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얽어매는 약속
"설마 그런 일이 있었다니……"
히츠기에게 이야기를 들은 츠구미는, 터무니없는 일에 어리둥절하며 입을 눌렀다.
이타도리로 옮겨 탄 신. 유메지의 몸에 일어난 기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츠구미에게 충격을 준 것은, 신이 돕지 않았더라면 유메지는 죽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시간에 맞추지 못했단 이야기가 아니다. 신의 개입이 없었다면 마화가 소멸된 그 시점에서 유메지는 완전히 죽었을 것이다.
섬뜩한 한기가 등골로 치솟았고, 츠구미는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고함을 삼켰다.
"……둘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요?"
"방금 확인한 바로는, 둘 다 잠든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츠구미가 묻자, 히츠기는 그렇게 대답하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유메지가 죽을 뻔한 것은 마화의 탓이고, 이타도리가 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신의 변덕 때문이다. ――호언장담하던 자신이라면 모를까, 히츠기가 사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히츠기씨가 사과하실 필요는――"
"아뇨, ……전 말렸어야 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히츠기는 츠구미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저 볼바라는 신은 위험해요. 아마테라스님의 제약을 무시하고 계약을 제의하다니, 제대로 된 신이 아니에요. 제 앞에서는 너그럽게 굴었지만, 그 신의 비위에 따라서 최악의 경우 두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저 역시 그 아이가 살아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때 병실에 남아있었으면 하고, 후회해도 후회할 수밖에 없어요."
"히츠기 씨……"
히츠기는 후회와 의무감이 뒤섞인 착잡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법소녀에 관련되지 않은 사항, 그것도 적정 연령에 못 미치는 아이에 대한 계약은, 아마테라스에 의해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묶여 있다. 이타도리에게 힘을 준 것이 선의든 악의든 그 강력한 결박을 아무렇지 않게 깨뜨리는 신이 정상일 리 없다.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 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 ……사람의 목숨이 그런 간단한 계산식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히츠기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하나를 잘라버리고 최선을 선택하려 해 버리는 것이다. 상사로서는 공사가 확실하고 믿음직한 존재지만, 아무래도 살기 힘든 성격이구나, 하고 츠구미는 생각했다.
――이타도리에게 붙은 신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유메지가 그 신에 의해 살아난 사실은 변함없다. 하지만 적어도 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동안에는 이타도리의 목숨을 앗아가진 않을 것이다. 그것만은 다행이었다.
"저기 히츠기 씨. 그래도 전, 유메지 양이 살아있어 줘서 기뻐요. 지금은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분명 이타도리 양이 걱정되지만, 나중에 신기성의 전문가도 올 거 아닌가요?"
츠구미가 히츠기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하자, 히츠기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츠구미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지금부터 병실로 가, 가능하다면 그 신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쩌면 협상 여하에 따라서 나와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히츠기 씨는, 그 애들이 눈을 뜨면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해 주세요. 당신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 분명 그 아이들도 불안해할 테니까요."
확실히 신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이 얕았다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지만, 이타도리들도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한 명 정도는, 그들을 상냥하게 위로해 줄 사람이 있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한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시간에 맞추지 못한 츠구미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그들만 탓하는 것은 마음이 괴롭다.
"그럼, 전 잠깐 병실에 가 보겠습니다. 히츠기 씨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전 여기서 기다릴게요. 신기성 쪽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렇게 대답한 히츠기에게 츠구미는 「알겠습니다」라 답하고 일어섰다. 그렇게 츠구미는 고개를 숙이고 병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츠구미의 모습을 보면서, 히츠기는 눈부신 것을 보듯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상냥한 사람. ……그때, 요츠바의 곁에도 저런 아이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히츠기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해 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그 애의 여동생도, 그 친구도, 이번에야말로 지키지 않으면."
――신과 계약을 한 이상 분명 그 두 사람은 정부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마법소녀가 아닌 자신에게 아무런 힘도 권한도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쌓아 온 밑바탕과 인맥이 있다. 그들의 대우에 참견할 정도라면 가능하겠지.
그런 결의를 담아, 히츠기는 꽉 가슴 앞에서 손을 움켜쥐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소중했던 후배들을 위한 보탬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
병실 앞에 도착한 츠구미는, 문을 두드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대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텅 빈 병실 안에는 조용히 잠든 두 소녀가 있었다. 아무래도 생명의 위기는 없어졌다 판단했기에, 의사들은 퇴실한 것 같다.
츠구미는 자고 있는 이타도리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침대에 다가가, 살며시 유메지의 입가에 손을 뻗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손가락에 닿는다.
――아아, 살아 있어. 그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한다.
"……미안해."
츠구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바로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피부로 느껴지는 그 기색에,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하듯 크게 숨을 내쉰다.
――그래,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다. 이타도리와 계약한 신은 적어도 유메지를 구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츠구미는, 어느새 일어나 있는 이타도리――그 안에 있는 신을 바라보았다.
중후할 정도로 짙은 기색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싶을 정도의 오라. 꽤나 힘이 강한 신인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렇게 여신이 겉으로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이타도리의 몸에 부담이 가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타도리의 의식을 빼앗아 아마테라스의 결박을 깨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신임에도, 이상하게 싫은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운 기분마저 든다.
"안녕하세요, 자비심 깊은 여신님. ――잠깐 이야기를 나눠주실 수 있으신가요?"
츠구미가 공손하게 그렇게 말하자, 여신은 우아한 몸짓으로 미소 지었다.
"아아, 상관없고 말고. 후후, 그 귀여운 아기새가 꽤나 좋은 눈을 갖게 되었구나. 다른 녀석의 것이 아니라면, 첩의 컬렉션에 넣어도 좋으련만."
"아기새? 전 당신을 만난 기억이 없는데요……"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 가혹한 사랑의 신의 남편을 보러 갔을 때, 우연히 널 보았을 뿐이니까. 옆에서 봐도 질투심이 장난 아니었으니, 원한을 사지 않게 행동하는 편이 좋을 것이야."
키득키득 이쪽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여신은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여신은 츠구미――그리고 벨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그 가혹한 사랑의 여신이란 벨의 아내인 아나트를 두고 하는 말일까. 솔직히 그 신은 남편이자 오빠인 벨이 봐도 「나에겐 순종적이지만, 그 외에는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라 말할 정도로 재액이다. 가능한 한 얽히고 싶지 않다.
"……명심하겠습니다."
츠구미가 쓴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하자, 여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래서, 무슨 용무지? 이 몸에서 나가란 이야기라면 들어줄 수 없다만."
즉각 그렇게 고하는 여신에게, 츠구미는 그야 그렇겠지라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목적으로 이타도리의 몸을 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신은 손에 넣은 것을 그냥 놓아주는 타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츠구미는, 먼저 하려던 말을 꺼냈다.
"아뇨, 우선은 감사를. ――이 아이를, 유메지 나데시코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로는, 분명 구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눈 앞에 있는 여신은 결코 【선한】신이 아니다. 순수하게 이타도리를 생각한다면 더욱 의연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여신은 유메지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자신이, 처음 벨을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노골적으로 비판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자 여신은 멍한 얼굴로 츠구미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하아, 정말이지 너는 무섭구나. 그 비뚤어진 자들만으로는 부족해서, 첩까지 농락할 셈인 게냐? 정말이지, 욕심도 지나치면 독이라 하거늘."
"엣, 에?"
그저 감사인사를 했을 뿐인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츠구미가 영문도 모르고 당황하자, 여신은 이런이런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이 그릇을 깨뜨리는 짓은 하지 않을게다. 첩은 그런대로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으니 말이다. 후후, 길어도 몇 년 안에는 해방해주고 말고. ――어차피 그 정도면 첩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으니까."
"목적?"
"아아. 첩은 이야기의 결말을 보기 위해 여기에 왔다. 손 닿을 수 없는 사랑을 갈망해, 자신의 추악한 주장을 밀고 나가며, 모든 것을 짓밟더라도 사랑을 갈망하는 어리석은 자들. 그들의 종말을 지켜보고 난 뒤 이 몸을 돌려주마. 뭐어, 사랑스러운 아이가 계약 갱신을 강요하면 달라지겠지만 말이지?"
여신은 그렇게 말하고, 히죽히죽 웃으며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추상적인 표현이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이 여신에게는 이타도리를 상처 입힐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뭐, 이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약속을 해 주시겠습니까?"
"음?"
"신의 가치관이 사람과 다른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이타도리 카나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 아이는, 정말로 착한 아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물끄러미 여신을 쳐다봤다.
애초에 츠구미는, 신과 인간이 맺은 계약을 간단히 파기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타협점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여신이 비록 표면상이라도 이타도리를 소중히 여기겠다 한다면, 약속을 하면 된다. ……뭐어 메리트가 없다고 거절당할지도 모르지만, 말로만 할 뿐이라면 별거 아니니까.
그러자 여신은 잠깐 생각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고는 「뭐어, 딱히 상관없나」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첩 역시 아마테라스와 대적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아무리 어린아이의 목숨을 구해줬다고는 하지만, 이 이상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녀석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 족쇄 하나쯤은 차도 좋아."
"저, 정말인가요!?"
"아아. 불안하다면 새끼손가락을 걸어주마. 자, 손을 내밀거라."
그렇게 말하며, 여신은 왼손 새끼손가락을 츠구미를 향해 내밀었다. 츠구미가 낚이듯 손을 내밀자, 여신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뢰었다.
"――허나, 네게도 한 가지 대가를 받도록 하지. 이 첩에게 약속을 하게 하는 것이니, 그 정도는 당연하지?"
움찔, 하고 츠구미의 손이 멈춘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계약하기 전에 말했으니까 아직은 상냥하지 않느냐? ――큰 대가는 아니다. 만일 네가 도중에 죽는다면, 그 혼을 첩의 저택으로 초대하겠다. 후후, 이건 원래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첩은 죽어서도 용감한 전사에게만 흥미 있으니까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츠구미는 눈앞의 여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했다. 히츠기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설마 정말 그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과 죽음과 풍양을 관장하는, 죽은 전사의 영혼을 각별히 사랑하는 북유럽의 여신. ……터무니없는 거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기죽을 순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자존심이 드높은 신의 하인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츠구미는 자신을 그렇게 고무하고, 하아 하고 크게 숨을 내쉬고는 작심한 듯 왼손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피를 토해내서라도 살아남겠다고 그분에게 맹세했으니까요. 당신의 저택에 갈 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여신 프레이야."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여신――프레이야는 정말 재미있는 것을 본 듯 기쁜 듯 웃었다.
"후후, 그런가. 그건 기대되는구나. ――그럼, 계약을 시작하지."
그리고 프레이야는 츠구미의 손가락과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계약을 시작했다. 찌릿하고 저리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달린다. 아마 이것이 계약의 증거일 것이다.
……혼자서 제멋대로 행동하지 말라며 나중에 벨에게 혼나는 미래가 보이지만, 프레이야가 바라는 대로 될 생각은 일절 없기 때문에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그럼, 오늘 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 그릇도 슬슬 지쳐가는 것 같으니 말이다."
프레이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하아, 하고 작게 하품을 하며 침대로 쓰러졌다. 새근새근 행복하게 잠든 그 모습은, 방금 전까지 위압감을 불러일으키던 여신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츠구미는 살며시 손을 뻗어 이타도리의 작은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어색하게 그 머리를 쓰다듬으며 서러운 듯 웃었다.
"잔 네 선택을 결코 비웃지 않을 거야. 나 역시, 치도리가 죽으려 한다면 같은 선택을 할 테니. 설령 아무리 무거운 대가를 치른다 해도. ……늦어서, 정말 미안해."
누구에게 들려주는 게 아닌, 츠구미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레귤러 마화에, 결계의 불비. 그리고 일반인의 희생과, 여신 프레이야의 간섭. 연이어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츠구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조금이지만 무서워."
흩어진 점과 선이 이어지듯, 정해진 운명의 고리는 돌기 시작한다. 얽힌 것은 과연 누구인가. 판 위의 말은, 아직 자신이 서야 할 위치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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