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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45. 어떤 소문과 용

by 린멜 2021. 7. 9.


145. 어떤 소문과 용




그렇게 말한 소녀――토노 스미레라 밝힌 그 여성은, 야마부키에게 재촉하듯 에드거의 앞에 섰다.


"토노 씨. 이쪽은 외무성의 에드거 바턴 씨입니다. 이번 원정 임무의 영국 총책임자입니다."

"그래. 당신이 우리에게 골칫거리를 떠맡긴 원흉이라는 거구나. 뭐, 짧은 시간이지만 잘 부탁해."


토노가 뺨에 걸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거만하게 말했다.

본래라면 그 난폭한 대응에 분노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에드거는 토노가 가진 타고난 기품에 압도되어 있었다.

발놀림에서 표정, 말투에서 손끝의 움직임까지 비정상적으로 완성된 왕자의 몸놀림. 마치 어느 왕족이라도 상대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 에드거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에드거만이 아니다. 다른 직원이나 관광 유람으로 이 자리에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강자들조차, 이 젊은 여성의 일거일동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서, 토노와 같은 옷을 입은 늘씬한 소녀가, 미소를 띤 채 무슨 말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 다갈색의 눈에 드리워진 어둠 같은 허무에, 에드거는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이쪽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한순간에 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긴장감. 이 자리의 지배자는 틀림없이 저 소녀들이었다.


――이것이, 일본 최고 전력인가. 우린 좀 만만하게 본 것 같군.


에드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어느 관계자의 강력한 권유로 의회는 일본에서 마법소녀를 부르는 것을 선택했는데, 이것은 정말로 국가에 초청해도 괜찮은 생물이었을까. 그런 후회가 마음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에드거는 그 동요를 가까스로 눌러 죽이며, 웃으며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린 일본 정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우리의 사정으로 여러분을 부른 것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앞은 그대들의 나라의 기적에 의지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서……"

"사과는 딱히 필요 없어. 그런 건 내가 아니라 협상 담당자인 야마부키에게 해 줘. 우린 그저 마수를 죽이러 왔다――단지 그뿐이야."


토노는 그렇게 말하고는, 새침한 얼굴로 에드거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야마부키가 살며시 토노 앞에 서서, 비호하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Mr. 바턴. 그녀들은 첫 외국행이라 조금 날이 선 듯합니다. ――게다가,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 쌓이는 것도 낯설고 말이죠."


야마부키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 인물들을 둘러보았다. 그 견제하려는 듯한 행동에, 이쪽을 지켜보던 외국 외교관들이 어깨를 움찔했다.


"이 뒤에는 국방부에서 마수에 대한 설명이 있는 거죠? 이 이상 그녀들의 기분이 나빠지기 전에, 빨리 이동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야마부키의 제안에, 에드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 아아. 그럼 일본에서 오신 분들은 옆 회의실로 이동해 주십시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에드거가 그렇게 말하고 걸어가려는 순간, 방 안에 있던 젊은 외교관 한 명이 움직였다.


"……잠깐, 괜찮을까요? 전 그들에게 꼭 물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젊은 외교관――에드거의 부하인 남자 리처드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진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드거가 말릴 사이도 없이 리처드는 토노 앞에 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현재 영국에선, 당신들――일본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아니? 전혀."


토노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리처드는 노려보듯 토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런던의 현상은, 일본의 마녀가 보낸 마수에 의한 짓이라고 진지하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30년이 지나면서 마수를 조종하는 법을 터득하고, 일찍이 자신들을  버린 나라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고. ――마법소녀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 당신들은 정말 바보구나. 마수를 조종하다니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시시한 소문이라 생각해."


토노는 쿡쿡 웃더니, 리처드를 바보 취급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


……에드거 역시 그 소문을 들은 적은 있지만, 결국은 황당무계한 가십이다.

시가의 시민――특히 정신이 피폐해진 런던 시민들은 그러한 소문에 휩쓸리기 쉬운 경향이 있지만, 일본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미 옛날에 세계는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싫으면서도 영국과 협력하는 체제를 보이고 있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


……뭐 매치 펌프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영국군에게 런던에 나타난 마수――붉은 용을 쓰러뜨릴 힘은 없다.


일본에서 마법소녀를 부른다는 것은 에드거 자신도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괴물에는 괴물을――즉 일본의 마법소녀에 의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에드거는 한숨을 내쉬며 리처드에게 다가갔다.


"리처드. 이제 됐겠지, 그쯤에서――"

"――내 여동생은, 지난달 런던에서 나타난 마수에 의해 죽었다."


리처드는 에드거의 만류를 뿌리치며,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여동생은 실려간 병원에서, 헛소리처럼 『마녀가 있었다』고 소리 질렀다. ――정말 너희들이 소행은 아니겠지!?"


그건 통곡과 같은 외침이었다.

이 젊은 외교관이 마수의 습격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그 뒤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육친의 죽기 직전의 말을 믿고 싶은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밖에 그런 목격이 있지 않은 이상, 그의 여동생의 그것은 단순한 헛소리이다.


그에 대해 토노는, 불쾌하다는 감정을 숨기지도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 없는 모욕은 그만해 주면 안 될까? 듣자 듣자 하니 귀에 거슬리는데."

"대답을 못 하는 건가? 아니면 정곡을 찔려서 할 말이 없는 건가?"

"흐응? 그렇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당신은 믿지 않을 거잖아? 처음부터 흑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뭐라고?"

"하아, 이런 불쾌한 일을 겪느니 그냥 돌아갈까? 결국은 먼 나라의 일. 본래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맘대로 하면 돼."

『크윽, 이 마녀가……!』


내뱉듯 그렇게 말하는 토노에게, 영어로 욕설을 내뱉은 리처드가 토노를 향해 달려들듯 오른손을 뻗었다.


그 순간――토노의 뒤에 있던 소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소녀는 지휘를 하듯, 오른팔을 들어 그대로 옆으로 베어 넘기듯 팔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리처드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큭, 커억……!』


바닥에 쓰러진 리처드가 신음하듯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무릎을 껴안았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다리가 크게 부운 것처럼 보인다.


뚜벅뚜벅 구두 소리를 울리며 늘씬한 소녀가 쓰러진 리처드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신음하는 리처드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는 투로 말했다.


"――정말, 착각이 심하네요. 이상한 트집 잡지 말아 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고 불쑥 손가락 놀이를 하듯 소녀는 담담하게 손을 움직여 간다.

소녀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우두둑, 하고 리처드의 오른쪽 어깨에서 싫은 소리가 나며, 축 늘어진 오른팔이 지면을 향해 뻗는다.

소녀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왼쪽 어깨 관절이 빠졌다.

소녀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턱관절이 빠져서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소녀가 손가락을 움직――


"그만두는 게 좋아 하가쿠레 씨. 인간이란 의외로 아픔에 약하니까. 이런 일로 부서져도 곤란하잖아?"


소녀의 행동을 막듯이 토노는 하가쿠레라 불린 소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하가쿠레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는 무기질적인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느닷없이 공격을 받아서 과민 반응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관절을 뺀 것이기 때문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 깔끔하게 끼우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토노를 따르는 개처럼 담담하게 그렇게 말한 하가쿠레는, 유유히 인형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 잔잔한 미소에, 에드거의 손이 떨린다.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사람 하나를 파괴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잔학함과 잔잔함 같은 온화함이 동거하는 정신성이 두렵다. 차라리 말 없던 병기 쪽이 낫다.


그렇게 에드거가 미지의 공포에 떨고 있자, 야마부키가  에드거 앞에 서며 말했다.


"――곤란하군요, Mr. 바턴. 부하 관리는 잘하셨어야죠. 그녀들은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재들입니다. 무단으로 만지려 하시면 곤란해요. 이번엔 이쪽도 과민 반응했으니 덮어두겠지만, 앞으로는 조심해주시길."

"며, 면목이 없네. 그에게는 단단히 타일러 두고말고. 그, 서, 설마 그들이 이대로 돌아가거나 하는 건……"


에드거가 조심스레 그렇게 묻자, 야마부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돌아가지 않습니다. 시킨 일은 제대로 할 겁니다. ――하지만 저흰 먼저 회의실이 아닌 대기실 쪽으로 가겠습니다. 마수에 대한 회의는, 그 후에 차분이 진행하도록 하죠."


야마부키는 에드거에게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선도하듯 토노 일행의 앞에 서서,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일본에서 온 자들이 모두 문 밖으로 나가고, 쾅, 하고 방의 문이 닫힌다.

에드거는 쓰러져 기절해 있는 리처드의 무참한 모습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최, 최악이다…… 이 일을 위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냐……』




◆◆◆




한편, 빠르게 다른 장소에 있는 대기실로 들어간 일행은, 난처한 듯 얼굴을 마주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얼굴색이 안 좋은 사람――하가쿠레 사쿠라는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로 신음하듯 말했다.


"설마 정말로 싸움을 거는 사람이 있다니…… 저희, 일단은 불려 온 측 맞는 거죠? 이대로 여기에 있어도 정말 괜찮은 건가요?"


――운이 나쁘면 반의를 가진 자들의 습격 가능성도 있다, 고 사전 회의에서 들었다.

그렇기에 츠구미는, 영국으로 전이된 순간부터 극소의 보이지 않는 실을 광활하게 둘러쳐 경계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 결과가 저것이다.


……이쪽은 불려 온 측일 텐데, 어째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장래가 불안하다.

츠구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마를 누르고 있는데, 토노가 울적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네, 확실히 유사시에는 상대를 상처 입히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당신이 움직이라 했지만, 설마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뭐 죽은 사람이 없는 게 다행 아닐까. 하가쿠레 씨는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하지만."


토노가 그렇게 말하자, 주위에 있던 직원들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건 좀……」 「솔직히 쫄았어요」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불쌍했지」 「실로 구속하기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모처럼 열심히 움직였는데 다들 너무하다.


하지만, 츠구미 역시 할 말이 있다.

츠구미는 의자에 앉아, 양손을 얼굴 앞으로 깍지를 끼고는 온순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는 잠자코 있었지만, 그 사람 왼쪽 가슴 주머니에 소형 권총을 몰래 갖고 있었습니다. 일단 권총은 사용할 수 없게 파괴해 두었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게 무력화 해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역시 유혈사태는 어떨까 싶어서 피했지만요."


츠구미가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조금 망설이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적이라면 이야기는 별개다.

무기가 되는 권총은 파괴했지만, 맨몸으로 습격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다른 무기를 숨겼을 수도 있고, 확실히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면 관절을 뽑는 게 가장 편했다.

게다가 관절은 가능한 한 깔끔하게 뽑았기에,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 그래도 며칠 동안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직원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리면서 슬그머니 「2진 호위는 더 늘려야 하지 않겠냐」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다들 그것이 단순한 몸싸움이 아닌, 생명의 위기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하지만, 호위의 전력을 늘리는 것은 츠구미도 찬성이다. 비전투원――치도리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A급 또는 십화 클래스의 인재는 데리고 와 줬으면 한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어려워진 건 변함없어. ……거기서 내가 그들의 신경을 건드리지만 않았으면 좀 덜했겠지만, 『외국이 업신여기지 않게 행동해라』는 위의 지시도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네. 하아, 역시 이런 나라 구경이나 하고 돌아가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토노는 질린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의 여왕다운 행동과는 달리, 상당히 기를 뺀 모습이었다.

――영국에 오기 전 회의에서 토노와 츠구미는 밖에선 십화로서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뭐 즉 여러 나라에 대한 위압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전력이 있으면 곧바로 해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대응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뭐, 이미 이 단계에서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토노 씨. 내일 이 나라의 마수를 구축하면 당장이라도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 안건은 교황도 얽혀 있어요. 무리하게 거절하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일본 측 외교관인 야마부키가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난처한 듯 눈을 찡그렸다.


"……정말 귀찮은 일 투성이네. ――뭐 세부적인 협상은 당신에게 맡길게. 잘 조정해 줘."


토노가 손을 휘적휘적 흔들며 그렇게 말하자, 야마부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네, 성심성의껏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회의 전에 정보 공유를 해 둘까요."

"정보요?"


츠구미가 그렇게 되묻자, 야마부키는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네. 내일 두 분이 싸울 예정인 마수――【웨일스의 적룡】에 대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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