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수수께끼의 편지
"통행금지?"
"아아, 아무래도 이 앞길이 D급 출현때문에 봉쇄된 것 같아. 앞으로 30분간은 해제되지 않을테니, 조금 우회해야겠는걸."
츠구미와 아자레아, 그리고 중학생 소녀는, 토노가 시키는 대로 정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탈 때, 택시 운전사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이다.
――마수출현으로 인한 교통통제는, 딱히 드문 일이 아니다. 평범하게 지내다 보면, 한 달에 두, 세번 꼴로 겪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타이밍이 너무 나쁘다.
"……도착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거 같나요?"
"글쎄. 이 상태라면, 한시간 반 정도 걸리려나. 전차는 움직이고 있는거 같으니까, 만약 자네들이 서두른다면 그쪽이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확실히 택시 운전사가 말한 것처럼, 우회하는 것보다 전철을 이용하는 편이 빨리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길에 익숙하지 않은 아자레아와, 초췌한 소녀를 데리고 전차로 이동하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이긴 하다.
어떡할까 하고 츠구미가 고민하고 있자, 아자레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나세 군만 먼저 전차로 가도 괜찮습니다. 치도리 양이 걱정되는거죠? 저와 그녀는 이대로 차를 타고 향할테니까. ――당신도, 전차보다는 그 편이 낫죠?"
그렇게 말하며 아자레아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빨갛게 부은 눈꺼풀을 어루만지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걸로 괜찮아요. ……이런 얼굴로, 전차를 탈 순 없으니까요."
……확실히, 적령기의 여자아이에게 울어서 부은 얼굴로 전차를 타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짓이다. 게다가 따로 행동하는것은 츠구미에게 있어서도 이점이 있었다. ――혼자라면, 전이로 이동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일찍 도착했다고 해서 나나세 츠구미로서는 움직일 수 없겠지만, 『하가쿠레 사쿠라』로서라면 정부의 동향을 살필 수 있다. 츠구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을 리얼타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크다.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아자레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작게 머리를 숙였다.
"고마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게. ――기사님. 두 사람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맡겨둬."
마음씨 좋은 운전사에게 두 사람을 부탁하고, 만엔권을 몇 장 건넸다. 정부에 도착하면 분명 담당자가 택시비 정도는 내 주겠지만, 만약을 위해서이다.
……실은 그 자리에 있던 경찰이 태워주는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지만, 그것은 관할이 달라서 할 수 없다는 것 같다. 조직이란 정말 귀찮다.
"그럼 이따가 정부에서 보자."
"네, 나나세 군도 조심하세요."
그렇게 온화하게 인사를 나누고, 츠구미는 택시로부터 떨어져 역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향하는 척 하며, 인기척이 없는 좁은 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그런 츠구미의 등을 차에서 배웅하면서, 아자레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호인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도 역시 어딘가 이상해.
아자레아조차 눈치채지 못했던 부적을 간파하는 감각의 날카로움과, 그 불꽃의 괴물――토노 스미레를 앞에 두고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는 위기감의 둔함. 처음에는 아자레아와 같은 영시의 재능이 있다고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이 나라의 거주자와 신의 하인인 자신과는 보이는 경치가 다른 것일까. 매우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 검증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건그렇고, 치도리 양은 괜찮을까요."
아자레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결코 걱정하는 음성이 아닌, 짙은 곤혹이 섞여있었다.
아자레아에게 있어서 나나세 치도리라고 하는 인간은 『하가쿠레 사쿠라』라고 하는 인간을 연기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 라는 인식이었다. 그런데도, 아무리 상대가 술자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인간에게 악마(신)과 계약한 인간이 뒤떨어질 수 있는건가? 아자레아는, 아무래도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일부러 잡혀 유괴범――외환의 근심을 몸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동생인 츠구미는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듯 했다.
……치도리가 츠구미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치도리의 행동은 너무 허술했다. 그 기묘한 모순에, 아자레아는 골머리를 앓았다.
――츠구미에게 끌려와, 치도리와 이야기했을 때도 그랬다. 숨막힐 듯한 밤의 기운을 띠고 있는데, 봄볕처럼 쾌활하게 웃는 그녀. 처음에는 능숙하게 본성을 숨기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별다른 경계도 하지 않고 아자레아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그날 크루즈선에서 보았던 하가쿠레 사쿠라의 모습과는, 아무래도 인상이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웃는 얼굴 뒤에 추례한 본심을 숨기고 있는 무리들과 일상적으로 속내를 탐색하던 아자레아에게 있어서, 나나세 남매는 만난 적이 없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어느쪽이나 호인이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뿐인데, 어째선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자레아는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 나라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마굴인 것 같군, 이라고.
◆◆◆
골목길에서 몰래 하가쿠레 사쿠라의 모습으로 변신해, 정부로 전이한 츠구미는, 능청스럽게 사람이 바삐 돌아다니는 복도에서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이미 토노들은 정부로 돌아왔고, 준비가 되는 대로 납치범이 있는 본거지로 처들어갈 예정인 듯 하다. 그런 이야기에 안도하면서도, 츠구미는 불안한 듯 눈동자를 굴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치도리가 봉변을 당해서 다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만 해도, 불안해져서 머리를 긁고 싶어진다.
――토노들에게 맡기면, 틀림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눈으로 가장 먼저 치도리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제멋대로인 것일까.
츠구미가 복도에 기대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 하가쿠레 씨. 잠깐 괜찮을까요?"
"네? 무슨 일인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직원은 꽃무니의 봉투를 츠구미에게 건냈다.
"저기, 이건?"
"아까 토노 씨에게 부탁받았어요. 만약 하가쿠레 씨를 보면, 전해달라고 하셔서. 설마, 이렇게 마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오늘은 하가쿠레 씨가 비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뭔가 토노 씨와 약속이라도 잡은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직원에게, 츠구미는 동요를 감추며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별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런가요, 토노 씨에게서…… 감사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고 감사인사를 하자, 직원은 작게 머리를 숙이고 떠났다. 그리고 츠구미는 봉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토노 스미레가,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편지를? 게다가 이 타이밍이? 마치, 하가쿠레 사쿠라가 이 자리에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소행이다.
십화 중에서도, 토노와 하가쿠레 사쿠라의 관계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집회나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지만, 잡담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기억은 일절 없다. 이렇게 편지를 받는 등, 평범하게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납득이 가지 않으면서도, 츠구미는 그 봉투를 뜯어 안의 편지를 꺼냈다. 세 번 접힌 흰 종이를 펼쳤다.
――거기에는 손으로 그린 간소한 지도와, 좌표 같은 기호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에?"
당황하면서도 그 좌표를 휴대폰으로 알아보니, 아무래도 요코하마 항구의 창고거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편지를 건네받은 타이밍에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유괴범이 있는 장소의 좌표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토노는 이런걸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전해줬을까. 정체를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대는 희대의 무녀다. 혹시, 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편지를 보니, 그 편지의 맨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로 뭔가가 적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글씨를 노려보았다.
『오는 것도 오지 않는것도 당신의 자유입니다. ――부디 후회없는 선택을』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문장에, 츠구미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뭘 알고 있는거지?"
츠구미는 잠깐동안, 멍하니 편지를 바라보았다. ――그 등을, 무기질적인 눈으로 관찰하는 검은 그림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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