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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1.프롤로그-

by 린멜 2019. 6. 9.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늘이 갈라지며, 현대 사회에 마수가 나타나게 된 세계.


마수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법소녀』라 불리는 소녀들이 활약하게 된 지 벌써 30년.

어느 골목의 한 구석에서, 한 소년이 죽어가고 있었다.


"소년. 너, 구원받고 싶어?"


그렇게 말을 하며, 검은 고양이는 소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피 묻은 사지를 질질 끌며, 희미한 의식 속에서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것이 악마의 거래라는 것을 알고있어도…


검은 고양이는 비웃는다.


"그런가. ――그럼 깃들이겠어."


――그날, 아무도 모르는 골목에서 한 사람의 『마법소녀』가 태어났다.

『그녀』는 결코 한탄하지 않는다. 설령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1장


프롤로그


『마법소녀』


그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것을 연상할까?


손거울을 보며 주문을 외우는 마법계의 공주님?

아니면, 마을에서 수행중인 견습마녀?

또는, 정의를 위해 나쁜 녀석들과 싸우는 용감함 여자아이들?


전혀 틀리지는 않지만, 이 세상의 그녀들…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국가방위마도계약지원자――통칭『마법소녀』 그녀들은, 무한히 솟아나는 마수…에 대항하기 위해, 스스로 싸우는것을 선택한 『호국의 수호자』이다.


어떤 이는 지위를.


어떤 이는 이상을.


어떤 이는 희망을.


어떤 이는 평화를 바라며, 그 길을 선택했다.


『마법소녀』가 된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과 가까운 위험한 날들. 자신의 재능만이 말하는 실력주의의 사회.


그런 고독한 싸움 속에서, ――패주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이기는 것이 당연. 지는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런 운명의 장난에 휘말린 한 소녀, 혹은 소년…의 이야기.



――――하가쿠레 사쿠라의 이야기이다.





◆◆◆



새벽 두시. 우는 아이도 자고 있을 밤중의 주택가 거리에, 한 명의 소녀가 있다. 꽃무늬 파자마를 입은 그 소녀는, 벽에 손을 대고 비틀거리며 길을 걷고 있었다.


『출현까지 아직 5분 남았습니다. 서북쪽으로 신속히 대피하십시오』


그런 음성이, 소녀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소녀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나무라듯 입술을 깨물고, 떨리는 발에 힘을 주었다.


멍한 의식 속에서, 소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경보…가 흐른지 얼마나 됐는가. 움직이기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려버린 탓에, 수십분은 흘러 버렸다. 까딱 잘못하면, 단시간 의식이 날아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로 시간에 맞출 수 없어. 왜 이럴 때에만 경보가 나오는거야.


콜록, 하고 기침을 한다. 본래라면 집에서 푹 자고 있을 것이었다.


저녁부터 몸이 아파 내일 병원에 가려고 해열제를 먹고 일찍 쉬고 있었을 것이다.


『――E급 마수의 발생 예측이 확인되었습니다. 존재의 출현까지, 앞으로 30분 남았습니다. 마커 부근에 있는 지역의 분들께서는, 신속하게 지정 장소까지 피난을 가 주십시오.』


확실히 그런 경보를, 멍한 의식 속에서 확실히 들었다.


기억이 확실치 않은 것은, 약의 부작용으로 깊게 잠에 들었었기 때문일 것이다.



――E급 마수. 핸드폰의 지도로 보면, 정부가 예측한 마수의 출현 장소는 소녀의 자택 부근에서 반경 200미터의 범위이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평소라면 부모님과 함께 위험 없이 피난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녀의 부모님은 친척의 장례식 때문에 먼 곳에 가 있어, 내일 밤까지 자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고로, 소녀는 상태가 나쁜 몸으로 혼자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 시대에, 마수에게 죽은 사람이 생기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해마다 어느 정도의 수가 희생되는――이른바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마수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소녀의 할머니는 자주 이야기하셨다.




『마수』


그 질나쁜 농담같은 존재는, 엉뚱하게도 현실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일의 시초는 30년 전. 7월 7일 오후 2시였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 사람들이 이렇게 무의식중에 말을 했다고 한다.


하늘이 갈라지고 있다……라고



그 균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균열은, 첨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듯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일까 하고 미심쩍게 생각했지만, 균열은 곧 하늘의 푸르름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그 날의 뉴스에서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오로라인지 뭔지라고 방송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그 날이야말로 모든것의 시작이었음을, 아직 사람들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하늘이 갈라진 다음날, 통행인이 많은 아침 출근길의 도시 빌딩 거리에―― 그 마수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거대한 곰을 더 흉악하게 만든 듯한 그 짐승은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한 시간 뒤 경찰 기동대에 의해 사살됐다.


그뿐이었다면, 단지 원인 불명의 짐승의 흉포화 사건이라고 명명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짐승의 모습을 한 생물은 형태를 바꾸고, 장소를 바꾸어, 매일 몇 차례 페이스로 일본 내 어딘가에 출현한 것이다.


불가사의한 짐승들은 극한까지 파괴를 한 뒤, 얼마 뒤 안개처럼 공기에 녹아 사라진다. 정말로, 미지의 침략자라고 할 수 있었다.



사건으로부터 며칠 후, 해결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정부에 대해, 어떤 영능력자가 『이것은 지난날의 오로라가 원인이다. 그 균열에서 나쁜 무언가가 일본에 들어왔다』라고 대대적으로 선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상쩍은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라는 조롱의 소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소리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작아졌다. 단순히, 그런 일에 대처할 여유가 없을 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외신들은, 모두 이 사건을 보도했다.


처음에는 마치 어설픈 괴수 영화를 소개하는 듯한 논조였으나,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상한 것으로 변해갔다.



「현대의 지옥」


「무신교의 말로」


「신이 버린 나라」


「저 마수들은 악마임이 틀림없다」


「――저런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나라에 관련되면, 우리나라도 파멸당하고 만다!」



……아무리 신비가 희미해져, 신이라는 존재가 형해화되어버린 현대라지만, 아직도 세계에는 종교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미지의 공포를, 기존의 존재와 연결시키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일본에 있어 최대의 불행은, 외국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수는, 일본에서밖에……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어중간하게 관련되었다간, 자신의 나라에 불이 옮겨붙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라가 적지 않았다.


미국, EU, 러시아, 아시아의 국가들, 최초의 사건에서 세 달조차 되지 않은 사이에 모든 나라의 대사관이 폐쇄되어, 일본인의 입국조차 금지하는 나라도 나오고 말았다.


얼마 되지않은 시간에,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는 고립된 것이다.



박정하다 볼 수 있으나, 다른 나라에도 마수는 공포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동조압력도 있었겠지만, 결국 일본의 일은 다른 나라에서 보면 남의 일에 불과하다. 카르네아데스의 널빤지 이야기처럼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고 세계는 호언했다.



거의 강제적으로 쇄국 상태에 몰린 일본은 라이프라인도 궤멸해, 죽어가고 있었다. 나라 안이,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재산이 많은 상류인들은 이미 옛적에 국외로 도망갔고, 일본에 있던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일찌감치 모국으로 돌아갔다.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는 다른 나라를 원망했지만, 속으로는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했다. 이 상태는, 확실히 지옥이라고 불러도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그들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악몽같은 사태에서 30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에 기적이 일어나, 지금의 일본의 현상은 크게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항상 생명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마수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수에 의한 죽음이 신기한 것이 아니라고는 해도――자신이 그것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의 본성이다.



"앗"



갑자기 다리가 뒤엉켜버린 소녀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시야가 어지럽게 뒤틀린다.


그렇잖아도 고열 때문에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거기에 초조와 공포가 더해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대로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소녀는 기합을 넣고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요란한 소리가 휴대폰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경고, 경고. 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이탈하라. 반복한다. 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이탈하라. 예측되는 출현 장소는 현재 장소에서 20미터 이내. 지금 바로――』



"엣, 거짓말……지도에서는 확실히 이쪽은 안전했는데!"



서둘러서 지도를 확인했다. 소녀의 기대가 허무하게, 현재 지점의 표시가 긴급경보로 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처음과 표시된 지점이 다른거야? 그런거 들어본 적 없는데……!"



――도망, 도망쳐, 도망쳐야 해!



소녀가 몸의 고통을 참으며 달아나려던 그 순간, 병으로 인한 한기와 또 다른 오한이, 소녀의 등골을 달렸다.



"아, 아아, 그런……"



섬뜩하고 기묘한 소리를 내면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소녀의 바로 옆 골목에서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아 버렸다……



――도망쳐야 하는데, 발이 꽁꽁 얼어붙은 것마냥 움직여지질 않는다.



골목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것…은 마치, 몸집이 큰 남자같은 실루엣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 남자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르르르, ――그아아아아아!!!!"



보름달의 빛을 등에 지고, 그것――늑대의 얼굴을 한 마수가 살기를 띄우며 그곳에 서 있었다.



찍소리도 나오지 않는 비명이 나왔다.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공포가 소녀의 사고를 지배한다. 그런데도, 마수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아아, 그런. 거짓말이야. 있을 수 없어.



마수의 모습같은건, 지금까지 어느정도 봐왔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텔레비전이나 책을 통한 비현실적인 것들 뿐.


숙련된 사냥꾼조차 야생 곰을 만나면 낭패라고 하는데, 과연 평범한 소녀가 마수를 보고 태연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생각 할 필요도 없이 알 수 있다.



"으, 으읏"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견디지 못하고, 오열이 새어나온다.


절대적일 정도의, 죽음에의 공포. 단지, 눈 앞의 괴물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다.



마수는 그 커다란 입으로 히쭉 웃으며, 소녀를 보고 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넣은 것마냥, 즐거운 듯이. 그 표정이, 소녀의 앞으로의 처우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안 돼. 자신은 여기에서 끝이구나. 이 늑대인간에게 갈기갈기 찢어져 살해당해 버린다.



소녀가 그렇게 단념하던 그 때, 어깨에 무엇인가가 닿은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아"



그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소녀의 안으로 퍼져들어갔다. 시키는 대로 눈을 감는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그 찰나, 후웅, 하는 날카로운 바람을 자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큰 것이 땅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퍽철퍽, 하고 생생한 물소리가 귀에 남는다. 움찔 하고 무심결에 몸이 흔들리지만, 눈을 뜰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말도 나오지 않고, 천천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떨고 있다보니, 물웅덩이를 걷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천천히 소녀 쪽으로 다가온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대체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얼굴을 들고 눈을 뜨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녀는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지금 눈 앞에 있는것이 마수라면?


그렇다면, 소녀는 더는 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있는 사이에 끝나는 편이,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떨리는 소녀의 어깨에, 무언가가 닿았다.



"히익!?"



움찔, 하고 크게 몸을 흔든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꿈이라면 제발 깨어났으면.



"……괜찮아?"



――그것은, 매우 투명한 음색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딘가 그립고, 신기함과 안도감까지 느껴졌다.


동요한 나머지 과호흡 기미를 보이던 소녀의 숨이,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간다.


수수께끼의 목소리는, 소녀가 침착을 되찾을 때까지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기분탓인지, 침착해진 소녀는, 두려워하는 얼굴을 들어올렸다. 거기에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소녀보다 두, 세 살 위인 여성이 있었다.


시원한 눈가에, 늘씬한 모습. 어딘가 소년같은 인상을 느꼈지만, 그저 막연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누구인지 소녀는 알게 되었다. 아니, ――그 『존재』의 총칭을 알고 있던 것이다.



"마법, 소녀?"



――이 세상에 마수가 나타나면서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있다. 그것이 『마법소녀』다.



마수에 대항하기 위해, 기적과 계약…한 소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들. 눈앞의 그녀는, 틀림없이 그 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아아, 살았구나.


그렇게 꺠달은 순간,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졌다. 몸이 납처럼 무거웠다.



그녀는 그제서야 소녀의 몸을 확인하고, "아무래도 부상은 없는거 같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겁이 났지만, 다행히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몸상태가 나쁠 때에 경보가 나오면, 구급 기관에 연락을 넣는게 좋아. 혼자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앗……"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듣고, 소녀는 처음으로 구급차를 깨달았다. 열 때문에 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 뿐, 그런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열도 높고, 그냥 병원까지 바래다줄게. 너는 좀 자는게 좋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며시 오른손을 소녀의 이마에 올렸다. 차가운 손의 온도가 기분이 좋다. 그대로 소녀으ㅢ 의식이 수면 속으로 떨어지려는 그 때, 소녀는 문득 생각난 듯이 중얼거렸다.



"언니의, 이름은?"



오늘 있었던 일은, 분명 평생 잊지 못할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공포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은인의 이름을 알고 싶었다.



"――내 이름은, 하가쿠레 사쿠라. 딱히 기억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별거 아닌 이름이니까."


"하가쿠레, 사쿠라."





――소녀가 기억하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정신이 들자 소녀는 병원 침대 위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 그 옆에서 울상을 지으며 엄마가 소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래도 그 뒤, 감기가 악화되는 바람에 폐렴까지 걸려 일주일 정도 의식불명 상태였다고 한다. 병원에 오는 것이 한시라도 늦었더라면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소녀를 업고 온 여성은, 소녀를 의사에게 건네고, 홀연히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고 불가사의하게 말하는 의사를 보고, 소녀는 눈을 가늘게 떳다. 왠지 그 사람 답다. 하고 생각했다.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어머니를 달래며, 소녀는 그날을 떠올린다. 무서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가슴의 생각을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했다.


"저기, 엄마. ――나, 마법소녀가 구해줬어!"



◆◆◆



――소녀가 마수에게 습격당한 지 몇달 뒤.


소녀가 역의 홈에서 친구와 떠들며 걷고 있을 때, 앞에서 걸어오던 남고생과 부딪칠 뻔 했다.



"앗, 그, 죄송해요!"


"아니,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제부터는 조심해."



앞을 보지 못한것은 소녀다. 화낼 거라 생각해, 얼굴이 살짝 파래진 소녀에게, 소년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 등을 흘끗 쳐다보니, 친구가 실실거리며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뭐야뭐야? 혹시 첫 눈에 반한거야? 멋지긴 했지, 아까 그 사람. 다정해보였고."


"아, 아니야! 하지만, 뭐라고 할까, 그"



거기서 소녀는 우물쭈물하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와 닮았다고……생각했어."



친구는 소녀의 대답에 시시한듯이 "흐응?"하고 대답하며, 지각하면 안 되니까, 하고 소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 역시, 그 때 느꼈던 기시감을 쫓지 않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떨어진 장소에서 소녀를 돌아보며, "건강해진거 같아서, 다행이야." 하고 소년이 중얼거리는 것은 모른 채로――





원본 링크 : https://ncode.syosetu.com/n4912do/

이번엔 찍싸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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