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마녀의 장난
츠구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작게 숨을 내쉬고 아자레아를 쳐다봤다.
아자레아는 그 유괴 사건 이후, 특수한 지식을 팔아 정부 신기성에 출입하게 되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하가쿠레 사쿠라의 모습일 때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머, 렉스 씨잖아. 당신도 불려온거야? ――아니면, 가족들이 울며 부탁한 걸까."
토노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자레아를 바라보았다.
……츠구미는 토노와 아자레아는 영화관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이었다 기억하고 있는데, 그 후 뭔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던 것일까.
한편 아자레아는, 방 안에 있는 게 토노와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라는 것을 알고는 웃는 얼굴이지만 약간 창백한 얼굴로 방에 들어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츠구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하며 토노에게 물었다.
"저기, 두 분은 아는 사이신가요?"
"응. 예의 유괴사건 청취 때 내쪽에서 말을 걸어서 서양 주술의 어드바이저로서 신기성에 와 달라 부탁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톨릭 사제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걸."
"가톨릭 사제?"
"어머, 몰랐어? 그는 유서 깊은 바티칸 소속 성직자인데."
같이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친한데 그런 것도 몰라? 하고 토노는 아자레아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츠구미에게 그렇게 물었다.
……전혀 몰랐다.
듣고 보니 신앙이 두텁긴 했지만, 그런 걸 듣지 않고서 어떻게 알겠는가.
"……어드바이저는 거짓말이 아니라 생각하는데요, 절반은 감시가 목적인 가요?"
"그렇게 되겠지. 내버려 두는 것보단 곁에 두는 게 편하잖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아무리 그가 노력한다 해도, 그의 진짜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소원이요?"
"응.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가 들어올 거야."
그렇게 츠구미와 토노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자, 각오를 한 아자레아가 조금이지만 창백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천천히 츠구미네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토노 씨. 오늘도 상당히 빛나고 계시군요…… 저 같은 풋내기에겐 눈꼴이 시릴 따름입니다."
그런 이상한 표현을 하면서, 아자레아는 살며시 토노에게서 눈을 돌렸다.
……이전에 아자레아는 토노를 「불덩어리 같은 인간」이라 칭한 적이 있었지만, 어쩌면 지금도 그렇게 보이고 있는 것일까. 감수성이 너무 높은 것도 큰일이다.
그리고 아자레아는, 토노 옆에 있는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분명히, 하가쿠레 사쿠라 씨였죠. 전 아자레아 렉스라 합니다. 당신과는 이전에 한 번 배 위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하고 계십니까?"
"배 위? ……아, 혹시 그때 신부님이신가요?"
츠구미는 손뼉을 치며 그렇게 말했다.
배 위――딱 히츠기의 사건이 터지기 전날에, 참가했던 선상 파티에서 신부 옷을 입은 두 사람을 본 것 같다.
히츠기 사건의 충격이 너무 커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건 분명 아자레아였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잘도 지금까지 떠오르지 않은 게 용하다.
그런 자신의 기억력에 실망하며 대답하자, 아자레아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네. 그땐 인사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동행의 상태가 나빴거든요."
"아뇨,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런데, 어째서 성직자 분들이 일부러 일본 조직에 협력을……?"
현재, 로마 가톨릭과 일본은 어떤 의미로는 적대 관계라 볼 수 있다. 신의 해석에 대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일본은 800만의 신――어떤 존재든 일정 이상의 힘이 있으면 신으로 받아들이지만, 가톨릭은 유일한 신만을 믿고 있다. 그 생각은, 평생 교차할 수 없는 평행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성직자가 일본의 선상 파티에 참석한 것도 의외지만, 왜 굳이 신분을 숨기면서까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일까.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 이 모습으론 물어볼 수가 없다.
그러자 아자레아는 약간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교회에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요」라 얼버무리듯 말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회의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속속 사람들이 회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족히 백 명이 넘어, 정부가 이 원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츠구미는, 마지막으로 방에 들어온 일단――전이 관리부의 면면 속에, 치도리가 있는 것을 눈치챘다.
――급한 일이 들어왔다 했는데, 설마 치도리도 영구에 따라가는 것인가?
그런 짐작에, 츠구미는 깜짝 놀란 얼굴로 토노를 쳐다봤다. 혹시 토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자 토노는 작은 목소리로 「나도 그녀의 대동까진 몰랐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겠어?」라고 못마땅한 듯 말했다. 아무래도 츠구미에게 의심의 눈초리로 보인 것이 불쾌했던 모양이다.
……언제나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게 잘못 아닌가.
츠구미는 석연찮음을 느끼면서도, 마음을 가라앉히듯 귓가――나가기 직전 시로에게 받은 부적 머리장식을 만지작거리며 나직이 숨을 내쉬었다.
잘 생각해 보면, 치도리가 여기에 있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치도리의 『문』능력을 생각하면 대동하는 것이 나라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치도리의 전이 능력은, 결계 밖에서 사용할 경우, 한 번 가본 곳으로만 전이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그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몇 번이라도 같은 장소에 침입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치도리의 경우 한 번에 전이할 수 있는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먼 길을 떠날 때, 맵핑을 위해 데리고 나가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 치고는 나나세 츠구미의 관계자가 많은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토노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고, 이번만은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략적인 멤버가 모인 후, 중요한 것을 확인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됐고, 치도리와 시선이 교차하는 일 없이 회의가 끝났다.
이후는, 각자 준비해서 선발된 사람들만이 영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뭐 날아간다 해도,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고, 전이로 이동하므로 감개 같은 건 없지만.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파견용 제복을 건네받았는데, 왜 갈 예정이 없었던 하가쿠레 사쿠라의 옷이 있는 것인가.
처음에는 유키노에게 맞는 사이즈가 아닐까 전전긍긍했지만, 그 옷은 치수도 재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츠구미에게 딱 맞았다. 반대로 무섭다.
옷 갈아입기가 끝난 후에 토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파견 이야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처음부터 십화의 인원수의 제복을 만드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는 것 같다.
사이즈가 딱 맞는 것은, 스치는 것만으로도 신체 사이즈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직원이 전원의 사이즈를 눈대중으로 읽은 것이라고 한다. ……우수하긴 하지만 그냥 변태 아닌가.
정부의 인력이 마경임을 재확인하며 회의실로 돌아와 보니, 이미 다른 준비는 끝나 있었다.
현지로 향하는 인원은, 토노와 츠구미를 포함해 총 12명.
그것과는 별도로, 몇 시간 후에 비전투원과, 그 호위를 겸한 마법소녀가 10명 정도 파견될 예정이라 한다. 덧붙여서 아자레아와 치도리는 그 2진에 포함되어 있다.
호위 마법소녀들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마수 전에 참가하지 않는다 하므로, 실제로 싸우는 것은 토노와 츠구미 둘 뿐이다.
토노가 있는 시점에서 패배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국 땅에서 벨의 서포트도 없이 싸우는 것은 조금 불안했다.
츠구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토노가 츠구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 혹시 긴장했니?"
"……뭐, 일단은요. 설마 자신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가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까."
츠구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후후, 당신은 마수에 대해선 강경한 주제에, 미지의 장소는 무서워하는구나."
"겁쟁이라고 웃는 건가요?"
"아니, 귀여워서 좋지 않아?"
그런 농담을 던지며, 전이의 진이 그려진 커다란 융단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영국으로 파견될 예정이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영국 현지 시간으로는 아침 8시――런던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의 방에는, 많은 외교관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영국 이외의 나라――근처 나라에서 밀어 넣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원래는 영국과 일본 스태프로만 파견 오는 사람들――마법소녀를 마중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협의를 거듭한 결과, 이렇게 되었다.
여러 나라에 있어서, 일본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소녀――악마 계약자는 위협이며 흥미의 대상이다. 마주칠 기회가 있으면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은 게 인간이 본성인 것이다.
물론 전원 검사는 완료했고,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문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영국도 경비를 늘려 다른 나라 사람들을 감시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겠지만, 모처럼 파견된 마법소녀가 피해를 입는다면 눈 뜨고 볼 수 없다.
그러던 중,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에드거 바턴은 불안을 억누르며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정말 여기서 사람이 나오는 건가, Mr. 야마부키."
"네, 그렇다 들었습니다."
에드거에게 그렇게 답하는 남자――일본 정부 소속 외교관인 야마부키는, 표정 변화 없이 방에 깔린 융단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에 간혈적으로 나타나게 된 마수. 그 대처에 일본의 『마법소녀』파견을 받아낸 것 까진 좋았지만, 문제는 그 이동 방법이다.
나흘 전, 사전 협의차 전세기를 타고 이 나라에 온 남자――야마부키 시즈루는, 불가사의한 문양이 그려진 융단을 들고 와 「이 융단을 깔 수 있을 만큼 큰 방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야마부키 왈, 이 융단을 통해 마수 퇴치 전문가를 영국으로 초빙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드거는 다른 인원들도 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올 줄 알았기에 그땐 무척 혼란스러워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하루 동안 이야기를 나눈 결과, 야마부키의 압력에 런던 인근 호텔에 이 융단을 까는 것을 허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땐 납득했지만, 막상 융단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자신의 판단이 옳았던 것인지 불안해진다.
에드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야마부키에게 말을 걸었다.
"딱히 자네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저 난 역시 비행기가 확실하지 않나 하고――"
"시간이 됐습니다. 옵니다."
에드거의 말을 끊으며, 야마부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딸랑하고 벨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지고――융단이 순식간에 붉은 불기둥으로 휩싸였다.
"히익!! 뭐야!?"
영국의 인원과, 모여있던 각국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융단에서 멀어진다. 불꽃에 동요하지 않는 것은 야마부키를 포함한 일본에서 온 사람들뿐이다.
한편 야마부키는 태연한 얼굴로 불꽃에 휩싸인 융단에 다가갔고, 그대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꽃들이여."
야마부키가 연극조로 그렇게 말하자, 융단 주위를 에워싸듯 피어오른 불기둥이 환상처럼 스러졌다.
꺼진 불기둥 속에서, 몇 사람의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검은 양복을 입은 열 명의 성인과, 중앙에 서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2인조――군모를 쓰고, 군복 같은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들이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또각, 하고 높은 힐의 굽소리를 울리며 풍만한 쪽의 소녀가 드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난 누구에게 인사를 하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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