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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51. 밤의 조우자

by 린멜 2021. 9. 5.


151. 밤의 조우자





츠구미가 안뜰을 거닐고 있는데, 안뜰 중앙에 있는 분수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가 보니, 달밤에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에 수단 같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소년――아자레아가 우울한 얼굴로 분수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렉스 씨? 무슨 일 인가요, 이 늦은 밤에."


츠구미가 무심결에 그렇게 말을 걸자 아자레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는, 츠구미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자레아는 츠구미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까지 확인하고는, 이상하단 표정을 지으며 「그러니까, 하가쿠레 씨 맞죠? 죄송합니다, 평상시와 너무 복장이 달라서……」라고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지금 츠구미의 모습은, 집에서 가져온 큼직한 후드에 칠부바지의 간소한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이 복장이라면, 확실히 항상 비교적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하가쿠레 사쿠라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사정을 알고 있는 토노와 함께 있었던 탓에, 그에 대한 세세한 배려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츠구미는 실수했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얼버무리듯 미소를 지었다.


"아아, 헷갈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자기 전에 산책할 생각이어서 오프 복장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어요. ――조금 부끄러우므로,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 주시겠어요?"


츠구미는 집게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그렇게 말했다.

조금은 고의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뻔뻔하게 나가는 편이 얼버무리기에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깊이 파고들기 어렵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에 들어가는 대미지가 꽤 되지만.

그러자 아자레아는, 훗 하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온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츠구미의 모습은 넘어가 주는 모양이다.


"토노 씨는 함께 있지 않나요?"


아자레아가 그리 묻자, 츠구미는 고개를 저었다.


"토노 씨는 이미 방에서 쉬고 있어요. 후후, 저보다 토노 씨가 좋은 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답하자, 아자레아는 얼굴을 굳히며 「설마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자레아는 근처에 토노가 있는 것을 상상해 버렸는지, 가볍게 팔에 돋은 닭살을 문지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넘버 원 마법소녀에 대한 반응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영화관 때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아자레아는 정말로 토노를 싫어하는 것 같다.


츠구미가 그것을 보고 쓴웃음을 짓고 있자, 아자레아는 얼굴을 들어 얼버무리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토노 씨는 뭐랄까, 조금 어려워서……"

"뭐,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토노 씨를 너무 매몰차게 대하진 말아 주세요. 그 사람은 조금 괴롭히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니까요."

"……아하하, 그렇군요. 선처하겠습니다."


거절 문구로밖에 들리지 않는 말을 하며, 아자레아는 본론을 꺼내듯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전 일단 일본 정부의 신기성의 방해 때문에 그다지 마법소녀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요. 하가쿠레 씨만 괜찮으시다면, 앉아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그 부탁에 대해, 츠구미는 어떻게 할까 조금 망설였다. 확실히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조금 정도 이야기에 어울려 줘도 지장은 없을 것이다.


"――네, 저로 괜찮으시다면."


게다가 츠구미 자신도, 아자레아의 이야기에 흥미가 있었다. 평소 학교에서 반 친구로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종교인으로서의 아자레아와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마법소녀의 시스템에 대해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만――"


그 후 얼마동안은 마법소녀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후에는 별 지장 없는――아자레아가 일본에 와서 생각한 것이나, 실제로 마수와 대치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등을 츠구미가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신기성의 인원은 모두가 연구자 기질인 사람이나 독특한 사람이 많아서, 자리의 분위기가 무겁다고 하는 푸념에, 아자레아도 고생이 많구나, 하고 츠구미는 동정했다.


그러다 문득 대화가 끊기고, 아자레아가 뭔가를 결심한 듯 주먹을 불끈 쥐고는, 츠구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가쿠레 씨는, 이 나라에 나타난 마수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런 애매한 질문에, 츠구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떤, 이라 하셔도……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은 했는데요. 바다를 건넌 나라에서는 딱히 마수가 나올 일도 없고, 결계도 만들지 못하면 여러 가지로 대처하기 힘들잖아요?"


아무리 생각해 말해도, 츠구미의 감상은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저, ――마법소녀가 없는 나라는 한 마리의 마수에게조차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라 생각했다.

그런 말에 별 생각이 없다는 게 보였는지, 아자레아는 슬픈 듯 고개를 숙이고 가슴 위에 매달린 로사리오를 움켜쥐었다.


"그렇겠죠. 아마테라스라는 신에게 지켜진 당신들은, 마수를 쓰러뜨리는 방법을 갖고 있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존재하지 않아. 저는――그게 지독하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아자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분한 듯 표정을 찡그리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신은 사람이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을 내려줘. 하지만 이것은 이미, 재앙의 경지에 이르렀어. 그런데도, 어째서 우리의 신은 여전히 침묵하는 걸까요?"

"……그건."


아자레아가 믿는 신은 유일무이――한 전지전능한 신뿐이다.

지금 현재, 그와 유사한 신의 현현은 일본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자레아에게 있어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라는 것 자체가 문제일 것이다.


"많은 전력을 가진 당신들과는 달리, 우리에겐 마수에 대응하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어째서 우리에겐 구원이 찾아오지 않는 건가요?"


왜, 하고 말을 반복하면서 아자레아는 괴로운 듯 그렇게 말했다.

――일본 이외의 나라에는, 마법소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자레아도 이해하고 있겠지만, 신을 섬기는 자로서는 착잡한 마음일 것이다.


"당신의 나라의 신은, 일본에 사는 신도들을 위해 분령을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십억의 신도를 가진 우리의 신은, 어째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겁니까? 저는, 일본에 가면 그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 모양입니다. ……이래선, 내가 일본에 온 의미가 없어져 버려."


그렇게 나직이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고하며, 아자레아는 초조한 듯 머리를 쓸어 올렸다.

츠구미는 그 말을 들으며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자레아가 일부러 일본에 유학을 온 이유는, 요컨대 마수와 맞서는 방법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려워하는 토노의 권유에 응하면서까지 신기성에 출입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자 아자레아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지, 핫 하고 놀란 얼굴로 입을 막았다.


"죄송합니다. 하가쿠레 씨에게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조금, 감성적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잊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아자레아는 후회하는 듯 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

츠구미는 아자레아의 그 내뱉는 듯한 독백을 들으며, 문득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곰곰이 아자레아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 아자레아는 그가 믿는 신이 지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한탄하고 있지만, 그런 것은――아무리 발버둥 쳐도 불가능한데.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렉스 씨가 믿는 신이라면, 그 분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현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저는 절대 무리라고 생각해요."


츠구미가 그렇게 시원스레 말하자, 아자레아는 눈을 부릅뜨고 츠구미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무슨 소릴."


아자레아는 불쑥 일어나 한 발자국씩 앞으로 다가왔다. 바보 취급을 당했다 생각했는지, 목소리에 화가 섞인 것처럼 들렸다. ……그에 더해, 동공이 열려 있어서 조금이지만 무서웠다.

츠구미로선 딱히 이상한 말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아자레아의 신경을 건드려 버린 모양이다.

――이거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자레아가 뻗은 손이 츠구미에게 닿으려는 그 순간, 츠구미는 물이 든 페트병을 아자레아에게 내밀며 말했다.


"지금부터 제대로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 진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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