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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53. 불온한 여자모임

by 린멜 2021. 9. 21.


153. 불온한 여자 모임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마침 츠구미와 토노가 장황하게 목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 때,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소녀가 할당된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소녀들의 이름은, 나나세 치도리와, 스즈시로 란. 신기하게도 두 사람 다 츠구미와 관련이 깊은 소녀들이었다.

참고로 이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쓰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이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싸울 수 있는 인간과 만일의 경우 도망칠 수 있는 인간으로 짠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음~ 지쳤다. 외국은 처음 와 봤는데, 왠지 음침하고 싫은 느낌이야. 밖에 있는 사람들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치도리 짱도 그렇게 생각하지?"


방에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는 소녀――스즈시로는 창가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뭐, 기본적으로 영국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니까요. ……하지만, 저도 현지인들의 시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치도리는 그렇게 답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본에서 영국으로 온 지 벌써 5시간. 그 동안 시찰이란 명목으로 런던 근방 도시를 차로 돌아다녔지만, 스즈시로의 말처럼 그다지 즐거우 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신호에서 멈추거나 차에서 내릴 때 향하는 그 기이함과 경계하는 눈. 치도리도 그 자리에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영국에는 마법소녀가 없다. 그러므로, 특이한 진화를 이룬 일본인은 그들에게 있어서 기묘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 이유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들의 심경은 별로 이해할 수 없다, 는 것이 치도리의 본심이었다.


외국인인 그들이 마법소녀를 모르듯, 치도리 또한 마법소녀――나아가 힘을 빌려주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모른다. 어찌 보면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치도리가 그렇가 답하자, 스즈시로는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뭐 정말 힘든 건 내일 싸우는 스미레 일행이지. 그 두 사람이라면 지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평상시와 달리 거리를 파괴하거나 하면 좀 그렇고, 귀찮겠다―. 내가 선택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내 능력은, 마을 피해가 장난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스즈시로는 깔깔 하며 쾌활하게 웃었다.


치도리도 같이 웃음을 지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즈시로의 말은 그다지 웃을 수 없는 말이었다.

스즈시로의 주된 능력은, 독과 물이다. ……만약에 마수를 해치는 레벨의 독이 거리에 쏟아진다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런던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위험 구역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저 힘을 과시할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일진 모르지만, 딱히 일본은 영국에 싸움을 걸 생각은 없었다. 이번엔 어디까지나 마수 퇴치를 도와줄 생각으로 여기에 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거리를 부수지 않고 불태우는 대상을 지정할 수 있는 토노와, 능력을 사용해도 주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하가쿠레는 이상적인 조합일지도 모른다.

치도리는, 내일 무슨 싸움이 벌어질까 생각하고는,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거대 마수와의 전투 경험이 없는 치도리로는, 상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치도리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스즈시로에게 말을 걸었다.


"분명 내일은 다섯 시까지 준비를 마치고, 호텔의 큰 방에서 모이는 거였죠. 절반은 그 시점에서 일본으로 돌아간다는데, 저희 잔류조는 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 장소에서 대기한다 했죠……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애초에 치도리의 경우, 영국 땅에 발을 디딘 시점에서 목적――전이의 마킹은 거의 완료했다. 솔직히 말해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치도리가 나른하게 그렇게 말하자, 스즈시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우리 후방부대는 싸움이 끝나면 즉시 철수할 테니, 치도리 짱은 그에 대비해 두는 게 좋다고 봐. 생각해 봐, 윗사람도 말했지만, 싸움이 끝나면 필요 없게 됐다며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까."

"……그런데, 정말 그런 의리 없는 짓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조심하라니까 조심할 수밖에 없잖아?"


스즈시로는 그렇게 말하고, 귀찮은 듯 고개를 저었다.

――던지는 투로 들리기도 하지만, 스즈시로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치도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은 되는 대로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게 조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애초에 치도리가 마지막까지 남게 된 것은, 만약의 경우에 전이 문을 사용해 많은 사람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서이다.

……가능하다면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스즈시로의 말대로 경계는 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치도리 일행은 교대로 목욕을 하고 잘 준비를 했다.

참고로 이번에 치도리 일행이 묵는 이 방은, 지극히 평범한 트윈 룸이다.

내일 메인으로 싸우러 나가는 십화의 두 사람은 더 좋은 방에 묵고 있다는 듯 하지만,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그다지 부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치도리가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 슬슬 잘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머리를 다듬던 스즈시로가 문득 떠오른 듯 말하기 시작했다.


"치도리 짱은 말야, 존댓말을 쓰지 않고 이야기해도 괜찮은데.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치도리 군의 누나라면 내게도 친구 같은 거고 말이야."

"아뇨, 염려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지금은 일단 일 중이므로……"


치도리는 예의 바르게 그렇게 답했지만, 속은 착잡했다.

치도리는 솔직히, 눈 앞에서 즐겁게 말하는 소녀――스즈시로 란이 조금은 불편했던 것이다.


스즈시로와는 놀이공원에서 만났고, 그 후 병원에서 연락처를 교환했지만, 치도리는 그 후 곧바로 정부의 전이 관리부 소속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입장 차이도 있어 치도리에게 연락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원래 놀이공원의 사건――스즈시로와 함께 행동했던 츠구미가 위험한 일을 당했으니까, 그다지 스즈시로 개인에 대해 좋은 인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동생인 츠구미는 아무런 불편함도 없이 스즈시로와 미부와 셋이 친구가 되어 있다니, 세상 참 알 수 없다.

츠구미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지금도 때때로 스즈시로와 미부 셋이 놀러 가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다 같이 수족관에 펭귄을 보러 갔다고 이야기했다. 꽤나 귀여운 외출이다.


그래도 본인들이 납득하고 계속 어울린다면 별 상관은 없지만, 누나로서는 조금 복잡했다.

……아니, 애초에 누나라는 대의명분을 빼고도,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츠구미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여자라는 시점에서, 다소의 불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누구와 잘 지내든, 누구와 사귀든, 그것은 츠구미의 자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도리(자신)을 우선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마는 것은 가족이라 하는 이유의 응석일 것이다.

……차마 볼 수 없는 집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감정만은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 그런 복잡한 심경 때문에, 치도리는 스즈시로와 선을 긋고 있었다.


하지만, 스즈시로는 치도리의 불편함 따윈 아무것도 모르고 말을 이어갔다.


"치도리짱은 성실하구나. 이제 쉬는 일만 남았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죄송해요. 게다가 스즈시로 양은 십화의 마법소녀니까. 아무리 츠구미에게 평상시의 이야기를 들어도, 역시 조금 긴장이 돼서요."


치도리가 미안한 듯 그렇게 말하자, 스즈시로는 조금이지만 낙심한 듯 말했다.


"응, 알았어. 난 그런 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남에게 강요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로서는 평범하게 이야기해 주면 기쁘려나!"


그렇게 말하며 밝게 미소짓는 스즈시로를 보며, 치도리의 양심이 조금이지만 아팠다. ……이래선 마치, 자신이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치도리는 살며시 어깨의 힘을 뺐다.

결국, 스즈시로 자신은 아무런 잘못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쪽은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완강하게 거리를 두려고 하는 치도리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게 학교였다면, 더 평범하게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치도리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츠구미와 관련된 일이라면 마음이 흐트러진다.

츠구미와의 관계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때문에 관계없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건 본말 전도나 다름없다. 역시 이건 반성해야 한다.


치도리는 고개를 숙여 자조하듯 작게 웃은 뒤, 살며시 고개를 들고 스즈시로에게 말했다.


"차츰 익숙해질 거라 생각하니,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저도 스즈시로 양과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그, 치도리가 여러분에게 폐를 끼치고 있진 않은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고, 치도리는 부끄러운 듯 미소지었다.

그러자 스즈시로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응!」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갑인데 어딘가 연하처럼 느껴지는 그 모습이, 동아리의 후배와 겹쳐 보인다. 조금이지만, 서투르다는 의식이 희미해진다.


――아아, 역시 내가 너무 신경을 쓴 것 뿐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작게 스즈시로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이제야 마음의 정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전에, 잠깐 츠구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집 의외에서의 그 애의 모습을 잘 몰라서요."


치도리가 그렇게 말하자, 스즈시로는 납득했단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누나니까 동생이 신경쓰이겠지. 그럼, 잠이 올 때까지 츠구미 군의 이야기를 좀 해 볼까!"

"괜찮은가요?"

"물론이지! 그 대신, 평소 츠구미의 모습도 이야기 해 줘."


스즈시로는 그렇게 말하며, 기쁜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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