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74. 우리들에게 부족한 것

by 린멜 2019. 11. 29.


74. 우리들에게 부족한 것






집으로 돌아온 츠구미는 벨을 불러내, 신묘한 표정으로 경위를 설명했다.



"――인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츠구미가 사정을 설명하자, 벨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녀석. 익숙하지 않은 것을 경솔하게 떠맡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거지 않느냐."


"지당하십니다……"


"그나저나, 드레스인가. ……저 가슴과 키에 어울리는 것이 있긴 한 것인가?"


"아―, 역시 문제는 그거구나."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가장 큰 결점. 그것은 살집이 없다시피 하단 것이다.


동년배 여성의 평균보다 작은 가슴과, 170cm에 가까운 큰 키. 길죽한 손발은 날씬해서 화사한 인상을 주지만, 입는 옷에 따라서는 약간 궁상스럽게 보일 수 있다. 슬렌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인상을 받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평소에는 노출이 없는 디자인의 옷을 입고 다녀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일반적인 드레스――몸의 라인이 드러난다면, 그 결점이 부각되고 말 것이 틀림없다.



……역시 정장으로는 안되는걸까. 정장이라면 남장 미인처럼 보이니까,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을텐데.



"뭔가 이렇게, 변신의 응용으로 체형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킨다거나 그런건 못 하는거야?"



츠구미가 벨에게 그렇게 물어보자, 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네녀석이 『여자로 태어났을 경우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몸을 변질시킨거다. 어설프게 손을 댔다간, 실제의 몸에 영향이 생길거야."


"……좋아, 아까 발언은 각하라는 걸로."



츠구미는 깨끗이 자신이 내놓은 제안을 잘라버렸다.


――원래 몸에 악영향이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 가뜩이나 라돈전에서 무리를 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데, 더 이상 몸이 변질되는 것은 역시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꽤나 겉모습을 신경쓰는군. 네녀석은 겉모습에 크게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벨이 신기하단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츠구미가 자신의 외모――하가쿠레 사쿠라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신경쓰는 것은 꽤 드물다. 오히려 평소에는 전투용 옷의 디자인이나, 정부에 나갈 때의 옷 선택조차 벨에게 통째로 맡기는 것이다. 벨이 신기해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 벨에게, 츠구미는 겸연쩍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일단은 나라의 얼굴중 한 사람으로서 파티에 참석하는거잖아? ――그런 시시한 걸로 바보취급을 당하면, 화가 나지 않겠어?"



딱히 츠구미는, 가슴이 없는 것이나 살집이 없는 것 자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체형이라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논하면서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은, 화가 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너무 이상한 꼴을 하고 있으면, 하가쿠레 사쿠라는 물론 십화에도 비난이 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파티의 진짜 목적은, 화목한 간담이 아닌, 더 교활하고 질척질척한 속내 탐색이다. 참가자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으려고 악의를 두른 칼을 마음 속에 숨기고 있다.


그렇기에, 사소한 일조차 조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가쿠레 사쿠라가 십화로서 파티에 참가하는 이상, 완벽하다고까진 할 수 없더라도, 성실해 보이도록 꾸며야만 한다.



"나는 정치일 따위는 잘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약점을 보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어. ……게다가 나 때문에, 십화 전체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싫으니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벨은 기가 막힌 듯 어깨를 움츠리며, 테이블 위에 앉았다.



"……뭐냐 네놈. 혹시 나쁜 것이라도 먹은게냐?"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런건 안 먹었는데……"



츠구미가 의아한 듯이 되묻자, 벨은 비꼬는 듯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대단히 충성스럽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흥. 아마테라스 녀석은, 어지간히도 잘 백성들의 교육을 하는 것 같군."



……아무래도 벨은, 츠구미가 정부에 협력적인 것이 불만인 것 같다. 라기보다도, 벨은 처음부터 정부 그 자체를 싫어한다. 다만 그것은 정책이나 방침 등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그들에게 지시받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이 나라의 정부라는 것은, 아마테라스 직속 행정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정부로부터의 지시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아마테라스의 명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존심이 높은 벨에게 있어서는,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극동의 신의 아래를 감수한다――그 부분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부분의 신의 사정은 츠구미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어떻게든 타협을 해 줬으면 하는 바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테라스 님은 행정에는 그렇게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 하지만, 확실히 정부는 마법소녀에 관해서는 가볍게 세뇌 비슷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 외에는 비교적 성실하다고 생각하는걸?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반 시민들은 매일 평화롭게 지낼 수 있고말야."



확실히 정기적으로 마수의 내습――생명의 위기는 있는 데다, 일부 소녀들은 가혹한 싸움을 강요당하고 있다. 정부라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로 납득할 수 없는 일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이 나라는 그야말로 『낙원』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다고 츠구미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라는 주신인 아마테라스에 의해 지켜지고, 현대의 전처녀(발키리)인 마법소녀들은 동서고금의 신의 손을 잡고 적에게 도전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신화의 재현과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래된 신화에서만 이야기되는 신들이, 이 닫힌 작은 섬나라에만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츠구미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확실히 이 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보면 비뚤어지고 기묘하며 불가사의할 수도 있다. 악마의 나라라 비난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고 있다. 마법소녀 관련 세뇌 비슷한 교육이 좋은 예다. 하지만 그럼에도, 츠구미는 이 나라를 싫어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나라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벨 님과도 만날 수 없었을테니까 말야.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벨은 괴상한 얼굴로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흥. 그런 말로 내가 대충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아하하. 하지만 뭐, 정부에 협력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지금은, 시계의 정세도 변하고 있는 것 같고 말야."



그런 말을 하면서, 히츠기에게 건네받은 파일에 들어있던 서류 한 장을 꺼내, 벨을 향해 내밀었다.



"오늘 회의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최근 몇년 사이, 외국에서도 마수가 나타나게 된 거 같아. 아직 소규모 피해밖에 나지 않은것 같긴 하지만, 대재해 수준의 피해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해. ……그렇게 되어버리면, 기존의 마법소녀들은 지금 이상으로 다른 나라에게 노려질 거야. 앞으로의 일도 생각한다면, 정부를 대하는 것은 나름대로 순종적으로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에 대해서는, 히츠기처럼 불합리를 강요당하고 있을 때는 제대로 불평해야겠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협력적으로 처신하는 편이 무난할 것이다. 어중간함, 정도의 거리가 딱 좋다.



――젊은 세대는 별로 의식하진 않지만, 일본이 사실상 궤멸 상태가 되고 나서, 아직 30년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마수에 유린당한 뒤, 단 10년만에 생활 기반을 살린 정부의 수완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수의 핵을 이용한 에너지 변환 시스템이 확립되어, 국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조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수입에 의지하지 않고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런 이 나라의 모습을 보고, 외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겉으로는 악마가 모이는 나라라 외치며, 어린 소녀들을 마수와 싸우게 하는 것을 반인도적이라며, 그들은 일본에 대해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원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보인 일본을 질투하고 있는 것은 명백했다.



게다가, 외국에서의 마수 출현수의 증가 문제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란의 전개가 될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뭐 이번만큼은, 벽 옆에서 조용히 서 있기만 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해. 아무도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정치적인 이야기 같은걸 기대하지 않을 테니까. ……드레스에 관해서는, 정부가 고용한 옷가게가 있는 것 같으니 거기서 상담해보려고. 프로에게 물어보면, 체형을 속일 수 있는 옷같은걸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여성복에 대해 상담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중요한 일을 위해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츠구미가, 리스트업되어 있던 가게중에서 괜찮아보이는 옷가게를 고르고 있는데, 쾅, 하는 큰 소리가 나며 거실의 문이 열렸다.



움찔 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츠구미가 문 쪽을 응시한다. 그러자, 거기에는 하얗고 동그란 털뭉치――시로가 두 발로 서 있었다. 그리고 시로는 고개를 들며,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다. 옷은 내게 맡기면 된다."


"……에에?"



영문을 몰라 츠구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터벅터벅 걸어온 시로가 츠구미의 무릎에 오르면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부터 귀여운 여동생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옷이 있다. 그것을 입으면 된다."


"……여러가지로 태클을 걸고 싶긴 한데, 난 어디까지나 형의 『남동생』이지, 여동생은 아닌데. 저기 벨 님.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츠구미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벨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벨은 무시무시한 것을 보는 눈으로 시로를 바라보고, 작게 고개를 젓고 외면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상관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에에, 거짓말이지? 이 상황에서 외면해 버리다니……



츠구미가 속으로 충격을 받고있는데, 무릎 위에 올라온 시로가 어디선가 큼직한 책자를 꺼내서, 살며시 츠구미의 앞에 내밀었다.



"딱히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보고, 마음에 든다면 나중에 나를 부르면 된다. 그럼, 나중에 보자."



그 책자를 츠구미가 받자, 시로는 눈부신 빛이 되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동요를 감출 수 없다.



"……대체, 언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걸까."



츠구미가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리자, 벨이 혀를 크게 차면서, 탕, 하고 꼬리로 책상을 쳤다.



"아마도 처음부터겠지. ――정말이지, 개수작을 부리는군."



분노로 털을 곤두세우면서, 벨은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두 신이 만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지만, 역시 궁합이 나쁜 것 같다. 이전에 그들 사이에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이에 낀 이쪽의 기분도 조금은 생각해주길 바랬다.



――그건 그렇고, 형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몇 달 동안 함께 지내왔지만, 도무지 그의 사고회로를 이해할 수가 없다. 천연덕스럽고 약간 분위기를 읽을 수 없는 점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츠구미도 생각조차 못했다.



하는 말로 보아, 왠지 옷은 이미 준비된 거 같은데, 시로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물건을 준비해 둔 것일까. ……그보다도, 어떻게 그는 하가쿠레 사쿠라의 옷 사이즈를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가슴을 살짝 누르면서, 시로에게 받은 책자를 살짝 펴봤다. 딱히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훑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그려져있던 것은, 예상 외로 츠구미가 원하던 조건에 딱 부합했다. 구조를 몰랐기에 굳이 선택사항에는 넣지 않았지만, 이것이라면 하가쿠레 사쿠라의 결점도 거의 커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억울하지만 나쁘지 않구나."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면서, 츠구미는 살며시 벨 쪽을 바라보았다. ……이번 최대 과제는, 벨을 설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