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세 발의 독선
――때는 조금 돌아와, 츠구미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을 무렵. 정부의 별채에 있는 신기성의 복도를 붉은 머리의 여성――토노 스미레가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토노 전용으로 맞춘 방안으로 들어가, 가죽 소파에 기대면서, 등 뒤의 그림자를 부르듯이 말했다.
"가르침은 완벽해. 그는 이쪽의 생각대로 움직여 줬어. 바로 당신의 계획대로, 말이지. ――하지만 조금 불쌍하네. 모처럼 잊고 지낸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하다니."
그러자 그녀의 등 뒤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마치 솟아오르는 듯 검은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대형견만한 크기의 까마귀였다. 선명한 검은 날개에, 세 개의 다리를 가진 그 까마귀――아마테라스의 종복인 야타가라스는, 낭랑하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나의 분노는 기억과 아카네의 딸을 지키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때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다. ――설마, 저 아이 속에 잔재가 숨어있을줄은."
그렇게 말하면서, 야타가라스는 11년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계약자인 사쿠라 아카네――나나세 아카네를 잃고, 하나의 도시에 심대한 피해룰 주었던 그 화가 치미는 사건을.
――주모자로 알려진 시카바네 사쿠라는, 인간의 그릇에 신을 담으려 했다. 그 강신 준비는 너무나도 주도해서, 일이 일어날 때 까지 아무도 녀석의 조직――여명의 별을 경계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과연 평범한 인간 소녀가, 그런 엄청난 일을 꾸민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면, 흑막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야타가라스는, 사쿠라라는 소녀가 주범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날, 직접 상대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시카바네 사누라의 안에는 사악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인간들은 최초로 내가 하계로 내려왔고, 그 다음에 아마테라스가 강림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전에 지상으로 내려온 자가 있었던 것이다. ――인류의 절대 적대자로 존재를 정의된, 절망과 비애, 악역과 혼돈을 계기로 현현한 악의의 덩어리. 인간들이 사신(邪神)이라고 부르는 자들이다. ……녀석들은 전부 사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야타가라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마테라스가 만들어 낸 룰은, 하계에 내려온 모든 신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아마테라스보다도 전에 하계로 내려온 신에게는, 그 룰은 적용되지 않는다. 즉, 사신에게는 룰 위반에 의한 강제 송환이 효과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 룰은 당연히 야타가라스에게도 적용되지 않지만, 애초에 야타가라스는 아마테라스의 권속이다. 구태여 아마테라스의 의향을 어길 이유가 없으므로,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정도가 가벼운 룰 위반――다른 마법소녀(츠구미)의 정보를 계약자(스미레)에게 이야기하는 등, 다른 신이 알면 화낼만한 정도의 일은 하고 있지만, 그 정도라면 아직 귀여운 수준인 것이다.
"아아, 그 이야기는 전에도 들은 적이 있어. 결계를 작성하기 전에 내려온 신에게는 아마테라스 님의 룰이 적용되지 않으니까, 당시에는 큰일이었다고 했었지."
"아아, 그렇다. 규칙(룰)의 범위 밖에 있는 자가 있으면, 다른 선량한 신들에게서 불만이 나오니까. ……설마 인간들도 마수와의 싸움 뒷편에서, 사신을 제거하는 싸움이 일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만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야타가라스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악덕을 뿌리는 제멋대로인 사신들. 그 본연의 자세는, 인간이 상상하는 악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다행히 내려온 사신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 대부분은 나중에 아마테라스의 권속의 손에 의해 어둠으로 보내졌지만, 그중에는 송환을 피한 자도 존재하고 있었다.
사신들 중에는 변덕으로 이쪽에 협력을 신청한 자도 있고, 지금도 하계에 머무르고 있는 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감시를 붙인 체류만이 허용되고 있을 뿐,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사신의 문제는, 그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적어도 아마테라스 측의 신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대화재인 것이다.
"시카바네 사쿠라――아마도 그 모친이 사신과 어떠한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모친은 사신과 계약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딸을 바쳤다. ……정말로, 잔인한 짓을 하는군."
그 때, 시카바네 사쿠라의 안은 완전히 인간과는 별개의 것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은퇴했다지만 최강의 마법소녀였던 사쿠라 아카네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을테니까.
"흐응? 하지만 당신, 강림은 보통은 성공하지 않는다고 전에 말하지 않았어? 그 사쿠라라는 애도 나나세 군도 남매 둘 다 신의 그릇으로서 적성이 있다니, 꽤나 우수한 혈통이었나보네. 역시 당신들이 그를 『무격의 아이』라고 칭할만해."
감탄한 듯 그렇게 말한 토노에게, 야타가라스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니, 그 남매의 영혼의 형질을 보면, 그것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진걸지도 모른다. 아마 모친의 몸 안에 있을 무렵부터 조정을 가했을테지. ――그렇기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의 눈을 피해, 나나세 츠구미의 안에 잔재를 숨기는 큰 기술을 해낸 것이겠지. 영혼의 형질이 너무 닮았기에,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평생의 불찰이다."
한 명은 자신의 그릇으로. 그리고 또 한 명은, 자신이 뒤에서 이 나라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기 좋은 신의 그릇으로 삼으려 했다.
……사쿠라의 안에 있던 사신이, 어떤 존재를 핵으로 한 자인지는 예상하고 있다. 그 존재의 힘의 강대함을 생각하면, 그날 강림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해도 좋으리라.
하지만, 만약 사쿠라가 아카네의 딸을 납치하지 않았다면. ――직전에 동생을 지키기 위해 변심하지 않았다면, 의식은 성공하고, 이 나라는 다시 혼돈에 지배되었을 것이다.
사쿠라의 안에 있는 사신――외국에서는 【악마】라 불리는 존재는, 어째서 마지막에 제물로서 키운 동생을 구하려고 했을까. 사신이 마지막에 간 것을 생각하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두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어째서 사신은 지금까지 나나세 츠구미의 몸을 빼았지 않은것일까. 야타가라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야타가라스가 말끝을 흐리며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놀란 얼굴로, 납득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뭐야. 그럼 나랑 같잖아. 후후, 조금은 친근감이 느껴지네. 아아, 그래서 당신은 예의 대화재 사건을 내가 조사하게 하려 하지 않았어. 상냥하네, 내가 상처입을거라 생각한걸까?"
그렇게 말하며 웃는 토노를 보며, 야타가라스는 지그시 눈을 내리깔았다.
――야타가라스에 있어서, 토노 스미레라는 인간은 누구보다 불쌍한 아이였다. 나나세 츠구미와 다른 벡터에서 억압되어 온, 예쁜 인형. 그 상태가, 과거의 나나세 아카네와 아주 닮았다. 그래서, 야타가라스는 토노의 손을 잡은 것이다. 더 이상, 그녀가 마음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그러나 그것은 결국, 야타가라스의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발버둥쳐도, 신의 생각은 인간의 이치와는 상충할 수 없으니까.
"뭐 괜찮아. ――그러고보니, 그의 기억을 왜 되돌렸는지 묻지 않았네. 어째서야? 그의 안에 사신이 잠들어 있다면, 일부러 자극할 필요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묻는 토노에게, 야타가라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나세 츠구미가 누나――시카바네 사쿠라에게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만일의 때의 저항치가 다르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는, 서서히 침식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녀석이 마법소녀가 되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텐데."
아무리 나나세 츠구미가 조정된 개체라고는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 몸의 특성은 변해간다. 속세에 물든 몸은, 어린 시절보다 그릇으로서의 적성이 떨어졌을 터였다.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소녀로서 활동하며, 몸이 신력으로 채워진 결과 그 균형이 깨졌다. 그리고 12월 이레귤러전에서의 생명의 위기로 인해, 마침내 사신의 잔재는 눈을 뜨고 만 것이다.
야타가라스가 나나세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의 존재를 인식한 것도 그 때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으로 목숨을 부지한 나나세 츠구미에겐 아이러니한 일이겠지만, 그의 운명은 그때 완전히 결정됐다고 해도 좋다.
――평범한 인간인 나나세 츠구미가, 사신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남은것은, 영혼을 먹힐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가 문제일 것이다.
"뭐 아무래도 좋아. 결국 이렇게 나를 끌어들였다는건, 이제 은밀하게 처리할 수 없게 된 거지? 네 지시로 유키노 씨까지 끌어들였는데, 혹시 그 쪽도 소용이 없게 된 거야?"
"……아니, 소용이 없게 된 것은 아니다. 그 의신의 계약자는, 일종의 파수꾼을 겸하고 있다. 그에게 대화재 건을 부탁하면, 금방 나나세 츠구미에 도달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특히 사정을 몰라도, 나나세 츠구미에게 무언가 변화가 있다면 그들이라면 금방 눈치챌 것이다."
현재,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나나세 츠구미를 처분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그의 계약신은 막강한 힘을 가진 신이다. 아무리 하계에서는 아마테라스의 룰에 얽매여 있다지만, 화나게 하면 일이 귀찮아진다.
……어째서 그런 힘을 가진 신이 나나세 츠구미의 안에 있는 사신을 눈치채지 못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섣불리 자극하지 않는 편이 무난할 것이다.
"어머나. 그렇게 무관계한 사람을 함부로 말처럼 다루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나중에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 아마테라스의 권속――양의 존재인 내가 조심성없게 다가가면, 사신을 자극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가운데 최고의 인재를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도 다른 신들도, 결국은 아마테라스 님의 정원에서 움직이는 말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정원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나의 일이겠지. 뭐, 원망받는것은 익숙하다. 그것이 인간 그대들의 평온으로 이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진짜, 나는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닌데. 정말 신이란건 제멋대로라니까. 인간(우리들)의 의견따윈 들어주지 않는걸."
그렇게 말하고는 어이없다는 듯 볼을 부풀리는 토노를 힐끗 쳐다보고는, 야타가라스는 요령 좋게 날개를 들고는 어깨를 움츠리듯이 움직였다.
"그건 그렇고, 아카네의 딸의 계약신――그 어리석은 자는 뭘 하고 있는것인지. 중요한 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따위, 존재할 가치가 없는데."
화제를 바꾸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야타가라스에게, 토노는 놀리듯 소리를 높였다.
"글쎄? 그 분의 남동생 군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왜소한 인간은 알 수 없답니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정말이지, 쓰쿠요미 님도 곤란하게 만들고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야타가라스는 창문으로 보이는 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붉은 석양은, 세상을 붉게 물들일 듯 찬란했다. ――그것은 마치,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달을 지워버리는 듯 한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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