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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76. 미지와의 해후

by 린멜 2019. 12. 5.


76. 미지와의 해후





차례로 츠구미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질문이나 유혹을 받아넘기면서, 회장의 상태를 관찰한다. 회장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고, 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기색은 없었다.



……그나저나, 왜 그들은 저렇게나 하가쿠레 사쿠라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걸까?


하가쿠레 사쿠라는 십화에 속해있긴 하지만, 애초에 정부가 아닌 재야 소속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강한 권력은 없다. 친해져봤자, 별 의미 없을텐데.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가오는 사람들 중에는, 이국정서가 넘치는 외국인도 여럿 있었다. 개중에는 열심히 「우리 나라에 놀러오지 않겠는가」라고 권유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살며시 거절해두었다.


마법소녀를 자기 나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다른 방법은 더 있을텐데. 그렇게 혼잣말로, 츠구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츠구미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파티장 내에서 『하가쿠레 사쿠라』는 화제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입고 있는 기모노의 화제인데, 무엇보다도 모두 그녀의 출신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이다.



――저렇게 질 좋은 옷이 세상에 나오면, 부유층 일대에서는 반드시 화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단골 포목가게는, 저런 옅게 빛나는 기모노가 있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즉, 저 기모노는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하가쿠레 사쿠라는 실은 구가(?家) 출신인 것일까―― 그런 억측이, 참가자 속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그 화제의 옷이, 계약신도 아닌 신의 선물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츠구미의 평상시의 연기와도 어울려, 그 착각은 가속을 더하게 됐다.


그런 것을 알지도 못하는 츠구미는, 인파를 어떻게든 헤쳐나가고, 한숨 돌리기 위해 기색을 감추고 벽 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에 보이에게서 음료를 받아, 술이 아닌 것을 확인한 후 입에 대었다. 목을 지나는 상큼한 사과의 신맛이 상쾌했다.



"후우. 역시 화려한 자리는 조금 주눅드는걸……"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츠구미가 조용히 주변을 살피고 있자, 유달리 눈길을 끄는 2인조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한명은 장년의 남자, 다른 한명은 츠구미와 비슷한 소년으로 보인다. 특필해야 할 것은, 그 복장일까. 목가의, 복사뼈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코트 같은 옷에, 긴 띠 같은 것이 목에 늘어지듯 걸려 있다. 그래, 그 복장은 마치, 책에서 본 기독교의 평복과 매우 비슷했다.



츠구미가 신기한 듯 그 쪽을 보고 있는데, 문득 장년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무시하는 것도 좀 그래서, 츠구미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는데, 남성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영문을 모르겠는걸.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걸까?


츠구미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소년의 장년의 남성을 뒤로 숨기듯이 숙이게 하고, 츠구미를 바라보고, 사람 좋은 얼굴로 미소를 지어 왔다. 거기에 이끌리듯이, 츠구미도 웃는 얼굴을 돌려준다.



그리고 금빛 머리에 에메랄드같은 초록눈을 한 소년은, 살며시 츠구미에게 손을 흔들고, 장년의 남자를 데리고 회장 안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비슷한 배색의 사람을 알고 있어서인지, 처음 만났는데도 어딘가 친근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까 남자의 반응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제 만날 일도 없을테니, 신경써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손에 있던 잔을 기울여, 담겨있던 것을 전부 마신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일하러 돌아가야겠지.



"……자. 가볼까."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츠구미는 2인조 남성이 향해간 쪽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







"무, 뭐냐 저건……! 어떻게 저런걸 몸에 걸치고 태연할 수 있는거야!!"



파티장 끝에 있는 전망데크에서, 장년의 남자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그 안색은 몹시 창백하고,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따.



"자 자. 진정하세요. 주교님. 새빨간 신의 피(와인)라도 드시겠어요?"


"……아자레아 사제. 귀하는 저걸 보고 어떻게 생각했지?"



와인을 받으면서 씁쓸하게 그렇게 말한 장년의 남자―― 주교의 말에 대해, 아자레아 사제라 불린 소년은, 원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네요. 대충 본 거긴 하지만, 저희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성유물 수준의 물건이었죠, 그 옷은. 스쳐지나간 다른 아이들 중에도, 몇몇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장식을 몸에 지니고 있는 아이도 있었지만, 저 정도의 물건을 온몸에 입다니 꽤 담대하네요, 그 아이. ――보통 그토록 방대한 신위에 노출된다면, 언제 미쳐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렇군. 난 가까워지는 것 조차 두려웠다. 두렵지만, 그 소녀가 저렇게 태태연한 것은, 분명 선물을 준 이단의 신의 가호가 있기 때문일 것이야. ……아무리 이단이라지만, 그 힘만큼은 진짜라고 인정해야겠군."


"이런이런. 주교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도 되는건가요? ――교회에 대한 배신이라고요?"



놀리듯 그렇게 말하는 아자레아 사제에게, 주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귀하에게만은 말 하지 않을게다. 바티칸에서 추기경에게 『교의와 같이 죽는것은 사양이야』라고 당당하게 단언한 녀석에게는 말이다."


"아하하. ――모두 머리가 굳었다니까요. 최근 몇 년간, 마침내 유럽에도 마수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현 단계에서 저희의 신이 신도를 구원하지 않는 이상, 저 괴물들을 쓰러뜨릴 방법을 가진 나라를 멀리하는 것은 악수일 뿐이에요. 이단 이단 말하는 사이에 인류가 망해버리면 본말전도라고요? 그럴 때 사람이 뒤에서 멋대로 늘린 교의가 어쩌다하고 싸우는건, 바보같잖아요?"



느긋한 어조로 그렇게 단언한 아자레아 사제는, 손에 들고 있던 적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딱히 저는, 이 건으로 교회에서 파문당해도 상관없어요.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신도들이 신을 원망하며 죽어가는 것이니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 그들은 사후의 평온조차 얻지 못해요. ――그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렇기에, 누군가 진흙을 뒤집어 쓰고서라도 타개책을 찾아야만 해요. 희생하는 인간따윈, 가능한 한 적은 것이 좋으니까 말이죠."



온화한 표정으로 그렇게 고한 아자레아 사제는, 기도하듯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댔다. 그 모습은 신앙이 두터운 성직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귀하는 언동만 온순하면 경건한 신의 하인인데……"



과하게 한숨을 내쉬며, 장년의 주교는 건네받은 와인을 들이켰다. 그리고 주교는, 감탄한 모습으로 와인잔을 바라보고, 정중한 손놀림으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따.



"흠. 이곳의 와인도 꽤 하는군. ……게다가 요리도 맛있고,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면서도 여자들의 싸우는 모습에 환호하는 폭령성과, 사신(邪神)도 허용하는 관용함을 겸비하고 있지. 정말이지 이 나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마경이로군. ……참으로.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추기경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를 움켜쥔 주교를 위로하듯 등을 두드리며, 아자레아 사제는 표표하게 말했다.



"명확히 그대로 말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번 우리의 목적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감시』니까요. 뭐, 보고를 듣고 이 나라의 이단 인정을 취소하는건 윗사람들 마음이지만, 어지간히 바보가 아닌 이상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나는 그것이 귀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야…… 하아, 귀하와 얽히고 만 것이 내 운이 다한 것이군. 만난 이후로 제대로 된 일이 없어."


"포기하세요, 외삼촌. 이건 분명, 운명이었던 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아자레아 사제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시 신의 위광이 빛나는 시대가 됐어요. 지금은 아직 우리의 주님은 현생에 내려오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것도 시간문제겠죠. 그때까지, 저희는 기반을 다져놓아야만 해요. ――그 분의 강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숙원을 이루는 것이니까요."



하아, 하고 열에 들뜬 듯 숨을 내쉬는 그 모습은, 사랑에 애탄 소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눈 속은 웃고 있지 않고, 난란하고 위험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틀림없는 광신도의 모습이었다.



질린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주교를 본체만체, 아자레아 사제는 즐거운 듯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사전 공작이 끝나면, 이 나라로 이주했다는 먼 친척과 연락을 해 볼까요. ――아아, 너무 바쁘네요."



고개를 숙이는 장년의 주교와, 들뜬 모습의 어린 사제. 그런 대상적인 두사람의 모습을 감추듯, 밤하늘은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갔다. 배 위에, 빛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장면은, 츠구미로 돌아간다.



휴식을 끝낸 츠구미가 어슬렁어슬렁 회장내를 걷고 있는데, 인기척이 적은 테이블 부근에서 홀로 서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지만, 키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아마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일 것이다.



처음에는 파견된 다른 마법소녀인줄 알았는데, 너무 나이가 어린 아이는 취업시간의 관계상, 이번 경호에는 참가하지 않았따. 게다가, 배 앞에서 만난 마법소녀 중에는, 그녀와 같은 드레스를 입은 아이는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부모와 떨어져 미아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소녀를 몰래 관찰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불그스름한 얼굴의 남자가 슬그머니 다가왔따.



――혹시, 아버지가 데리러 온 것일까?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렇게나 손을 뻗는 남성에 대해, 소녀가 겁먹은 듯한 행동을 보여, 츠구미는 황급히 소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뭘 하고 있는건가요? 당신, 이 아이와 아는 사이인가요?"



소녀의 어깨를 잡고, 츠구미가 남자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우물쭈물 작은 목소리로 변명을 하다, 발빠르게 떠나가고 말았다. ……어이가 없었지만, 십화를 앞에 두고 으스대는 인간 쪽이 드물 것이다.



……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역시 저건 질이 나쁘니 나중에 경비에게 이야기해 두자.


남자가 떠나자, 굳어있던 소녀의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매우 무서운 생각을 한 것 같다.



"괜찮나요?"



살며시 어깨에서 손을 떼고, 소녀의 앞으로 돌아가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안심시키려고 웃었는데, 그 소녀의 얼굴을 보고, 츠구미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아이의 얼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비교적 최근일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생각에 잠겨있자, 소녀가 주뼛주뼛 입을 열었다.



"저, 저기. 감사합니다. 저, 아버님과 같이 왔는데, 놓쳐 버렸습니다. 혼자서 곤란해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다가와서……"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불안한 듯 자신의 드레스 옷자락을 꽉 잡았다. 눈에 눈물이 맺혀,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하지만, 그 목소리와 불안한 듯한 표정을 보고, 츠구미는 눈앞의 소녀가 누구였는지 떠올렸다.



――그런데, 왜 그녀가 이런 곳에?


그렇게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츠구미는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여기에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없어, 이야기를 듣는 김에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그건 큰일이었군요. ――만약 괜찮다면, 당신의 아버님을 찾을 때까지 언니와 같이 대화하지 않을래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츠구미는 소녀에게 그런 제안을 했다. 소녀는 그 제안에 안도한 미소를 짓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꺼이! 하가쿠레 씨와 대화할 수 있다니 기뻐요!"


"후후, 감사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소녀는 부끄러운 듯 자신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 이름은, 츠구미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제 이름은, 유메지 나데시코라고 해요."



――아아, 알고 있고 말고.



――유메지는 마법소녀와 관련된 다툼으로 인해, 지난 몇 달 동안 아버지와 험악했을 터. 적어도, 츠구미는 이타도리에게 그렇게 들었고, 이타도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메지에게 상담을 해 줬었다.


그런데도 유메지는, 험악했을 아버지와 함께 이 파티에 참석했다. 뭔가 내막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츠구미는 마음속에 떠오른 의심을 잠재우면서, 유메지의 손을 잡아당기며, 앞서가듯 걷기 시작했다. 우선, 침착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세상은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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