면서, 츠구미는 발밑에 작은 메모가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도 그 메모를 주워 훑어본다. 츠구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메모를 읽고는, 금방이라도 벽을 칠 것 같은 얼굴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웃기지 마 그 빌어먹을 토끼……"


납작하게 쥐어 뭉개진 메모가, 바닥으로 떨이진다. 그 메모에는 【약속대로, 여름에 맞춰 특별히 옷을 준비했으니 꼭 입어줬으면 좋겠다. P.S. 사진은 가능하면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형으로부터】라고 쓰여 있었다. 즉, 그런 것이다.


"분명 여름옷을 준다길래, 그 땐 끄덕였지. 하지만 보통 유카타 같은 거라 생각하잖아. 설마 수영복일 줄은……게다가 여성용…… 제길, 받으면 입고 사진을 찍는단 약속을 하는 게 아니었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바닥에 내리치며 츠구미는 작은 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얼마 전, 갑자기 시로가 들뜬 모습으로 「귀여운 동생에게 여름옷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기에, 거절하기 미안한 마음에 가벼운 약속을 해 버린 것이 원수가 됐다.


――못 본 걸로 할까. 그런 생각도 해 봤지만, 츠구미는 체념한 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시로가 츠구미의 계약신은 아니라 해도, 신은 신. 설령 속은 것이라 해도, 신과의 약속을 어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농담이지……남자 수영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고? 여자 모습으로, 이런 속옷같은 차림으로 밖을 걸어 다닐 수 있겠냐고. 차라리 고스로리가 낫지……"


귀여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과,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건 비교도 할 수 없다. 저건 속옷이나 다름없잖아.

……남자인 츠구미는 이해할 수 없지만, 애초에 세상 여성들은 수영복과 속옷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노출도를 봤을 땐 비슷한데.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스영복을 눈 앞에 들어 올린다. 다행히 가슴은 눈에 띄지 않게 프릴로 가려져 있고, 허벅지 주변도 허리에 천이 있어 나름대로 가려진다. 그 대신 배는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그 정도라면 아직 타협할 수 있다. ……이쪽이 아슬아슬하게 허용할 정도를 공격해 오는 게 또 비루하다.


"내가 이걸, 입는건가. ……아―, 정말 싫다."


어쩌다 보니 변신 후의 몸과는 벌써 1년 가까이 사귀고 있기에, 새삼 여자의 몸으로 옷을 갈아입는걸 부끄럽다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래도 수영복만큼은 거부감이 있었다. 그것은 변신 시의 얼굴이 자신이라기보다 누나――사쿠라 누나와 너무 닮았기에, 누나에게 무리하게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히는 듯한 미묘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해버렸으니. 찢으면 찢는대로 귀찮아질 것 같고, 역시 입을 수밖에 없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커튼을 조금 치고 밖을 내다보았다. 지난 2일간은 바다에서 놀아서 그런지, 오늘은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은 거리로 관광을 떠났거나, 일반 손님이 있는 해변 쪽으로 향한 듯하다. 즉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바다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아, 어쩔 수 없나."


그렇가 말하며, 츠구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느릿느릿 일어나, 수영복을 들고 자물쇠가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





"……그건 그렇고, 엄청 진정이 되질 않는걸."

남자 때보다 약간 높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츠구미는 허리에 감긴 레이스 천을 집어 올려 살색이 두드러지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거울로 전신을 살펴봤는데,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게 화가 났다. 위는 견디지 못하고 남성용 얇은 파카를 걸쳤지만, 그래도 역시 불안하다.

게다가, 긴장과 꺼림착함 때문인지, 가슴이 부정맥처럼 고동치고 진정이 되질 않는다. 정말이지, 만약 이상한 성벽이 깨어나면 어떻게 책임을 질 생각인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자신을 얼버무리며, 겉으로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츠구미는 코티지 밖으로 나왔다.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눈부신 햇살이, 하얀 팔다리에 반사된다. ……지금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주의는 필요하다.

실을 내보내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유심히 살피면서, 빠른 걸음으로 바다로 달려갔다. 어쩌면, 마수를 상대할 때보다 더 필사적으로 색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암벽이 있는 곳에 이르러, 츠구미는 휴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좋아, 아무도 없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지신받은 대로 바다를 배경으로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는다. 조금 긴장한 듯 한 웃는 얼굴이 되어버린 것은 애경이라는 것일 것이다.

……애초에 시로는 왜 이런 사진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일까. 겉보기엔 그럴듯해도, 속은 남자라는 걸 아는 녀석의 수영복 사진따윈 웃음거리밖에 안 될 텐데.


"아니, 분명 그건 그냥 단순히, 추억을 여러가지 형태로 남기고 싶은 타입일 뿐이겠지. 언동이 수집벽이 있는 반 친구와 많이 닮았으니까."


음식 등 사라지는 것을 좋아하는 벨과 달리, 시로는 추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처럼 신에게도 다양한 성격이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통속적인걸 보면 역으로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무사히 미션을 마친 츠구미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변신을 풀기 위해 백사장을 거닐었지만, 멀리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발을 멈췄다.

암벽에 숨어 실을 팽팽하게 당겨, 손가락 끝으로 소리를 듣는다. 그러자 시끌벅적해 알아듣기 어렵지만, 몇몇 젊은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누군가 코티지로 돌아온 걸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츠구미의 머릿속에 『아는 사람에게 발각된다』 『위험한 수영복 차림』 『사회적인 죽음』 등의 단어가 차례차례로 떠올라――일시적 패닉에 빠졌다.

다급해진 츠구미는 핸드폰을 파카 주머니에 넣고,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바다에 뛰어든 것이었다.





◆◆◆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일단 전이로 집에 돌아가면 되는 이야기였지. 필사적으로 헤엄쳐 손해 봤다.

츠구미는 해안에서 먼바다에서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며, 죽은 눈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초조해하며 여기까지 도망쳐 왔지만, 자신의 스킬에 대해 완전히 실념 하고 있었다. 마수 상대를 할 때도 이렇게 당황한 적은 없었는데……

자기혐오로 으아, 하고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깊이 가라앉듯 바다에 잠수한다. 역시, 낯선 모습 탓에 정신이 들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핸드폰이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완전 방수였던 것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이번 일로 핸드폰까지 망가졌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음울한 기분으로 물속에서 턴을 하며, 빛이 비치는 쪽을 올려다본다. 그 광경을 본 츠구미는, 움직임을 멈췄다.


――정말, 아름다운걸.


위에서 흔들리는 수면이 반짝반짝 빛을 반사하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츠구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그 그림과 같은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다,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장대한 경치를 보고 있노라니, 자신의 자그마한 고민이 아무래도 상관 없어진 것이다.


――아―아. 목적도 달성했으니, 얼른 돌아가 옷을 갈아입자. 이번 골칫거린 이걸로 끝. 기분 전환하고 여행을 즐겨야지.


츠구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대로 수면에 카메라를 대고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츠구미의 수영복 사진 같은 것보다 이쪽이 훨씬 가치 있다.

그리고 숨이 막히려던 츠구미가 물 위로 떠오르려 할 때, 갑자기 머리 위로 둥근 그림자가 생겼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 그림자에 손을 뻗는다.


"푸핫. ……뭐야 이거, 여성용 모자?"


동그란 그림자의 정체――귀여운 밀짚모자를 손에 들고는, 츠구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대의 크루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크루저는, 느릿느릿하지만 똑바로 츠구미 쪽으로 다가온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긴 머리의 여성과 작은 여자아이가 쌍안경을 사용해 이쪽을 가리키는 것이 보였다. 어쩌면 그 아이의 모자가 여기까지 바람인가 무언가에 날아가 버린 걸 지도 모른다.


……아마 저쪽에서도 이쪽의 모습은 봤을 테니, 도망칠 수도 없겠는걸. 하지만 별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고, 어떡할까.


그런 식으로 츠구미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크루저에 타고 있는 인물의 얼굴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에, 츠구미의 움직임이 멈춘다. ……어느 의미로, 도망치는 선택지가 없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며 다가오는 배에서 츠구미를 멍하니 바라보다, 진심으로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그 여성은 물어 왔다.


"――저기, 그. 이런 곳에서 뭐 하는 건가요, 하가쿠레 씨?"

"……보시다시피 해수욕입니다, 히츠기 씨."


츠구미가 질린 듯 붙임성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하자, 전 십화 서열 6위――히츠기 아이리는 「이런 곳에서?」라고 곤혹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물속에 있는 츠구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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