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무지라는 죄
졸린 의식 속에서, 츠구미는 꿈을 꾸고 있었다. 기억이 불꽃의 바다에 휩쓸리기 전――그래, 츠구미가 아직 어렸을 시절의 꿈을.
◆◆◆
츠구미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누나――사쿠라 누나가, 곤란한 얼굴로 어린 츠구미를 만지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조심조심 뻗은 누나의 손가락을 츠구미의 작은 손이 잡고, 거기에 놀란 누나는――왠지 아주 슬픈 얼굴로 미소 짓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인상에 남아 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츠구미가 철이 들었을 때에는, 누나와 둘이서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시설 안에서 생활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것이 여명의 별――누나가 운영하는 종교 시설이었던 것이다. 새하얀 벽에 점재하는 기묘한 팻말이, 동심 시절에는 무서웠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곳은 매우 넒은 시설이었지만, 츠구미에게 그 장소는 몹시 거북했다는 인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자유롭게 시설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누나와 달리, 츠구미가 혼자 다닐 수 있는 곳은, 누나와 공용으로 생활하는 생활공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제사에 끌려나갔을 때도, 츠구미는 하얀 제단 한가운데 앉아만 있을 것을 강요받아, 입을 열 수 조차 없었다.
밖에 나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고, 대화할 상대조차 제한된 날들은, 어린 츠구미에게는 매우 지독한 것이었다.
――하지만, 누나는 늘 츠구미를 귀여워했다. 도리어, 헌신적이라고 할 정도로.
말과 식사법, 글과 기본적인 상식. 그리고 인간으로서 필요한 지식은, 전부 누나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었다. 츠구미에게 있어서, 누나――사쿠라 누나는, 누나이자, 엄마이자,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그 자체로 세계가 완결돼 있던 것이다.
――불만은 있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이 떄 츠구미는, 틀림없이 【행복】했었으니까.
……하지만 바깥 세상을 안 후에 과거를 떠올리면, 여러가지 이상한 점이 떠오른다. 그 때 츠구미에게는, 개인을 가리키는 말――이름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나나 시중을 드는 여자들은 츠구미를 『츠구미』나 『츠구미 님』이라고 부르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틀림없이 『츠구미』라는 것이 자신의 이름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누나 왈, 어디까지나 『츠구미』라는 호칭은 가명으로, 진짜 이름은 아니라고 한다. 누나는 이름을 짓지 않는 이유를 「나쁜 것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알 수 없다.
……『츠구미』라는 호칭의 유래를 누나는 이야기하긴 했지만, 츠구미는 나중에 시중드는 여자들이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들어버렸다.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는, 외부인이 무엇을 물어도 입을 다물어라.
누나는 츠구미가 어렸을 때부터, 사사건건 그렇게 신자들에게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츠구미가 크고, 가명 하나 없이는 불편하다 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훈계를 담아 『츠구미』라는 가명을 지었다고 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변변치도 않은 이유이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이름이 없는 숨겨진 아이. 그 말만으로, 당시 츠구미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츠구미는 그 호칭이 결코 싫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그런 유래에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 『츠구미(지빠귀)』라는 새를 알게 되면서, 인상이 바뀐 것이다.
누나가 집을 비운 사이, 츠구미가 늘 머무는 방을 헤매던 청년은, 놀란 얼굴로 「네가 그 소문의 『츠구미 님』이야?」라고 말했다.
그에 대해, 츠구미가 「아마도 그렇겠지만, 『츠구미』라고 불리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라고 불평하자, 청년은 사양하지 않고――오히려 뻔뻔스러울 정도로 털썩 츠구미의 옆에 앉아, 이유를 말하도록 독촉한 것이다.
츠구미는 낯선 사람의 접촉에 당황하면서도, 쭈뼛쭈뼛 자신이 느끼고 있던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청년은 조금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츠구미란 말이야, 철새의 이름이기도 해. 덩치는 크지 않지만, 하늘을 높이 날고, 대륙에서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오는 녀석들도 있어."
"바다를 건너? 하지만, 바다란건 굉장히 넒은거잖아? ……굉장하다. 난, 아무데도 가지 못하니까."
츠구미는 실제로 바다를 본 적은 없지만, 그 크기만큼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크지 않은 새가 그렇게까지 멀리 날 수 있는데, 어째서 자신은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는걸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츠구미는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낙심한 듯 츠구미가 바닥을 보고 있자, 청년은 츠구미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아, 바다는 넓지. 옛날에는 바다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어졌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그런 새도 자유롭게 어디까지라도 날 수 있어. 그러니까 같은 이름은 가진 너라면, 언젠가 분명 멀리 날 수 있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청년은 츠구미를 위로했다. 그리고 청년은, 남의 눈을 피해 몇 번이나 츠구미가 있는 방으로 방문해 여러가지 이야기나 바깥의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어느 날을 경계로 그 내방도 끊어져 버렸다.
츠구미는 그것을 섭섭하게 생각했지만, 입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만약 그것을 누나에게 말한다면――그 자그마한 기억이, 사라져버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누나는, 츠구미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시설 안을 돌아다닐 때, 누나는 결코 츠구미의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마치, 츠구미가 없어질까 봐 두려운 듯이 말이다.
그리고 츠구미가 일곱 살 생일을 맞기 얼마 전부터, 누나는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츠구미에게 신경쓸 시간도 점점 줄어들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고통이 되어 왔을 무렵――그 소녀는 나타났다.
"이 아이는 치도리라고 해. ――당신의, 새로운 누나야."
그렇게 말하고 언니에게 등을 떠밀려 츠구미의 앞에 서게 된 소녀는, 멍한 눈으로 츠구미를 바라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츠구미 군. 우리들, 앞으로 계속 함께네!"
――그 때의 충격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츠구미는 지금도 모르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어진, 사쿠라 누나 이외의 가족. 자유롭게 말을 걸어도 되는 인간. ……같은 또래의, 친구.
……아아, 하지만 분명 그 때부터다. 그 때부터 계속, 츠구미는 계속 잘못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누나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방에 가까이하지 않았지만, 츠구미는 행복했다. 아무런 재미도 없던 방 안에는 언제나 새로운 누나, 치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약간 멍해 보였지만, 언제나 츠구미에게 상냥했다. 바깥 이야기나, 둘이 할 수 있는 놀이. 또래 소녀와의 교류는, 츠구미에게 너무나도 신선한 것이었다.
……하지만, 치도리는 때때로 생각에 잠기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츠구미가 그에 대해 물으니, 치도리는 자신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마치, 감정을 조작당한 것처럼.
하지만 그런 것을 알 수 없는 츠구미는, 치도리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다.
――그 행복이, 살얼음판 위에 있는건지도 모르고.
◆◆◆
불타오른다. 불타오른다. 하얀 제단이 붉은 불꽃에 의해 타들어간다. 츠구미는, 그 광경을 멍한 머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붕괴의 시작은, 츠구미의 일곱 살 생일 아침이었다. 미증유의 대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날이다.
아직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대에. 창백한 얼굴을 한 누나에게 흔들려 깨워진 츠구미는, 누나가 시키는대로 새파란 액체를 들이켰다. 그리고 서서히 강한 졸음이 밀려드는 츠구미에게, 누나는 울상을 지으며 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츠구미만큼은,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대신할 그릇을 준비했으니까."
그 다음부터의 기억은, 대부분 날아가 버렸다. 츠구미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의식을 치르는 제단은 불길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츠구미가 천천히 주위를 두러보니, 츠구미에게 매달리듯 치도리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츠구미의 무릎에 기대듯이, 피투성이의 소녀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땡 땡 하고, 머리속에서 경종이 울린다. ――안돼, 알아서는 안돼.
하지만, 츠구미는 떨리는 손으로 그 쓰러진 소녀의 머리를 만졌다. 소녀의 얼굴이 드러난다.
"누나? 왜 그래, 그렇게 새빨개져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거야……?"
소녀――사쿠라 누나의 눈에서는 이미 빛이 없어져, 분명히 죽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호소해도,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람은 커녕 동물의 죽음조차 접해오지 않았던 츠구미는,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츠구미가 이상한 듯 누나를 흔들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츠구미가 저도모르게 위를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히익 하고 겁먹은 듯이 옆에 있던 치도리가 츠구미의 허리에 얼굴을 파묻고 껴안았다. 분명, 여성의 상처입은 모습이 무서웠을 것이다.
여자는 그런 치도리의 모습을 보고 분한 듯 얼굴을 찡그리고는,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조용히 츠구미의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치도리를 가리키며 쉰 목소리로 말한 것이다.
"네게 있어, 이 아이는 뭐지?"
"치도리는 내 누나야. 소중한 가족이고, 소중한 친구야. ――저기, 누나. 아까부터 사쿠라 누나가 눈을 안 떠. 어떻게 하면 일어날까?"
치도리가 곤란한 듯 그렇게 묻자, 화상을 입은 여성은 밉살스러운 듯 츠구미의 무릎 아래――사쿠라 누나의 사체를 노려보면서, 토해내듯이 말했다.
"자신의 남동생에게까지 이 처사인가. ……외도녀석. 끝까지 귀찮은 것을 남겨두다니."
그리고 여자는 천천히 츠구미의 목에 손을 뻗고, 아슬아슬하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츠구미가 갑자기 엄습해온 답답함에 신음하고 있는데, 여성은 문드러진 얼굴을 가까이 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겠어? 잘 들어 무격의 아이. 넌 죄를 짊어졌다. ――불쌍한 한 여자에게서, 가족을 빼앗은 것이다. 그러므로, 난 네게 벌을 주어야 한다. 이 녀석의, 유일한 신으로서 말이지."
여성의 말에 연동하는 듯,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의 끝에서 불타는 기둥이 쓰러져 간다. 붉은 불꽃이 공중에서 춤을 추며, 요란하게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이 보였다. 마치, 사람의 업을 정화하는듯이.
"그 아이를 지켜. 치도리를 지켜. ――아카네의 딸을 지켜. 그것만이 네가 살아가는 존재의의다."
괴로운 듯 켁켁거리면서, 츠구미는 여자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산소 결핌의 머리로는, 화상을 입은 여성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치도리를 지키라는 것은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츠구미에게 있어서 가족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츠구미는 화상을 입은 여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전혀 닮지 않았을텐데, 뒤틀린 시야에서 본 그 여성은, 어딘가 치도리를 닮은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
눈물을 흘리면서, 츠구미는 눈을 떴다. 아무래도,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까!? 이제 곧 병원에 도착입니다!"
좌석 옆에서, 아까 마주한 직원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하지만, 츠구미는 대답하지 않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차의 시트에 스며든다.
――기억을 전부 되찾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측할 수는 있다.
……누나가 불러내려고 했던 것. 신의 모조품. 츠구미는 분명, 그 그릇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숨겨져 왔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취급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누나는 분명 의식 전에 변심을 한 것이다. ――츠구미를, 구하기 위해. 누나가 말한 대신할 그릇은, 아마도 치도리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언제나 멍했던 것도, 분명 어떠한 방법으로 기억을 건드린 것이겠지. 어떻게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변변치 않은 방법인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딸이 제물이 될 것을 알고, 잠자코 내미는 부모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누나는 실패했다. 그래서 죽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츠구미는 알 수 없다. 단지 츠구미의 유일한 가족은, 그때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만큼은 아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치도리의 가족도다. 신과 계약한 지금이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그 화상을 입은 여성의 몸을 이용해 이야기한 것은, 틀림없이 고위의 신이었다. 그 신은, 마지막까지 치도리를 걱정하고 있었다. 고위의 신이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아이를 걱정하는 일 따위, 절대 있을 수 없다.
즉 그 화상을 입은 여성――신이 계약했던 여성은 치도리의 연자, 아니, 아마도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말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때 그녀는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아, 그렇구나. ――전부, 내 잘못인건가."
내뱉는 듯한 목소로리, 츠구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죄. 아아, 대죄이고 말고. 누나가 어떻게 치도리를 데려왔을까. 의식의 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째서 그 신은 츠구미의 기억을 잠군걸까. ――그런건, 이제 아무래도 좋다. 츠구미가 원래 예정대로, 의식의 그릇이 되어 얌전히 죽었다면, 분명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죄가 아니라면, 무엇이 죄겠는가.
――게다가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치도리를 만나라는 것인가.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실은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원인이었다니 우스갯소리도 되지 않는다. 츠구미는, 치도리가 불쌍해 견딜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츠구미가 탄 차는, 서서히 병원으로 다가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치도리가 잠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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