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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49. 비밀의 밤 대화

by 린멜 2021. 8. 22.


149. 비밀의 밤 대화





몰래 집으로 돌아와 파카로 갈아입고 과자를 들고 토노가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온 뒤 서로 마음에 드는 과자를 집어 들며 토노와 츠구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목욕을 마친 토노는 눈에 해로웠지만, 츠구미는 「이건 어린 여자애, 이건 어린 여자애……」라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이르며 평정을 유지했다. 이건 자신의 매력을 알면서 추파를 던지는 메부키보다도 더 귀찮다.

참고로 경칭을 생략하고 부르라 한 이름에 대해선, 협의의 결과 【스미레 씨】로 정리되었다. 경어를 제어하는 것은 차츰차츰, 이라고 해 보류했다.

……원래 츠구미는, 치도리――가족 이외의 이성을 경칭을 생략하고 불러 본 경험이 없다. 아무리 본인이 그렇게 부르라 해도, 아무래도 민망함과 저항이 있다.

그렇게 츠구미가 말하자, 토노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치도리 양과 당신은 피가 섞이지 않았으니, 가족은 아니라 생각하는데?」라는 뼈아픈 한마디를 날렸다.

……사실이긴 하지만, 이 타이밍에 떠올리지 않아도 될텐데.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그렇지만 치도리는 내게 있어선 가족이니까……」며 우겼다.

토노――야타가라스의 관계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치도리는 츠구미에게 있어서 소중한 가족이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치 않는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조금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흥미를 잃은 듯 말을 흘렸다. 뭐, 토노에게 있어선 사소한 의문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 대화를 주고받은 후, 토노가 츠구미에게 말을 하라 강요한 건 츠구미의 평소 생활에 대해서였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나, 반 친구와의 타애없는 대화, 그리고 동성 친구와의 대화 등을, 토노는 만족스러운 듯 듣고 있었다.

츠구미에게 있어서 그런 이야기는 들어봤자 딱히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토노가 즐겁게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 중에 츠구미가 과거의 실패담――유키타카가 얽힌 사건으로 상급생으로부터 교내를 뛰어 빠져나가 도망친 이야기를 하자, 토노는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후후, 츠구미에겐 재밌는 친구가 많구나. 그래서, 도망치기 위해 2층에서 뛰어내린 뒤엔 어떻게 됐어?"

"당연하게 다리를 접질려 병원에 보내졌죠. 나중에 오해였단 것을 알고 상급생에게 사과를 받았지만, 소란을 피운 장본인은 결국 깔깔 웃기만 하더라고요……"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재밌는 이야기 보따리는 별로 없지만, 유키타카와 관련된 재난에 대한 이야기라면 썩어 넘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웃어준다면, 고생한 보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하다 밤도 깊어졌을 무렵, 토노는 후아아, 하고 조심스러운 하품을 했다. 아무래도 이제야 겨우 졸음이 오는 것 같다.

무리도 아니다. 시차를 포함해, 20시간은 깨어 있는 것이다. 슬슬 자지 않으면 내일에 영향을 끼치겠지.


"이제 자는 게 좋아요.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츠구미가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슬픈 듯 눈을 내리깔며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모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야기 같은건 언제나 할 수 있잖아요. 친구니까, 예정이 맞는다면 그 정도는 어울려 줄 수 있어요."

"……정말? 괜찮아?"

"물론 괜찮죠. 아, 하지만 유키노 씨 때처럼 무리한 행동은 하지 말아 주세요. 느닷없이 불려 가는 건 아무리 저라도 곤란하니까."


츠구미가 덧붙이듯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멍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윽고 쿡쿡 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뭔가가 웃음점을 건드린 것 같다.


"후후, 그렇네.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토노는 그렇게 말하고 「양치질 하고 올게」라 하고 일어섰다. 아무리도 기분은 풀린 것 같다.


그 후, 츠구미는 과자 잔해를 치운 뒤, 잠자리에 든 토노를 보고 방을 떠날 생각을 하였으나, 츠구미가 돌아가려고 뒤를 돈 순간, 덜컥, 하고 몸이 흔들렸다.

의아한 듯 돌아보니, 침대에 들어간 토노가 츠구미의 소맷자락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 스미레 씨?"


츠구미가 이상한 듯 말을 건네자, 토노는 토라진 듯 츠구미를 보며 말했다.


"내가 잘 때까지 함께 있어준다는 약속이었잖아?"

"……아니,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요. 깨어 있는 녀석이 옆에 있으면 자기 힘들지 않나요?"

"난 신경 안 써. 그러니까――내가 잠들 때까지 손을 잡아 줘. ……그거면, 충분하니까."


토노는 그렇게 말하고 간청하듯 츠구미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츠구미는 「또 어린애 같은 조르기를……」이라 생각했지만, 토노의 불안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토노 스미레는, 츠구미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어린 아이】일지도 모른다.

감금당한 듯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른들에게 행동을 관리당하며 살아왔다. 그것은――유소년기의 츠구미의 처지와 많이 비슷했다.


……아아, 그래서 토노는 이렇게나 내게 경계심이 희박한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츠구미는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토노는 츠구미의 과거를 알고 있다. 분명 토노에게 있어서 츠구미는 같은 경험을 한 동료인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나, 경계심을 갖지 않고 다가온다. 정서가 성장하지 않은 아이처럼.


――츠구미는 치도리가 손을 잡아 주었지만, 토노에게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비수에 찔린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마치――또 다른 나를 보는 듯했다.


그래서 츠구미는, 붙잡힌 손의 반대 손으로 토노의 손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스미레 씨가 잠들 때 까지 함께 있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토노를 안심시키듯 웃었다.

――율리고 뭐고 알 바냐. 지금 이 자리에서는, 단 한 명의 친구로서 곁에 있자. 자신의 손이 그날의 치도리처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바닥에 앉으며, 토노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자 토노는 안심하며 기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고마워」라 했다.

조심스레 이어진 손은, 서서히 열을 띠어 간다. 그 열을 느끼며, 츠구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서로 말도 없이, 똑딱똑딱 시계바늘 소리만 방을 울린다. 츠구미는 그런 정적이 싫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츠구미는 토노가 규칙적은 숨소리를 낼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장식품처럼 있었다. 15분 동안 그러고 있었는데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몸이 조금 아프다.

츠구미는 잠든 토노의 손에서 살며시 자신의 손을 빼내고, 토노의 얼굴 위에 걸려 있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치워줬다. 색색 하고 아이처럼 안심한 듯 잠든 모습은, 언제나처럼 늠름하던 토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토노의 모습을 확인한 츠구미는 작게 숨을 내뱉었다. 이제야 겨우 풀려나는 듯 하다. 이대로 곧바로 전이를 써 집으로 돌아가도 좋지만, 머리를 조금 식히고 싶은 기분이었다.


――분명 어떤 인간에게도, 캐물어지고 싶지 않은 과거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토노의 처지는 너무나도 가여웠다.

그렇다 해서 츠구미가 그 과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이야기를 듣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츠구미는 자신의 쓸모없음을 자조하며, 머리를 박박 긁었다.


"……잠깐, 안뜰이라도 볼까."


그렇게 말하고, 물이 든 페트병을 들고 베란다로 나간다. 상층에 있는 룸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밤하늘이 보였다. 그 아래로는 잘 관리된 안뜰이 보인다.


츠구미는 아래 상황을 확인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대로 실을 도르래와 쿠션처럼 사용해 소리도 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간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아메리카 코믹스의 히어로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뜰에 내려선 츠구미는, 안뜰 주위를 훑어보고는, 분수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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