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예정 조화
마지막 꽃을 베어냈을 때, 츠구미가 느낀 건 희미한 위화감이었다.
――정말 이걸로 끝인가?
운이 나쁘게 마지막까지 본체가 걸리지 않았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통계학으로 생각해 봤을 때, 마지막까지 당첨이 남아있는다는 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확률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꽃은 더미가 아닌 마지막 한 송이가 본체로 변질하는 타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의문은 남아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에 남은 것이 본체일 것인데, 전혀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사라지는 방식도 더미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고, 마핵 조각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랭크가 너무 낮아 마핵이 존재하지 않는 걸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다.
그렇게 츠구미가 어려운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삐삐삐하고 들고 있던 단말기가 울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하가쿠레입니다."
『――마수 대책실의 이나바입니다. 상황은 어떻게 됐나요?』
전화를 건 것은 이나바였다. ……잘 생각해 보면, 꽃을 구제한 것에 대한 보고를 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반성하며 입을 열었다.
"꽃은 무사히 구제했습니다. 다소 신경 쓰이는 점은 있지만, 완전히 소멸됐다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병원에서도 씨앗과 뿌리가 없어졌다는 보고가 올라왔으니, 이걸로 겨우 정리가 된 거 같네요. ――한번 이쪽으로 돌아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로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는데.』
그렇게 이나바가 묻자, 츠구미는 생각에 잠긴 듯 입가에 손을 얹고, 난처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마화 퇴치에 관여한 이상, 보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상처를 입은 유메지의 상태가 신경 쓰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히츠기에게 부탁은 했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그렇기에 츠구미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나바에게 거절의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직접 보고를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우선 아는 사람이 있는 병원에 들러도 괜찮을까요?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죄송한 듯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이나바는 「아아, 확실히 그건 걱징이죠」라 말하고, 병원에 가는 것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그 상냥함이, 조금이지만 마음이 괴로웠다.
츠구미에게는 마수만 정리하면 이 사건은 종료지만, 대책실의 직원들에겐 분명 지금부터가 진짜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개인적인 이유로 수고를 끼치게 하는 것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
……대책실의 사람들도, 그리고 마법소녀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희생자가 나온 것은 틀림없다. 앞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발표해 나갈지 알 수 없으나, 상층부로부터의 압력은 불가피해 보인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다.
츠구미는 속으로 깊이 감사하며 「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어쨌든, 씨앗은 사라졌어. ……유메지양,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유메지가 피격된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히츠기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은 최악의 사태는 아니라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불쾌한 예감이 가시지 않는다.
그런 불안을 느끼면서도, 츠구미는 유메지가 실려간 병원으로 전이했다.
◆◆◆
리놀륨으로 된 바닥을 종종걸음으로 달리며, 츠구미는 병원 접수처에서 들은 처치실로 향했다. 악수나 싸인을 요구하는 환자나 문병객들을 공손하게 거절하면서, 목적지로 서두른다.
그리고 구석진 복도에 이르렀을 때, 츠구미는 대기실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히츠기 씨?"
츠구미가 그 누군가――히츠기에게 말을 걸자, 히츠기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초췌한 모습으로 「하가쿠레 씨……」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옆에 있었는데도……"
"……혹시 유메지 양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히츠기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고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실은――"
◆◆◆
때는 츠구미가 병원에 도착하기 30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이제 글렀을지도 모른다.
그 작은 몸으로 몸을 찢는 듯한 아픔을 받으면서, 유메지는 뿌연 시야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지혈과 마취, 온갖 처치를 다 했지만, 그럼에도 이 절망스러울 정도의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꿈틀거리는 뿌리의 불쾌감에, 신경이 줄로 깎이는 듯한 통증. 그 고통에 기절조차 할 수 없다. 분명 그것이 이 뿌리의 특성일 것ㅎ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오래 끌며, 나쁜 감정을 먹고 힘을 기른다. 정말 질이 나쁜 마수다.
게다가, 유메지가 그 몸으로 맞은 씨앗은 두 개. 즉 받는 고통도 두배인 것이다. 보통이라면 발광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아픔을, 한 시간 이상 견딘 것만으로도 잘했다 해도 좋을 것이다.
존경하는 마법소녀――하가쿠레 사쿠라는 반드시 구해주겠다 했지만, 그것도 제시간에 맞출지 어쩔지 모른다. 하가쿠레는 유메지에게 있어 멋진 영웅이지만, 뭐든 할 수 있는 영웅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이다.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히츠기는 정부에 보고하기 위해, 전화가 통하는 장소로 갔기에 이 방에는 없다. 금방 돌아온다고는 했지만, 과연 어떨지.
――포기하고 싶었다. 끝나버리고 싶었다. 그 편이 지금보다 편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버틴 것은 옆에 소중한 친구가 있어서였다.
"부탁이야, 힘내 줘 나데시코 짱. 분명 하가쿠레 씨나 다른 사람들이 구해줄 거니까……!!"
훌쩍훌쩍 한심하게 오열을 흘리는 친구――이타도리 카나에는 매달리듯 유메지의 오른손을 잡고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이 소리가 없었다면, 벌써 모든 것을 내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미안한 짓을 해 버린 걸까, 하고 유메지는 생각했다.
그때, 싫은 기색을 감싼 꽃을 본 순간, 순식간에 몸이 움직였다. 이상하게도 무섭거나 하진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중한 친구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무엇 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상냥한 친구는, 자신을 감싸는 바람에 사람이 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분명 자신을 책망하고 괴로워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속죄를 하듯 마법소녀로서의 수라의 길을 택할 것이리라. 그런 미래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메지는 그런 건 싫다, 고 생각했다. 자신은 이타도리에게 그런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 그녀를 감싼 것이 아니다. ――그저, 행복해지길 바랬을 뿐이다. 앞으로 후보생으로 노력해, 마법소녀로 뽑혀, 빛나는 활동을 할 그녀에게 그런 어두운 그림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한탄해도, 자신은 곳 죽을 것이다. 아무리 기를 써도 이 이상은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이상 후회하지 않도록 행동해야겠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메지는 몸이 삐걱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얼굴을 이타도리를 향해 돌렸다. 그리고 잡혀있는 오른손을 느슨히 풀면서, 입가의 기구를 벗었다.
"나, 나데시코 짱!? 뭐 하는 거야!!"
유메지의 느닷없는 행동에 놀란 이타도리와 의사가 기구를 다시 씌우려는 것을 왼손으로 저지했다. 그리고 쥐어짜는 듯 한 쉰 목소리로, 유메지는 말했다.
"저기, 말이야. 약속, 해 줬으면 하는 게, 있어."
"무리하면 안 돼,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들어줘, 부탁이야. ――아마, 이게 마지막일 테니까."
필사적으로 달래려 하는 이타도리의 눈을 보고, 유메지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곤란해하던 이타도리의 눈에서, 주룩주룩 굵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싫어, 그런 유언 같은 말 하지 말란 말이야……"
간청하듯 계속 울어대는 이타도리를 바라보면서, 유메지는 쓰게 웃었다. 이래선 마치, 자신이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뭐, 그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리고 유메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이타도리를, 저주할 거야."
"――에?"
"앞으로, 이타도리는 내 몫까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자신을 탓하거나, 괴로워하거나, 죽음을 재촉하면 안 돼.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 이 말은 저주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강요하는, 최저 최악의 저주.
……살아 있기만 하라니, 그런 건 무른 생각이란 것도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살아 있으면 분명 무언가가 바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고민하고 있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은 많이 있으니까.
자신이 없어지더라도, 이타도리는 히츠기나 하가쿠레, 그리고 그 사람 좋은 오빠가 보살펴 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불안하지 않다. 나머지는 이타도리 자신이 전처럼 돌아가면 되니까. ――이타도리는 유메지에게 있어, 가족보다도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이타도리는 고개를 젓는다.
"싫어, 싫다구, 두고 가지 마, 부탁이니까……"
"미안해, ――정말 좋아했어, 카나에."
왼손을 이타도리의 뺨에 얹고, 그렇게 솔직한 마음을 말한다. 항상 솔직해지지 못하고 고집만 부렸는데, 이제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좋아하는 친구. ――가능하다면, 함께 어른이 되어가고 싶었다.
몸에서 통증의 감각이 사라지고,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이제는 눈꺼풀도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평온한 기분이었다.
작게 숨을 내쉬고, 힘을 뺀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할 때, 유메지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그대는 정말 그걸로 좋은건가?」
◆◆◆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지는 유메지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타도리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데시코 짱?"
흔들며 물어봐도, 예쁘고 반듯한 얼굴은 미동조차 없다. 평소 같으면 난폭하게 흔들지 말라고 화난 듯 말해 줄 텐데.
주위에 있던 의사들은 AED의 준비를, 이라던가 바이탈은, 이라던가 이타도리는 알 수 없는 것을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싫어."
――실은 알고 있었다. 유메지가 무리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프고 힘든데, 괴로운데, 여태껏 필사적으로 버텨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쉬게 해 주지 않으면 불쌍하다.
"싫어."
유메지는 마지막 말을 저주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그녀의 상냥함에서 온 것일 것이다. 유메지는 언제나 이타도리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자기 자신보다도 더.
"싫어."
그렇다면, 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유메지가 걱정하지 않게 열심히 행복하게 살며, 그녀의 몫까지 장수하며――
"그런 건, 싫어."
힘이 풀린 손을 잡으며, 내뱉듯 그렇게 말했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래도 좋다. 자신은 그저, 지금을 함께 살기를 원했다.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뿐인데.
"부탁이에요, 신 님. 나데시코 짱을 구해주세요. 부탁드려요, 제발, ――저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까."
기도하듯 두 손으로 유메지의 오른손을 감싸며, 떨리는 입술로 말을 이어간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중요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가. 적성이 있다, 재능이 있다. 그런 것은 운명 앞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이 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으면 좋을 텐데.
그런 간절한 부탁에 호응이라도 하듯, 천장의 전등이 흔들린다. 그리고 파앗 하고 큰 소리가 울리고, 방이 어둠에 싸였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는 불쌍하고 어리석구나
어딘가 멀리서, 그런 노파의 쉰 듯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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