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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46. 개입 이유

by 린멜 2021. 7. 24.


146. 개입 이유





" 【웨일스의 적룡】인가요? 분명, 아더왕 전설에 나오는 용……이었죠?"


츠구미는 그렇게 답했지만, 별로 자신은 없었다.

의무교육에서 어느 정도의 신화나 전설은 이수했지만, 그 무렵의 츠구미는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에 주요 인물 이외의 이야기까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자 야마부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하가쿠레 씨 말대로 아더왕 전설의 붉은 용이 맞습니다. 웨일스의 지하에 하얀 용과 함께 묻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브리튼의 화신――그게 이번 적입니다."

"……그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군요. 수호신 같은 존재에게 습격을 받다니."


츠구미는 미묘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과거의 영국――브리튼 섬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붉은 용. 그것을 본뜬 마수에게 공격을 당하다니, 영국 시민들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테라스……는 과하니까, 야타가라스의 화신이 크게 날뛰는 정도의 충격이겠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렇게 말하자, 야마부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게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습니다. 이 마수가 런던에 나타났을 당시에는, 그저 불그스레한 작은 용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엔, 아무도 그것을 웨일스의 적룡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그런 호칭이 붙은 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옆에 있던 토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겹쳐 본 거구나. 그 갈색 용과 붉은 용을."

"네. 그 말대로입니다, 토노 씨."


그렇게 말한 둘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츠구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당황해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자, 왼쪽 옆에 앉아있던 직원이 귓속말로 설명을 해 주었다.


"하가쿠레 씨. 그 마수가, 몇 번이나 같은 모습으로 런던에 출현했다는 건 이야기했죠. 즉 영국 사람들은 그 용을 몇 번이나 보는 사이에 【웨일스의 적룡】이라 생각하게 된 거죠. 뭐, 군이 그 용을 쓰러뜨리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만."

"……하코네의 아시노 호수 이레귤러 건과는 반대군요. 그건 원래 있던 전설이 마수에게 이용당해, 다른 것에 덮어씌워진게 원인이었으니까."


하코네의 아시노 호수에선, 그 땅에 있던 구두룡 전설을 바탕으로 라돈이 구체화되었다. 이번 붉은 용은 요컨대――영국 시민들의 불안이 만들어 낸 괴물인 것이다. 강한 게 당연하겠지.


"그렇습니다. 뭐 마수는 인간의 두려움을 읽어 형태를 만드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쓰러지지 않는 한 같은 장소에 출현한다는 특성을 가진 이레귤러가, 런던에 모인 공포――붉은 용의 모습을 모방하는 건 당연한 일인 것이겠죠."

"처음에 나타난 것이 용이었던 것도 운이 나빴어. ……그러고 보니, 내 기억이 틀렸다면 미안하지만, 런던의 문장도 용이었던 거 같은데. 어쩌면 처음부터 용이 나올 소지는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이 얼마나 귀찮은……"


직원과 토노의 설명을 들은 츠구미가 엄살을 부리자, 크흠 하고 야마부키가 헛기침을 했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하가쿠레 씨."

"또 있나요?"

"네. 저도 이곳에 와서 알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저희를 부르라고 영국에 조언한 건――바티칸인 것 같습니다."

"바티칸? 으음, 영국에 기독교인이 많아서일까요?"


츠구미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적대관계에 있는 바티칸이, 일부러 다른 나라 일로 일본에 협력을 구한다?

그것마저도 이해하기 힘든데, 이번 일에 바티칸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츠구미가 의아한 듯 그렇게 말하자, 야마부키는 보기 드물게 표정을 구기고 씁쓸한 얼굴로 츠구미 일행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그 사진에는, 런던의 거리를 파괴하고 있는 붉은색의 삼두룡이 담겨 있었다.


"옛날 괴수 영화에서 이런 드래곤이 나오는 게 있었던 거 같은데. 분명 킹기――"

"머리가 늘었네요."

"응, 늘었네."


옆 직원의 중얼거림을 무시하며, 토노와 그렇게 말한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형상이지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웨일스의 적룡】을 모방한 것 치고는 조금 이상한걸. 그 용은 머리가 세 개라는 일화는 없었던 거 같은데."


토노가 이상한 듯 그렇게 말하자, 야마부키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바티칸이 개입한 이유입니다. 그들은 두려운 겁니다. 이 용이 계속 변질되어, 묵시록에 나오는 일곱 머리의 붉은 용――사탄의 화신이 되는 것을."

"……이 마수의 특성과, 기독교가 많은 것이 화근이군요."

"뱀이 다니는 길은 뱀이 잘 알고, 이교도에게는 이교도를. 그리고 마수에게는 마법소녀를. ……그들이 생각할 법한 일이네요."

"흐응, 그들이 막무가내로 우리를 소집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일부러 위가 아닌 이 나를 내보낸 이유도 말이야. ――요컨대,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치라는 걸까. 확실히 그렇다면 우리의 이해도 일치하겠네. 이 용이 진화해 유럽을 멸망시키고 그대로 일본으로 건너와도 곤란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토노는 어깨를 으쓱했다.


반면 츠구미는 약간 새파래진 얼굴로 삼두룡의 사진을 쳐다봤다.


――요한의 묵시록에 나오는 붉은 용. 일곱 머리에 일곱 개의 왕관을 쓴 그 용은 사탄의 화신이라 일컬어진다.

만약 그런 것이 만반의 체제로 구체화된다면 아마 A급의 틀로는 부족할 것이다. 불사살(不死殺し)의 힘을 가진 하가쿠레 사쿠라도, 대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약할 때 공격하는 것이 좋다, 는 건 츠구미도 찬성한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묵시록과 사탄이라는 울림이, 어째선지 정겹게 느껴졌던 것이다.

어쩌면 옛날에 읽은 만화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공포를 읽어 변질해가는 마수. ――그야말로 사람의 업이 만들어 낸 괴물이군요. ……정말이지, 이래서 종교는 귀찮다니까요."


츠구미는 그렇게 내뱉듯 말했다.

――이 자리에 벨이 없어 천만다행이다. 벨이 있었다면 필시 큰소리로 비웃으며 문자 그대로 스스로 퍼뜨린 교의 때문에 무덤을 판 종교를 바보 취급했을 것이다.

그런 츠구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노는 툭툭 가볍게 츠구미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쨌든 그 마수가 신의 적이라는 특성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이상――내 불은 잘 타오를 테니까 안심해도 돼. 이 런던을 떠들썩하게 하는 악몽도 내일이면 끝. ――전부 이 내가 숯덩이로 만들어 줄테니까."


토노는 그렇게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의지가 되긴 하지만, 조금 두려움도 느낀다. 사람은 대피해 없겠지만, 거리마저 불태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믿음직스럽군요. ――이다음은 영국 쪽 군인들이 내일 설명을 해 줄 것입니다. 아까 전 하가쿠레 씨가 그렇게 위협했기에 이상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각자 경계는 잊지 말아 주십시오. 웬만한 건 신기성으로부터 지급받은 보호 부적으로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으니까요."


시원스레 그렇게 말하는 야마부키에게, 츠구미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잠깐만요. 그런 게 있다면, 그때 내가 움직이지 않았어도 괜찮았던 거 아닌가요?"


구태여 츠구미가 악역을 자청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게 있었다면 총을 맞아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츠구미가 경멸하는 눈으로 그렇게 주장하자,, 야마부키는 주눅 들지 않고 「말할 틈도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어느 정도 힘을 보여주는 게 이쪽도 움직이기 쉬워지니까」라 말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쪽에 상담을 해 줬으면 한다. 서두르다 손해를 봤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를 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갑자기 생각난 듯 야마부키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야마부키 씨. 이번 숙소는 아마 이 호텔이 될 것 같은데, 식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역시 저런 적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안 이상 그쪽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건 위험하다 생각하는데요."

"그렇군요……제2진에 독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부르려 합니다만, 그래도 식사는 일본에서 가져오는 게 좋겠죠. 그 편이 안전하니까."


야마부키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것을 들은 츠구미는 이상하다 생각했다.

호텔의 큰 방에 있는 전이진은 하루 두 번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수십 명 분의 음식을 일본에서 영국으로 가져올 것인가.


츠구미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득 자신에게 시선이 쏠려있음을 깨달았다.


"저기, 왜 그러시죠?"


츠구미가 조금 겁에 질린 듯 그렇게 묻자, 야마부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아뇨, 정말 운명적인 만남은 존재한다 생각해서요. ――하가쿠레 씨는, 생물 의외라면 거리 제한 없이 전이가 가능했죠? 이쪽에서 본국에 음식을 실은 카트를 준비해달라 전할 테니 나중에 가지러 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야마부키가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 당신들이 쓸 수 있는 사람은 뭐든 사용하는 그 자세 싫진 않아요. 매우 합리적이니까요."


그렇게 빈정대며 말하자, 야마부키는 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뭐,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건 하가쿠레 씨니까요. 식사 조달 정도는 협력해 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굶을 거라고요."

"저, 전 딱히 많이 먹는 건 아니거든요. 삼가야 할 땐 삼가니까……"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머쓱한 듯 눈을 돌렸다.

츠구미도 TPO 정도는 알고 있다. 영국이라는 이국의 땅에서, 여느 때처럼 한없이 식사를 할 리 없잖은가.


"그럼. 이 이야긴 이것으로 끝이구나. 나중엔 그 심약해 보이는 외교관 아저씨가 부르러 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걸까."


토노가 그렇게 묻자 야마부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 뒤엔 식사를 하고, 2진을 맞이한 뒤, 사무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호텔에서 쉴 계획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때까진 긴장을 풀지 않도록 노력할게. 물론 하가쿠레 씨도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토노를 바라보고, 츠구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고 있어요."

"그럼 다행이고. ――어머, 아무래도 손님이 왔나 본데."


토노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노크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바턴입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라는 소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방금 전 그 외교관이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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