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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107. 양보할 수 없는 마음

by 린멜 2020. 5. 9.


107. 양보할 수 없는 마음






어느 창고거리에 있는 커다란 수송 컨테이너 안에서, 치도리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깨우려 하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츠구미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간 치도리는, 여자 화장실 안에서 괴한과 조우했던 것이다.



"당신, 거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치도리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 때, 그 괴한은 중학생 정도의 소녀를 커다란 카트 안에 밀어 넣고 있는 중이었다. 소녀는 축 늘어져 있어, 의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떄, 치도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나, 도움을 청하는 거시. 다른 하나는, 치도리 자신이 저 괴한을 제압하는 것 두 가지다.


예전의 치도리――마법소녀가 되기 전의 치도리였다면, 망설임 없이 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아무리 검도 유단자라지만, 평범한 소녀인 치도리가 괴한과 상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치도리는 망설였다. ――마법소녀가 도망쳐도 되는건가,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치도리가 고민하는 틈을 타서, 그 괴한은 한순간에 다가와, 치도리를 뇌가 흔들릴 정도로 후려친 것이다.



……그리고 그 뒤 일은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쓰러지듯이 머리를 바닥에 부딪친 것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 후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치도리는, 축 늘어진 중학생 정도의 소녀와 함께 그 괴한――유괴범에게 끌려와, 이 창고에 갇힌 것이다.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치도리는 주춤주춤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발이 묶여있어 크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고개를 돌릴 수는 있다.


그러자 수 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 그때 화장실에서 본 소녀가, 치도리와 같이 바닥에 굴러 넘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소녀의 가슴은 천천히나마 오르내리고 있는걸 보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 같았다.


치도리는 안심한 듯 숨을 내쉬고, 아파오기 시작하는 이마의 통증에 신음했다. ……방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이마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아마 쓰러질 때 입은 것이리라. 대충 거즈는 붙여놓은 듯 했지만,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치료는 기대할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여긴 어디일까. 갯내음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컨테이터 안이 쇳내가 나서 그것도 알기 어렵다.


어떻게든 구속에서 벗어나, 또 다른 소녀를 데리고 도망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그것도 어렵다.


약을 먹인 것인지, 머리를 부딪친 영향으로 의식이 흐릿한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고가 잘 정리되지 않는다. 전이를 사용하려면 섬세한 힘의 컨트롤이 필요하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 마법소녀로서의 힘은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더 열심히 싸워왔더라면, 그 아이도 확실하게 구할 수 있었을까



치도리가 더 강했더라면, 만약 처음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었더라면, 그 아이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도리는 이를 악물었다. 모처럼 누구라도 동경하는 힘을 손에 넣었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하는 자신. 같은 전이 관리부 사람들은, 천천히 힘을 키워 나가면 된다고 치도리에게 격려를 해 주었지만, 설마 그들도 치도리가 당장 이런 일을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마법소녀가 된 주제에, 무엇 하나 도움이 되지 못한다니.



그렇게 치도리가 자기혐오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끼익 하고 컨테이너의 문이 열렸다.


발소리를 내며, 몇 명의 사람들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온다.



"깨어 있나? 아니면 자고 있나? ――뭐 어느 쪽이라도 좋아.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으니까."



그중 한 사람――날씬한 장신의 여자는,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단언했다.


검은 팬츠 슈트를 입은 그 여성――백은의 머리를 가진 외국인 여성은, 주위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컨테이너에 짐을 실어 나른다.



……역시, 그들은 공작원인가 뭔가 하는것인가. 정부 내에서도, 최근 그런 조직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설마 이렇게 가까이에서 피해를 입을 줄은 몰랐지만, 치도리가 마법소녀라는 것이 탄로나지 않았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른다.


검은 슈트의 여성은 자는 척하는 치도리의 앞에 쪼그려 앉아, 외국어 억약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도 재난이군. 그때 화장실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갑작스러운 일이라 힘조절을 하지 못했는데, 머리는 괜찮나? 본국으로 수송하기 전에 죽으면 곤란한데."


"괜찮습니다. 바다에 정박해 있는 배에는 의사도 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최악의 경우 시신이 되더라도 사용할 곳은 있으니까요. 연구자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헌체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하핫, 그건 무섭군. ……비장의 술사를 잃은 벌충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야, 꽤 혼나겠네요. 변변치 않은 할망구였지만, 그 힘만큼은 진짜였으니까요. ――갑자기 전소돼 죽어버리다니, 뭐라고 보고를 해야 좋을지."



머리 위에서 전개되는 무서운 대화에, 치도리는 몸을 굳혔다.



――본국으로의 수송. 헌체.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지만, 이 유괴범들은 치도리들을 외국으로 보내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섣불리 저항해도 그들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영화관에서 벌어진 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치도리보다 격투기가 뛰어나다. 조급하게 움직였다가는, 다음에는 그냥 구속되는 것 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기회를 노려 어떻게든 전이문을 열어, 이 유괴범들이 방심하는 사이에 소녀와 함께 전이로 도망쳐야 한다. 그것을, 결계 밖으로 나가기 전에 완수해야만 한다.


만약 아마테라스의 결계에서 나와 버리면, 마법소녀로서의 힘은 반감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치도리들이 무사히 도망갈 방법은 없어져 버리니까.


그렇게 강하게 마음먹었지만, 치도리의 의식은 이미 한계였다. 머리를 다쳤을 때의 데미지와, 컨테이너로 옮겨지기 전에 주사된 수면제가, 치도리의 의식을 앗아간다. 그런 치도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납치범들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건 그렇고, 신이라. 그런 수상쩍은 것에 의지해야 하다니…… 아무리 나라를 위한다지만 우울해지네요."


"그렇게 불평하지 말도록. 아무리 신에게 빌어도, 우리의 사태는 호전되지 않았어. 그렇다면, 상대가 악마일지라도 이용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 이 바보같은 나라에 임시 외교관으로 잠입한 것이니까."



정부의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는건 힘들었지, 라고 은발의 여자가 웃으면서 말한다.



"히히, 좋은 여자에게 약한건 어디나 마찬가지죠."


"흥, 부추겨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비위를 맞추는 것도 이제 끝이다. 이녀석들――마법소녀의 적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을 조사하면, 마법소녀의 메커니즘 연구도 진행될 터. 게다가 단순 인질로도 써먹을 수 있으니까. 이녀석들과 맞바꾸어, 우리나라에서 나온 마수의 처리를 의뢰할 수도 있지. ――자, 이 장소를 눈치채기 전에 얼른 바다로 나가도록 하지. 시간은 유한하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납치범들은 차근차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 안에는 위장용인지, 여러가지 짐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유난히 큰 상자가 실려왔다.


은발의 여성은 천천히 그 쇠상자를 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치도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천천히 치도리를 들어올리더니, 그 쇠상자 안――솜이 가득 찬 곳으로 치도리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 철상자는, 아무리 봐도 치도리의 힘으로는 파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저런 좁은 장소에서는, 도저히 전이문도 꺼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것을 실눈으로 보고 있던 치도리는, 몸을 굳혔다. 이대로는, 도망칠 수 조차 없게 되어 버린다.



――안돼, 일어나야 해. 이런 데서 끝날 수는 없어.



――왜냐하면 나는, 아직 치도리를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으니까.



흐릿한 시야를 뿌리치듯, 치도리는 자신의 혀를 깨물었다. 그 충격으로, 서서히 입안에 쇠맛이 퍼진다. 각오를, 다져야 한다.



"…………람……여."


"응?"


"―――바람이여!! 잘게 썰어라!!"



치도리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불가시의 칼날이 주위를 찢어갈겼다. 은발의 여인은, 무심코 불어오는 바람에 치도리를 내려놓는다.



그 찰나, 치도리는 손발의 구속을 끊고, 고양이처럼 몸을 날려, 구르듯 잠든 소녀 근처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소녀를 안아 일으켜, 짐을 등지고 경계하듯 유괴범들을 노려보았다.



"……놀랍군. 너, 마법소녀였던건가."


"시끄러워. 대답할 필요는, 없어."



숨이 끊어질 듯이, 치도리는 그렇게 되받아쳤다. 입꼬리와 코에서 붉은 것이 흘러내린다.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대가였다.



"다가오지, 마!! 베이고 싶어!?"



몰래 치도리 쪽으로 다가가려던 남자에게 바람의 마법을 발한다. 그럴 때마다 욱신욱신 온몸이 쑤셔오지만, 지금 그들에게 약세를 보일 수는 없다.


――여기서 버치지 않으면, 더는 뒤가 없다. 누군가가 때마침 도와주러 와준다, 같은 희망은 바라지 않지만, 그럼에도 발버둥을 쳐야만 한다. 여기에는, 자신 밖에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런이런, 귀찮네. 네게 준 그 약은 꽤 강력했을텐데. ――뭐 됐어. 네가 저항한다면, 이쪽도 생각은 있으니까."



은발의 여인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양복 안쪽을 살피듯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뭔가 검은 것을 꺼내고는, 그것을 천천히 치도리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검은 것――권총의 격철을, 찰칵 하고 올렸다.



"네가 나에게 공격을 하기보다도 먼저, 이 총알은 너희를 관통할거야. 뭐, 죽지는 않아. 그저 죽을 만큼 아플 뿐이야."


"…………큿, 그런 위협은!!"


"시험해볼까? 상냥한 너와는 달리, 난 일절 망설이지 않아. 사람을 해치는 일 같은건 익숙해졌으니까 말야."



여유로워진 여자의 말에, 치도리는 분함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여자는, 그 순간에 치도리가 사람을 직접 해치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도리에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있다.



"……해보면 돼."


"헤에?"


"난, 그런거에 굴복하지 않아. 외국에 절대로 가지 않아!! 왜냐면, 왜냐면 내게는――"



치도리는 자고 있는 소녀를 보호하듯 껴안으며, 여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고했다.



"돌아갈 장소가, 있으니까――!!"



얼마 되지 않는 힘을 전부 쏟듯이, 바람의 칼날을 날린다. 망설임도 당황도, 지금은 잊자. 그들은 쓰러뜨려야 할 적들이다. 절대로, 굴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자는 사납게 날뛰는 폭풍을 개의치 않고,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럼에도 치도리는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운명의 순간이 찾아온다.



"어머나. ――당신들, 조금 장난이 지나치네."



그때, 아름다운 목소리가 컨테이너 안에 울려 퍼졌다.



"――무스, 총이 녹았어!?"



붉어진 총――쇠덩어리가 땅에 떨어졌다. 여자는 진무른 오른손을 누르면서, 초조한 듯 배후――컨테이너의 입구 쪽을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컨테이너 입구에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역광을 등에 업고 천천히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그 얼굴이 드러난다.



"――너, 너는."


"이 나라의 모든 인간은, 아마테라스 님의 관리하에 있어. 그 신의 것을 가로채겠다니, 고작 인간 주제에 무슨 생각인걸까?"



화악, 하고 불길을 두른 빨간 머리가 흔들린다.



"――벌이 필요하겠네."



모든 것을 강제로 굴복시키는 듯한 영악한 미소를 띤 여자――토노 스미레가 거기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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