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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35. 황금의 여신

by 린멜 2021. 3. 5.


135. 황금의 여신






"――좋은 지고. 아이의 애처로운 사랑 또한 아름다우니"


이타도리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어딘가 감탄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캄캄한 방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색이 시야의 가장자리를 스친다.


"누, 누구……?"


이타도리는 겁먹은 듯한 소리로 물었다. 어째선지 아까까지 있던 어른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떨고 있을 때, 의문의 목소리가 이타도리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네듯 고했다.


"첩은 사랑과 죽음과 풍양을 주관하는 신이노니. 그래, 여기에선 『볼바』라고 하던가."


그리고 볼바라 밝힌 무언가는, 황금의 구체 형태로 이타도리의 앞에 나타났다. 둥실둥실 야구공 크기의 솜털 같은 그것은, 흔들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그대의 소원, 이 첩이 들어주지. 사양할 건 없다. 지금 첩은 매우 기분이 좋으니까."

"정말요!?"


매우 수상한 그 제안에, 미끼를 물듯 이타도리가 소리를 질렀다. 황금의 신은 세로로 끄덕이며 「아아」하고 답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조건, 이요?"

"――그래, 너희들은 딱 한 가지 첩의 소원을 들어주면 된다. 후후, 기죽지 않아도 되느니. 어린애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만 부탁할 거니까."


그렇게 일부러 다정하게 고하는 목소리에, 이타도리는 조금 수상하다 여겼지만 이 신의 제안은 그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 손을 내밀면, 누구라도 잡고 만다. ――그 손이 아무리 더러운 것이더라도.

……만약 이때 히츠기나 츠구미가 함께 있었다면, 수상함에 계약을 맺으려는 이타도리를 필사적으로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봤자,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 이미――그녀는 골라버렸으니까.


"……정말 나데시코 짱을 구해줄 거야? 상처도 모두 낫게 해 줄 거야?"

"아아 물론이고 말고. 자아, 이쪽으로 손을 뻗으면 된다."


황금은 그렇게 말하고 사뿐히 이타도리에게 다가갔다.


――나데시코 짱이 살 수 있다. 소중한 친구가 죽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 보장해준다면, 자신은 아무리 힘들어도 뭐든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각오는, 이미 오래전에 했으니까.

이타도리는 잠깐 망설이듯 눈을 내리깔고, 유메지의 하얀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결의한 것처럼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자신의 오른손을 황금을 향해 펼쳤다. 금방이라도 빛에 닿으려는 순간, 이타도리가 외치듯 말했다.


"조건을 받아들일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데시코 짱을 도와주세요!!"

"아아, 약속하지. ――서로 말이다."


슬금슬금 맺히는 듯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인 납득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입 같은 건 없는 그 구체가, 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타도리의 선언과 동시에, 유메지도 황금의 신의 손을 잡았다. 어떤 생트집을 잡더라도, 죽는 것보다 낫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이리하여 여기에 계약은 맺어졌다.

아직 살고 싶던 소녀와, 무엇을 희생하더라도 친구를 구하고 싶었던 소녀. 그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은 분명 닿았다. ――하지만 뭔가를 얻으려면 대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기적의 대가라면 더더욱.


황금 구체――볼바는 이타도리의 주위를 돌며 금가루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멈춰가던 유메지의 호흡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파랗게 질렸던 얼굴에 붉은빛이 돌면서, 건강한 색으로 변해간다.


"나데시코 짱?"


이타도리가 살며시 유메지의 손목을 만져보자, 맥박이 힘차게 뛰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아아, 살아났구나.

평온하게 잠든 유메지를 보고, 이타도리는 마음속으로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에 피로가 몰려온다.

이타도리가 힘없이 침대에 기대자, 볼바가 얼굴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아이도 내일이면 눈을 뜰 테니. ――그럼, 첩의 소원 건인데."

"네, 네. 저기, 전 뭘 하면 되나요……?"


――신의 소원.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이타도리가 자세를 취하는 순간, 갑자기 몸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뻐끔뻐끔 입을 열어 소리를 내려고 해도, 희미한 공기가 나올 뿐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타도리가 도움을 청하듯 볼바를 올려보자――황금의 구체는 우스운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구체에 일자로 홈이 나타나고, 그것이 입처럼 양끝을 추켜올리며 웃고 있다. 마치 어리석은 벌레를 비웃기라도 하듯.

볼바는 이타도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뭐, 쉬운 일이고 말고. ――그 몸, 첩에게 빌려 줘."


그렇게 말한 볼바는 그 몸을 구슬만 한 크기로 줄이고, 이타도리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읏, 앗!?"


피할 틈도 없이, 황금의 구체를 삼킨다. 이타도리의 안에 들어간 구체는 서서히 열을 냈고――이윽고 이타도리의 의식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방의 전기가 복구되면서, 선 채로 의식을 잃고 있던 의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정전일 때 동안의 기억은 없는 듯했다. 갑작스러운 의식의 공백에 멍하니 있던 의사들은, 완전히 회복된 유메지를 보고,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라며 갑작스런 일에 떠들기 시작했다.


의사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기절하듯 침대에 쓰러져 있던 이타도리는, 말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눈 앞에 펼치고, 양손을 벌리거나 접거나 하는 행동을 몇 번 반복하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흠. ――나쁘진 않군."


그렇게 말하고, 이타도리――그 안에 들어간 신은 히죽 웃었다.

어린아이를 속이는 듯한 행동은 조금 마음 아프지만, 처음에 계약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쪽이 잘못이다. 뭐, 나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신은 미소 지었다.


"그릇의 강도를 생각하면, 하루 세 시간 정도가 한계겠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이건 오래 즐길 수 있겠는걸."


――좋은 인질도 있으니 아마테라스도 섣불리 움직이진 못하겠지, 하고 잠자는 유메지를 바라보면서 신은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이타도리에겐 몸을, 그리고 유메지에겐 생명을 대가로 삼았다. 아마테라스가 규정 위반으로 신――볼바라는 존재를 배제하려 한다면, 볼바에 의해 죽음의 운명을 뒤틀린 유메지도 목숨을 잃는다. 겉으로는 청렴결백한 체하는 순진한 여신에게는 짐이 무겁겠군, 하고 신은 웃었다.


"녀석들과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이라고 참고 있었다만, 이 이상 좋은 기회는 없겠지. 최소한의 의리는 다 했으니, 첩은 먼저 빠지도록 하지. ――게다가, 이 이상은 세련되지 않으니까. 후후, 대체 누구의 『사랑』이 이길 것인가. 육체에서 샅샅이 지켜보도록 하지."


그리고 변덕스러운 신이, 모처럼이니 이승의 음식이라도 먹으러 가볼까 하고 일어선 순간, 누군가가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아무래도 방에 가득 찬 이상한 공기를 감지한 것 같다. 그 뛰어들어 온 인물――히츠기 아이리는 이타도리의 모습을 한 무언가를 노려보며, 외치듯 말했다.


"카나에 짱!? ――너, 대체 그녀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이런, 귀찮은 일이 늘었군."


금방이라도 이쪽에게 덤벼들 것 같은 히츠기를 보고, 아무래도 놀러 가는 것은 아직 멀었구나 하고 볼바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침착하게, 야차의 무녀. 첩은 딱히 이 아이들을 해칠 생각은 없노니. 아니면 설명이 필요한가?"

"당신이 일방적으로 하는 말을 믿으라고? 웃기지 마."

"그럼 이 이야기는 끝이다. 썩 꺼져라. 힘을 잃은 무녀에게 위협당해봤자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으니."

"큭, 그건……"


그렇게 말하며 흥미를 잃은 듯 히츠기를 바라보는 무언가에게, 히츠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이곳이 병원만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정부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전원을 꺼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이 자리에서 전원을 켜고, 다소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방심한 틈을 타 눈앞의 무언가가 이타도리의 몸을 가지고 달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히츠기는 망설이며 마지못해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런 복잡한 표정을 짓는 히츠기를 코웃음을 치면서, 볼바는 낭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무엇부터 이야기를 할까――"




◆◆◆




그렇게 볼바는 담담하게 히츠기에게 경위를 설명했다.

유메지가 힘이 다해 죽어가던 것. 한탄하는 이타도리를 보고 볼바가 선의로 두 사람과 계약을 맺은 것. 기적의 대가로 적합한 것을 받아야 했다는 것 등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섞어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설명을 했다. 사실대로 말할 필요도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히츠기는, 볼바의 말을 의심하면서도 건강하게 잠들어 있는 유메지를 바라보며 「어쩌면 이 사람의 말은 사실이 아닐까」하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히츠기는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당신을 신용할 순 없지만, 성의가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처우가 결정될 때까지, 절대 여기서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라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아마 이 일이 자신의 재량을 넘어섰음을 깨닫고, 정부에 물어보러 가는 것일 것이다.

볼바는 그 등을 바라보면서, 「이런, 사육되는 개는 큰일이로군」하고 질린다는 듯 위를 올려다보았다.


"――흥이 깨졌다. 저 새끼 새가 올 때까지 쉬도록 할까."


볼바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감고 힘을 뺐다. ――이 계약이 있는 이상, 언제든 간섭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볼바는 이타도리의 정신 깊숙이 파고들어, 녹듯이 사라졌다.

그러자 육체의 주도권을 되찾은 이타도리가 눈을 떴고, 잠이 덜 깬 듯 주위를 둘러봤다.


"어라, 나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분명 신님이……"


그렇게 말하고 멍한 머리를 누르면서, 이타도리는 괴로운 듯 신음했다. ――금색의 빛이 눈앞에 다가올 때부터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신님, 하고 물어보듯 말을 걸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이타도리는 살며시 눈앞에 있는 유메지의 손을 만졌다.


"……따뜻해."


그 온도에 안도를 느끼면서, 이타도리는 천천히 침대에 머리를 기대었다.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내쉰다.


――꿈,이었던 걸까. 하지만 나데시코 짱이 무사하다면 아무래도 좋아.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타도리는 잠이 들었다. ――히츠기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숨을 헐떡이며 츠구미가 병실로 뛰어들어오기 수십 분. 조촐한 안녕의 시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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