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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50. 무녀의 독백

by 린멜 2021. 8. 28.


150. 무녀의 독백




츠구미가 방에서 사라진 뒤, 토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자는 척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잠이 얕게 들었던 것이다. 토노가 창문을 여는 희미한 소리에 눈을 떠 버린 것은, 나간 츠구미에게도 예상 밖이었을 것이다.


토노는 잠결에 멍하니 참문 쪽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 애는, 정말 상냥하구나. 호인이고, 밀어붙이는 데 약해서, 붙잡힌 손을 뿌리치지 못해. ――그런데, 어째서 그런 올바른 인간이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


토노는 그렇게 말하고 슬픈 듯 눈을 내리깔았다.


나나세 츠구미는, 평범한 생활을 알고 있는 성실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토노는 더욱 가여웠다.

츠구미의 안에 존재하는, 사신의 잔재. 그것은 언젠가 그의 몸을 먹어치우고, 이 지상에 파괴와 혼돈을 초래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어떤 타협을 하든, 츠구미의 목숨은 별로 남지 않았다.


――그래, 그야말로 토노 스미레와 마찬가지로.


"내게 남겨진 시간도, 앞으로 4년 정도. ……그게 지나면 마법소녀를 은퇴하고 본래 의무를 다 해야만 해. ――차세대의 아마테라스의 그릇으로서."


그렇게 조용히 고하고, 토노는 두 손을 기도하듯 맞잡았다.


토노 스미레는, 아마테라스의 그릇――제물이 되기 위해 조정된 디자인 베이비이다. 이것은 신기성 안에서도 고 랭크의 기밀이며, 상층부만이 그 자세한 경위를 알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도에 어긋나지만, 그것은 전부 대의를 위해서이다.


아마테라스의 힘은 국민 신앙의 힘에 의해 향상되어, 해마다 강력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의 몸――강도가 낮은 분령체로는 그 방대한 힘을 제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분령체가 파괴되면 결계는 부서지고 또다시 일본은 혼돈의 시대가 온다. 이를 막기 위해 고안한 것이, 임시 육체 그릇이다. 당시의 술사들은 분령체를 육체로 덮어 줌으로써, 데미지를 대신하는 갑옷을 만들자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아마테라스의 부하인 신들도, 그 술사들의 계획을 반겼다.

애당초 옛 신들에게 있어서, 무녀라는 것은 말을 잘 듣는 하인이다. 그런 무녀를 일회용 그릇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 칭찬할 순 있어도, 무녀를 불쌍히 여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비인도적인 계획이 시작된 것은, 약 25년 전.

――아직 사쿠라 아카네가 생존해 있을 당시, 술사들은 아마테라스의 그릇――명예로운 제물 역할을 사쿠라 아카네에게 시키려 획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딱히 술사들이 사쿠라 아카네에 대해 악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술사들에게 있어서, 그 영웅에게 있어서 그것이 최고의 명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의미로, 선의가 서로 엇맞물린 것이다.


하지만, 사쿠라 아카네는 도망쳤다. 게다가 하필이면――아마테라스의 심복인 야타가라스의 도움을 받아서.


아마테라스는 그 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용서한 것인지, 아니면 상관이 없는 건지. 그것은 범인인 토노는 알 수 없다.

문제는, 그 도망의 여파에 직격 당한 인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테라스의 그릇의 두 번째 후보. 술사로서 우수하고, 마법소녀의 재능도 뛰어났던 아름다운 여성. ――토노 스미레의, 유전자 상의 모친이다.


그녀는 조정된 아이인 토노를 낳은 뒤, 아마테라스의 그릇으로 생을 마쳤다. ……아니, 몸은 아직 살아 있지만, 인격도 영혼도 모든 것이 아마테라스에 의해 덧칠되어 버렸다. 그것은 이미 사람이라 부를 수 없다.


그리고 그 그릇의 딸인 토노는, 기밀을 아는 무녀들에 의해 철저히 관리당하며 자랐다.

제물이 되는 것에 의아해 하지 않게끔 좁은 세상에서 살았으며, 아름다운 용모를 이용당해, 싫지만 할 수 없이 정치를 거들었다. 그 덕분에 어른을 상대하는 몸가짐은 익혔지만 토노는 줄곧 고독했다.


존귀한 몸이라 칭송을 받고, 이상한 사상을 품지 못하게 또래 아이들과는 분리되어 자랐다. 어릴 적 토노의 주변에 있던 인간은, 기계와 같은 미소를 짓는 아마테라스의 광신자와, 이익을 추구하는 추잡한 어른들 뿐. 그런 인간들 속에서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런 토노를 불쌍히 여겼는지, 토노가 15살――평범한 사람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해에, 야타가라스에게서 「마법소녀가 되지 않겠나」라는 권유를 받았다.


……분명 야타가라스는, 사쿠라 아카네를 도망치게 함으로써 그 업을 이어받은 토노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일 것이다.

감시역인 무녀는 거절하라 했다. 그럼에도 반대를 무릅쓰고 야타가라스의 손을 잡은 것은, 바깥세상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이 나 뛰쳐나온 세계는 생각보다 가혹했다.

일상적으로 동료――마법소녀는 죽어가고 있고, 마음이 부서져 떠난다. 때로 친하게 이야기하게 된 소녀도 있었지만, 자란 환경의 차이도 있어 친구가 될 순 없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질투가 났던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과는 다르게, 인생을 좋을대로 선택할 수 있는 소녀들. 나이는 비슷한데, 정해진 레일을 달리고 있는 토노에게는, 그 모습이 너무나 눈부시게 보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자유분방하게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울적한 마음을 안으며 토노는 한정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도중에 야타가라스에게 명령을 받은 일――나나세 츠구미와의 접촉은, 토노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토노와 마찬가지로, 신의 그릇이 되기 위해 태어난 불우한 소년. 본인은 분명 모를 테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 그 목숨이 떨어지는 것조차도 토노의 처지와 비슷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공통점. 토노가 츠구미에게 흥미를 가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극장에서 이야기할 땐 평범한 소년처럼 보였다.

――푸드코트에서 만났을 땐 성실하게 일상을 사는 그가 샘이 났다.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눴을 땐, 어차피 둘 다 죽을거라며 사양하는 것을 관뒀다.


억지로 떠맡기듯 친구를 자처하고, 동경을 강요하며, 몹시 제멋대로 말했다. 딱히 어이없어해도 좋다. 어차피 츠구미가 어떻게 생각을 하든, 둘 다 몇 년 후에 죽으니까. 그렇다면 후회 없이 사는 편이 훨씬 낫다.


――하지만 츠구미는, 그런 제멋대로은 토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이, 정말 기뻤던 것이다.


시한부 친구.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의 짧은 관계. 운이 나쁘면, 토노가 사신에게 집어삼켜진 츠구미를 죽이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딱히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작은 소리로, 그렇게 투덜거린다. 무녀들의 감시가 있을 땐 이런 말은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토노는 아마테라스의 그릇이 되는 게 딱히 싫은 것은 아니다. 그릇이 되는 것 자체는 매우 명예로운 일이며, 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마음은 별개였다.


――실은, 츠구미가 말했던 것처럼 친구들과 방과 후에 노래방을 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그런 일상을 자신도 체험해 보고 싶었다. 사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꿈이기 때문에, 눈부셔 보인다.


――츠구미는 상냥하니까, 분명 토노가 부탁하면 웬만한 건 다 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토노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츠구미가 친구에게 상냥한 선인이기 때문이다.


토노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토노에게 있어서 츠구미는 유일한 친구(동족)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조금은 슬프지만, 가장 우선시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토노가 사쿠라 아카네의 딸인 나나세 치도리에게 불편한 의식을 갖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쿠라 아카네가 도망치는 바람에, 토노의 운명은 태어나기도 전에 결정되고 말았다. 그 원인이 된 여자의 딸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불만을 가지고는 있다. 자신은 츠구미에게 있어서 그 밖에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인데, 나나세 치도리만은 그의 특별한 사람이다. 피도 이어지지 않은 주제에,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다.

조금 전 츠구미에게 「치도리씨는 가족이 아니잖아?」라 신랄한 말을 건넨 것은, 그런 불만 때문이었다.


"……그 애는 질색이야. 왜냐면, 혼자만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건 치사한걸."


――차라리 이 역할을 그녀가 대신했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원래는 부모가 그릇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이번에는 딸이 그릇이 되어도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해도, 말로는 꺼내지 않는다.

그것을 입 밖에 내면, 자신의 존재 의의가 없어져 버리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결국, 이제 와서 어떻게 하겠어. 하아, 싫다."


아무리 한탄해도 토노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사신의 그릇(츠구미)의 운명도.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하는 게 나 혼자만이 아니라서 안심했어. ――서로 죽을 때는 달라도, 분명 금방 저승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불합리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조금이지만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라고 토노는 생각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조금쯤은 어두운 처지를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둘 다 조만간 죽을 테니까. 그때까지는――어린애처럼 즐겨도 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후후, 다음에는 뭘 하고 놀까. 정말, 기대된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평온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 건 오랜만이었다.


스르륵 떨어지듯 의식이 물밑으로 가라앉아 간다. 토노가 잠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한편, 토노가 다시 잠들 무렵, 안뜰에 내려간 츠구미는 의외의 인물과 마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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