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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77. 이어지는 것

by 린멜 2019. 12. 9.


77. 이어지는 것









아버지를 같이 찾는다, 라고는 말했지만, 유메지는 그렇게까지 아버지를 찾는 것을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실제로, 걸으면서 계속 주위를 둘러보고는 있지만, 남자보다는 여자 쪽으로 시선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누군가 다른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일까?



"저기, 유메지 양. 아까부터 여성분들을 보는 것 같은데, 혹시 아버님 말고 다른 아시는 분이 있는 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유메지는 정곡을 찔렸는지, 놀란 듯한 표정을 하고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낙심한 듯 눈썹을 깔고, 마음을 다잡은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은, 그래요. 오늘 파티도, 사실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아버님께 무리하게 부탁해서 참석한거에요. 그래서 아버님과도, 일부러 별도 행동을 하고…… 속여서 죄송해요. 하지만, 역시 오늘은 그 사람은 오지 않은 모양이네요. 낮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낮에? 혹시,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은……"


"네. 십화의 히츠기 아이리에요."



츠구미의 질문에, 유메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오늘 낮에 소동이 있었던 인물은, 히츠기밖에 없다. 그런데, 이 아이와 그녀에게 무슨 접점이 있는걸까?


그런 츠구미의 의문이 표정에 나타났는지, 유메지는 죄송한 표정을 짓고 사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죽은 언니의 방에 오랜만에 들어갔을 때, 히츠기 씨 앞으로의 봉투를 우연히 발견했어요. 책상 뒷면에 숨기듯이 붙여두었으니, 다른 가족들은 찾지 못한 것이겠죠. 그런 곳에 숨길 정도니까, 분명 중요한 물건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 대신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언니가 살아있었을 땐, 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유메지는 슬픈 듯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언니가 이미 고인이라는 것은 이타도리에게 들었지만, 자세한 사정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명문가만의 선민 사상과 알력이 원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죽음을 택한 듯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할 정도의 절망이란, 대체 어느정도인 것일까. ……그런 것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편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언니는 마법소녀로서의 적성이 있어서, 가족이나 집안 모두에게 기대를 받았었습니다. 후보생으로서의 성적도 우수했고, 후보생을 졸업한 선배 마법소녀들과의 관계 역시도 좋았어요. ――하지만, 언니는 신 님에게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몇 번이나 『카미노마』에 발을 들여놓아도, 전혀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고 해요. 나중에 들어오는 후보생들에게 자꾸 추월당해서, 언니는 완전히 마음이 부러지고 말았어요. 본인은 순순히 포기하고 정부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하려고 했지만, 아버님과 집안 사람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그들은 언니를 집에 가두고, 매일같이 후보생으로 돌아가도록 계속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언니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죠."


"……그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적어도, 성실한 부모님이 할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당시 여섯살이었던 제게는, 부모님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혼나는 언니가 나쁘다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언니가 혼나고 있을 때도,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요. 정말로, 못난 여동생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유메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은, 초등학생이 지을법한 표정이 아니다. 후회와 회개가 배어있던 것이었다.



"실은 제게도 마법소녀로서의 적성이 있어서, 내년에는 후보생이 될 것을 기대받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무서워요. 비록 운좋게 신 님께 뽑혀도, 싸울 마음이 없어요. ――그날 본 마수는 무서웠는걸……!"


"유, 유메지 양, 진정하세요. ――여기 무서운 건 없으니까."



덜덜 떨기 시작하는 유메지를 달래면서, 사람이 있는 장소를 벗어나듯 벽가까지 이동했다.



――공포의 플래시백. 그 놀이공원에서의 일은,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이타도리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녀는 마수에 대한 두려움을 떠올리면, 이렇게 떠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의 겨나에게 마법소녀가 되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이야기다.



"아, 아버님은 항상 언니처럼 되지 말라고 하셨어요. 학교에서 성과를 내면 칭찬해주셨죠. 미움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무리에요. 전 할 수 없어요. 분명 금방 죽어버릴거에요. 이런 우는 소리, 분명 언니가 들었으면 화를 내겠죠.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스스로 그것을 내팽개치려고 하다니."



――그것은, 마치 참회 같았다. 말을 멈출 수 없게 된 듯이, 유메지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무섭고 괴로워서, 누군가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언니의 방으로 뛰어갔어요. 거기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 울면서 바닥에 쪼그려 앉았을 때, 이 봉투를 발견했어요. 저, 그때 생각했어요. ――아아, 분명 난 이 편지를 맡은거구나, 라고. 이 편지를 히츠기 씨에게 전해주면, 나는 언니에게 용서받을수 있어――어처구니 없게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거, 제멋대로인 망상일 뿐인데."


"유메지 양. 이제 됐어요. 괜찮아요. ――그 이상, 자신을 탓하면 안돼요. 당신이 나쁜게 아니에요."



눈물을 흘리는 유메지의 등을 어루만지며,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상냥하게 닦아준다.



"마법소녀가 되는것도, 되지 않는것도, 당신의 자유에요. 비록 부모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참견해도 되는 것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무서우면 도망쳐도. 그것을 비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요. 그래요, 비록 신이더라도."



싸우기 싫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전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인륜에 반한다.


그런 아이를 싸우게 싶어하다니, 특수성벽을 가지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아이를 고르는 신이 있다면, 분명 변변한 신이 아닐 것이다.



"하가쿠레, 씨. ……그런식으로 말해주는건, 친구와, 아는 오빠 뿐이었어요. 다른 모두는, 모처럼 재능이 있으니까 마법소녀가 되라고…… 저, 정말로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건가요?"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유메지가 츠구미를 올려다보았다. 축축히 젖은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있어, 매우 애처로웠다.


츠구미는 양손을 유메지의 뺨에 가져다대며, 얼굴을 가까이 하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당신 자신이 결정해야 해요. ――만약 그걸로 부모님이 불만을 가진다면, 제게 상담해 주세요. 설득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십화의 말이라면 조금은 귀를 기울여 줄테니까요."



――아마도, 유메지의 부모님은 자기 과시욕이 상당히 강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사람들은, 자칫 위의 입장의 자로부터의 외압에 약하다. 한마디 직언을 하며 이 사건을 공표하겠다고 넌지시 말하면, 분명 그녀의 부모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뭐, 이건 최종 수단이니까 별로 사용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지만.



츠구미가 안심시키듯 상냥하게 미소짓자, 유메지는 이제야 어깨의 힘을 빼고 굳은 표정을 풀었다.



"감사해요, 하가쿠레 씨. 그렇게 말씀해주시는것만으로도 정말 기뻐요."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요. ……마수와 싸울 수 없다는 아이는, 제 지인들중에도 있으니까."



문득 웃으며, 치도리의 생각이 난다. 치도리는 정부에서 일하는 틈틈이 몇번인가 시뮬레이터로 전투를 겪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형이나 동물같은 외관의 마수는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벌레나 무기물 모양은 괜찮기때문에, 실력이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분명, 생물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행위는, 치도리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일 것이다. 전이에만 전념하고, 싸우는 일 따위는 얼른 포기해 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던 중, 유메지는 무언가를 결의한 듯 가슴 앞에서 손을 잡고, 츠구미를 강한 의지가 담긴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저기, 하가쿠레 씨. 이걸 받아주세요."


"에? 그렇지만 이건 언니의 편지잖아요?"


"네. 하가쿠레 씨가 히츠기 씨에게 전해주셨으면 해요. ……실은 제가 직접 전해주고 싶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그건 상관없지만요, 정말 괜찮은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유메지는 뭔가 맺혔던게 사라진 듯 예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히츠기 씨에게는, 반드시 언젠가 만나러 갈테니까요. ――언니가 정부의 공무원이 되어 마법소녀를 돕는 일에 뜻을 두었듯이, 저도 그쪽을 목표로 하려고 해요. 게다가, 제 친구는 아마 마법소녀를 목표로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이나마 그녀의 힘이 되고 싶어요."



유메지는 그렇게 말하고,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백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화면을 확인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은 슬슬 돌아가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배 승선구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니, 이만 가볼게요."


"그곳까지 데려다줄까요?"


"괜찮아요. ――모두의 하가쿠레 씨를, 이 이상 독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유메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긴 드레스의 가장자리를 잡고 예쁜 인사를 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네.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떠나가는 유메지의 등을 배웅하고, 츠구미는 살며시 숨을 내쉬었다. 떠날 때 『하가쿠레 사쿠라』용 연락처는 유메지의 백에 넣어뒀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은 줄 것이다. 역시 이렇게까지 깊게 알게 된 상대방이, 정신적으로 몰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건 그렇고, 이 편지. 어떻게 해야 할까.



히츠기에게 그냥 시치미를 떼는 얼굴로 전해줘도 되지만, 물건이 물건이다.


……이전에 히츠기가 말했던 『정부의 공무원이 되고 싶다던 후배』라는 것은, 아마도 이 편지의 발신인――유메지 요츠바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택하기 전의 상태에서 쓰여진 편지는, 온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히츠기가 심하게 침울해진다면 누구도 구원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최악이지만, 발신인이게는 미안하지만 한 번 내용을 고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츠구미에게는, 고인의 의지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은 채, 간담 파티는 종료되었다. 나중에 소우비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히츠기는 딱 한번 얼굴을 내밀러 왔지만, 몇 사람들과 인사만 나누고는 일찌감치 퇴산한 것 같다. 작게 기침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괜찮은 것일까.






◆◆◆





파티가 끝난 다음날, 츠구미는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고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에 와 있었다. 그리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배후에서 팔을 세게 붙잡혔다.



"스, 스즈네 선생님?"



놀란 츠구미가 묻기도 전에, 스즈네는 초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츠구미를 잡아당겼다. 행선지는 계단 바로 옆에 있는 무인 준비실이다.


뿌리칠 수도 있었지만, 스즈네가 필사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준비실에 들어간 스즈네는 문을 닫고, 험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나세 군의 누나. 치도리 양은, 오늘은 정부에 있는거지?"


"아아, 네. 오늘은 종일 그곳에 있는 거 같아요. 일단 공휴신고는 한 것 같은데, 그게 왜요?"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스즈네는 조금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오늘 아침 TV 영상에서 어제 파티의 모습이 찍혔는데, 한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어서."


"……헤에, 뭔가요?"



츠구미는 또 하가쿠레 사쿠라 관련 일인가 하고 대비했지만, 스즈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예상외의 말이었다.



"영상에 한 순간만 나왔던 사람――히츠기 아이리 씨의 몸에, 시커먼 실이 엉켜 있었어. 저런 색의 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검은, 실?"


"그래. 나도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저걸 보는 순간 떨림이 멈추지 않았어. 나, 왠지 싫은 예감이 들어서…… 만약을 위해 유키 구, 유키노 양에게는 연락을 해 두었지만, 가능하면 치도리 양도 히츠기 양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나서는 늦으니까."



심하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스즈네는 그렇게 말했다. 츠구미는 동요하는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작게 숨을 내쉬었다.



――진정해. 아직 히츠기가 죽는다고 확정된 건 아니야. 스즈네는 『검은 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어. 단정지어서는 안 돼.



"스즈네 선생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치도리에게 연락하고 올게요."


"으응, 괜찮아. 내가 신경쓰였을 뿐이니까."



츠구미가 감사를 표하자, 스즈네는 안심한 듯 웃었다. 분명 스스로도 황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츠구미가 믿어줄지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감은 잘 맞는다. 츠구미는, 자신의 몸으로 그것을 알고 있다.



스즈네와 헤어져 준비실을 뒤로 한 츠구미는, 계단 뒤 사각으로 뛰어들어 변신해, 전이를 발동시켰다. 이동처는 정부――치도리가 일하는 부서다.



급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필사적으로 기도한다. ――부디, 시간에 맞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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