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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52. 고민하는 어린 양

by 린멜 2021. 9. 12.


152. 고민하는 어린양






츠구미는 가지고 있던 페트병의 윗부분을 실로 잘라내고 남은 아랫부분을 이용해 분수의 물을 길었다.

그리고 그 즉석 컵을 툭, 하고 분수의 가장자리에 놓고 츠구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본에 있는 신들은, 분령이라는 임시 그릇에, 하늘의 갈라진 틈에서 발생한 힘을 쏟아 부움으로써 지상에 현현합니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이 물이 힘이고, 컵이 몸 같은 것이죠. 이 두 가지가 제대로 갖추어져야만 비로소 신은 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진 이해하셨죠?"


그렇게 말한 츠구미는, 아자레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아자레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보고 츠구미는 말을 이어갔다.


"신에 따라 몸의 형태와 주입하는 힘의 양은 다르지만, 현현 이론은 어떤 신이든 똑같습니다. 참고로 이 모습은, 지상의 인간이 상상하는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합니다. 제가 계약한 신도 그런 타입이니까요."


뭐 조금쯤은 신의 의지대로 모습의 방향성은 지정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미지의 영향은 남는다.

츠구미가 계약한 신――벨제부브는 특히 그 경향이 현저하다.

벨의 경우 벨제부브라는 악마의 이미지에서 벌레의 날개를. 그리고 몸통이 되는 고양이와 같은 몸은, 아마도 동일시되는 바엘이라는 악마의 일화 중 하나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게다가 꼬리가 도마뱀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회화에서 자주 보이는 악마의 이미지가 어딘지 모르게 파충류 같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다른 신――이전에 방에 침입해 온 히츠기의 계약신이었던 귀자모신은, 거대거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건 아마도, 천을 넘는 아이를 낳는 일화나, 타인의 아이를 먹는 잔학함 등의 일화가 섞여 저런 모습이 된 것이겠지.

거미 중에서는 아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어미 거미도 있다고 하니, 몸으로서 꼭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그런 말을 하자, 아자레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즉, 하가쿠레 씨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모르시겠어요? 이것이 당신들의 신이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냐면, 당신들의 종교는 기본적으로 우상숭배를 금지하고 있잖아요? 대체가 될 그릇(이미지)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내려오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상숭배를 금지한다는 것은 곧, 가상 그릇의 부정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신앙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의식은 강해진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외통수나 다름없다.

비록 그들이 신이 어떤 모습을 취하더라도, 인간에게 깊이 박힌 신앙심이 그 모습을 부인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그래, 그릇에 구멍이 뚫려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힘을 쏟아부어도, 힘은 새어 나가기만 할 뿐 현현은 불가능하다.

즉, 이들의 신이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인간 측의 자업자득인 것이다.


츠구미가 덤덤하게 그렇게 설명하자, 아자레아는 몸을 작게 떨며 입가를 손으로 감쌌다.


"그런 거, 신기성 사람들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아아, 아마도, 신기성 사람들은 가르칠 필요도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에서 분령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은, 의무 교육 중에 대략 배우거든요. 하지만 아자레아 씨는 외국 분이시니까 몰라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해요. ……분명 신기성 사람들은, 그 부분의 배려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겠죠."


츠구미는 일단 그렇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신기성은 알고 있어도 잠자코 있었겠지, 라 사추했다.

분명 크게 가치 없는 정보를 조금씩 내면서, 아자레아가 가진 서양 주술이나 가톨릭 지식을 훔쳐내려 했을 것이다. ……국가 조직으로서 틀린 선택은 아니나, 너무 성격이 나쁘다.


"그럼, 우리의 신은 존체를 지상에 나타낼 수 조차 없는 건가요?"


새파래진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자레아에게, 츠구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겠죠. 뭐 다른 일화에서 가짜 모습을 만들거나, 그에 맞춰 힘을 억제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건 여러분이 납득하지 못하잖아요?"


일본에서도, 만화 캐릭터의 헤어 스타일 하나로 「해석이 틀렸다!」라고 싸움이 일어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종교에 있어서는, 그런 것은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잘못하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아자레아는 가슴 위의 로사리오를 움켜쥐고 답했다.


"그렇군요…… 전 어쨌든, 독실한 신자들은 분명 그런 걸로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신이란――유일무이한 이정표니까요. 단점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자레아는 괴로운 듯 고개를 숙였다.

――아자레아와 같은 독실한 신도들에게 있어서, 【신】이란 절대적인 존재다. 그렇기에, 전지전능하지 못한 신 같은 건 절대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부분은 다신교인 츠구미는 별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아이돌에 대해 과도하게 환상을 품는 감각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아자레아에게, 츠구미는 추가타를 가했다.


"두 번째 이유입니다만, 설령 그릇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해도, 전지전능을 구현하기 위한 힘의 리스크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만, 일본에 있는 신을 전부 지운다 해도 당신들의 【신】의 현현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죠."


그렇게 츠구미는 확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그들이 상상하는 전지전능 완전무결 모드로 【신】이 현현하기 위해서는, 천정부지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갈라진 틈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힘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원하는 형태로 현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이라는 존재를 신격화한 폐해라고도 할 수 있다.

――참고로 츠구미가 이렇게까지 다른 종교 이야기를 잘 아는 것은, 친구인 유키타카 때문이다. 뭐 그 때문이라고는 해도, 유키타가가 사사건건 여러 나라의 종교관을 폄훼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점을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다.

……설마 츠구미도 이 지식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때가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지만.


"이상이 신이 현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해하셨나요?"


츠구미는 그렇게 결말지으며, 염려하듯 아자레아를 쳐다봤다.

아자레아에겐 조금 힘든 이야기겠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 신기성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지 마라」라는 클레임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자, 라고 츠구미는 결의했다.

이것이 만약 아자레아――친구가 아닌 단순한 종교인이 상대였다면,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츠구미가 아자레아를 친구로 여기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말해 준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아자레아는 심호흡을 하듯 긴 숨을 내쉬더니, 곤란한 듯 웃음을 내뱉으며 츠구미를 쳐다봤다. 거기에, 분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억울하지만, 잘 이해가 됐습니다. ――신의 구원이 없다는 것을 안 이상, 결국 우린 영원히 당신 같은 마법소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군요. ……정말, 한심한 이야기야."


아자레아는 그렇게 말하며, 지친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츠구미는 아자레아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뭔가 소중한 것이 부서져 버린 것 같은 허무함을 느꼈다.


그 분위기가 불안해지자, 츠구미는 화제를 바꾸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 비록 신 그 자체가 내려오지 못한다 해도, 뭔가 방법이 있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신의 힘의 일부만을 빌린다던가."

"일부, 인가요?"

"네. 예전에 일본에서도 마법소녀 이외의 전력을 모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인간이 신과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일부를 빌리는――무기와 도구에 가호를 받고, 전력의 확충을 하려 했죠. ……결국은 마법소녀가 싸우는 게 효율이 좋아서, 그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나 도구 등에 신들이 가호를 내려줘, 사용자에게 특수 능력이나 신체 강화 등의 버프를 부여하는 것으로, 적정자 이외의 사람을 전력으로 바꾸는 계획――그 이름도 『신기병 계획』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는 계획은 아니지만, 츠구미는 그 세부사항을 메부키가 자세히 말해줬기 때문에, 대충은 기억하고 있었다.


신기성과 정부는, 그 계획을 10년 정도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신기를 사용하면 결계가 펼쳐지지 않는 것과, 신기와 사용자의 궁합에 의해 출력이 불균형하게 나오는 것, 힘의 코스트를 생각하면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았기에, 현재 그 계획은 동결되어 있다.

메부키가 하고 있는 연구가 진행되면 그 부근의 문제도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직 먼 이야기겠지.


하지만, 신이 내려올 정도로 힘이 충만하지 않은 외국에 있어서는, 그 방법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가호 자체는 신의 의지――비록 분령으로서 지상에 현현하지 않았다 해도, 지상에 간섭하기 위해 약간의 힘과, 가호를 견딜 수 있는 그릇만 있으면 부여할 수 있다. 이후는 그 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사용자가 마수와 싸울 뿐이다.

뭐 그들이 신기를 얻음으로써 다소의 파워 밸런스는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딱히 『신기병 계획』은 함구령이 내려진 것도 아니므로, 이 건을 아자레아에게 이야기했다고 츠구미가 책망을 당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다른 나라가 아무리 신기를 만든다 해도, 마법소녀를 당해낼 거라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마법소녀는, 역시 별격의 존재다. ――내일이면, 분명 이 나라 사람들 모두 그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설명을 한 뒤, 츠구미는 살며시 아자레아가 착용하고 있는 로사리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호의 그릇은 뭐든 좋습니다. 인간이 『이것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라 믿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호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은 가호를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그 로사리오도 렉스 씨에겐 특별한 존재겠죠? 그렇다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봐요. 그게 아니어도, 바티칸 교회에는 수많은 성유물들이 있잖아요? 그릇으로 삼기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전에 행해진 실험에서는, 단순히 낡은 인형에 가호가 부여된 예도 있었다. 중요한 건, 신의 마음인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믿는 신이라면, 분명 그 신앙이 뿌리 깊게 얽혀 있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가호는 어떻게 얻어야 하는 건가요? 만약, 기도를 해도 당신이 말하는 가호를 얻지 못한다면, 나는……"


아자레아가, 불안에 흔들리는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희망을 가졌더라도, 만약 가장 중요한 가호를 받지 못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직접 신과 접촉할 수 있으므로 가호의 주고받음은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역시 조직 체계부터 다른 【신】은 알 수 없다.


"으음, 저도 전문적인 것까진 모르니, 자세한 건 신기성 쪽에 물어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렉스 씨는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쪽에서 토노 씨에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진지하게 부탁하면, 분명 그걸 못 본 척하지 않을 테니까요."


츠구미는 거기서 말을 끊고, 불안해하는 아자레아의 손을 잡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다."

"……에?"

"기도합시다. 강하고, 깊고, 곧게. 신은, 분명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을 때, 신은 기도에 응해 주실 것입니다. ――다행히도, 인간의 신앙이 신에게 힘을 준다는 것은 아마테라스 님의 존재가 증명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웃었다.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들의 신이 인간을 구할 마음이 있다면 분명 움직여 줄 것이다. 적어도 츠구미는 그렇게 믿는다.


그러자 아자레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츠구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리고 울상을 짓고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작에, 당신과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는데."


그리고 아자레아는 조용히 고개를 들고는, 작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조금이지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뇨, 전 별로 한 게 없는걸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놓자, 아자레아는 츠구미가 잡았던 부분을 반대 손으로 쓰다듬었다. ……혹시, 직접 만지는 건 싫었던 것일까.


약간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느끼며, 츠구미는 얼버무리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건은 토노 씨에게 확실히 이야기해 둘 테니까요. 나중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해 줄 거라 생각해요. ――아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슬슬 방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고 떠나려 할 때, 아자레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가쿠레 씨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저도 한 가지 비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무승부군요."

"비밀 이야기요?"

"네. 이번 사건 일본 측은 바티칸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실은 반대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힘이 센 종파――국교회 측이 바티칸에 중개의 타진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종파가 다르다 해도, 그들은 같은 신을 섬기는 동료니까요. 횡적인 연결고리는 얼마든지 있죠."

"저기,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는데요."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국교회――즉 여왕 폐하의 의뢰를 받아, 일본에 머리를 숙이고 싶지 않은 영국 정부를 우리가 억지로 설득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멸망하니까요. 후후, 이상하지요? 겉으로는 적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린 의외로 당신들 마법소녀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순수하게 하나님을 믿는 신도들에게는 말할 수 없으니까요."

"……즉, 괴물에게 괴물을 부딪치게 싶었던 것뿐 아닌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비아냥거리자, 아자레아는 장난스레 웃으며, 츠구미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제 윗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전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을 괴물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아자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며시 츠구미의 손을 잡고 가벼운 키스를 했다.

츠구미가 지나치게 경직하고 있자, 아자레아는 피식 웃고는 「그럼, 잘 자요」라는 말만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떴다.


"이, 이것이 본고장의 겉멋남……! 무, 무서워……"




◆◆◆




――츠구미가 그런 말을 중얼거릴 무렵. 호텔 안을 거닐던 아자레아는, 걸음을 멈추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저런 인재를 이교의 신을 모시게 하는 건, 조금 아까워."


그렇게 말하며, 아자레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 수십 분 정도의 대화로 상당히 친해졌다.


나나세 치도리의 유괴 사건 이후, 능숙하게 정부 조직인 신기성에 잠입할 수 있었던 건 좋았지만, 그 이후가 좋지 않았다.

거듭되는 질의에, 정보만을 착취당하는 날들. 아무리 이쪽이 정보를 끌어내려해도, 교묘하게 피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게다가,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원정과, 주위로부터의 회의의 눈길. 아무리 강인한 신앙심을 가진 아자레아도,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몰래 빠져나온 곳에서 만난 소녀――하가쿠레 사쿠라에게 평소에는 절대 말하지 않을 속마음을 토해낸 걸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얼굴이다. 그 얼굴이,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가――너무나도 친구인 츠구미를 닮았다는 것이 나빴다. 그러니까, 아주 조금 마음을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 ……머지않아 본국에 돌아가면, 이런저런 실험을 해봐야겠는걸."


그렇게 말하며, 아자레아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가까운 미래. 유럽에 가호를 받은 성유물을 사용해 싸우는 군사가 나타나는 것은, 이 시점에선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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