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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112. 달밤의 공범자

by 린멜 2020. 6. 11.


112. 달밤의 공범자






――창백한 달이 뜬 밤 고층빌딩 위에서, 한 소년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리하여 납치당한 공주님은 구출되었고, 불쌍한 제물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으며, 태양의 무녀는 무거운 허리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네. ……음, 지금부터는 조금 움직이기 어려워질 것 같은걸.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많지 않은데."



불만스럽게 그렇게 말한 소년――아마리 유키타카는, 큰 한숨을 내쉬며 빌딩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는 높은 곳에 있음에도 공포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흔들흔들 공중에서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할까. 나도 딱히 만능은 아니니까 취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되어 있고. 아―아, 정말 싫어진다고. 어중이떠중이들이라면 몰라도, ――어째서 특별히 좋아하고 소중한 친구를 몰아붙여야 하는건데."



이런이런 하고, 난처한 듯 어깨를 늘어뜨리며 유키타카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검은 수첩을 꺼내고는, 조용히 한 장의 페이지를 펼처 그 항목 중 하나에 크게 X표시를 했다.



"이번에는 다른 곳의 유괴 계획에 편승해 치도리 녀석을 제거하려고 했는데, 역시 계획을 짜고 움직이지 않으면 잘 풀리지 않는걸. 역시 썩어도 그 영웅의 딸이란 건가."



그렇게 야유하듯이 중얼거리면서, 유키타카는 깃펜을 손가락으로 돌렸다. 수상한 빛을 내는 그 깃은, 돌아갈때마다 달빛을 반사했다.



"여러가지로 손을 쓰기 시작한 것 같지만, 정부 놈들은 츠구미 짱의 안에 있는 녀석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거같네. 죄다 멍청한 놈들이구만. 정말로 무서운건, 시카바네 사쿠라 따위가 아니라, 더 다른건데. 뭐 어쩔 수 없나, 그녀석은 안간계에서 평판 죄악이니. 자업자득이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유키타카는 어떤 악마를 떠올렸다.


12장의 날개를 가진, 강대한 힘을 가진 타천사며, 세계 최대의 종교의 원적으로 여겨지는, 사사건건 【악】의 대명사로 오르는, 신에의 반역자.



그 자의 이름은――대악마 루시퍼. 그의 분령이자, 마수로서의 인자도 함께 갖춘 사신이다.



그 악마는 시카바나 사쿠라라는 인간의 몸을 손에 넣고, 유키타카와 마찬가지로 인간인 양 행세하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정부의 감시의 눈을 피해, 신자들을 속여 조종함으로써, 마수를 지배하기까지 앞으로 한 걸음까지 다가선 것이다.


……만약 그녀가 마지막에 변심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나세 츠구미는 세계를 구한 영웅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운명이다.



"어째서 정부 놈들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거지? 강신에 실패했는데, 도시 하나가 불타는걸로 끝――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지."



――그 성격이 나쁜 대악마가 선정하여, 지배하에 두려고 한 【신】이 그렇게 간단할 리 없을텐데. 그 잔재는, 확실히 세계를 좀먹고 있다.



그녀가 불러내려고 한 것은, 이 일본이라는 극동의 땅에 뿌리내려, 지금도 여전히 깊은 신앙을 모으고 있지만 결코 아마테라스에 지배받지 않는 어둠 측에 속한 것. 조왕신을 모시는 이 나라 내에서도 상위에 위치해 800만이 넘들 신들 중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수의 본연에 가장 가까운 존재.



――경계를 관장하는 신, 미샤구지. 그야말로 하늘의 갈라진 곳을 장악하기에 적합한 사신이다.



"츠구미 짱에, 치도리, 그리고 유명한 녀석이라면 십화의 아가츠마 정도려나? 그 날, 붉은 불꽃에 말려든 마법소녀들은 모두 『전이』에 관련된 힘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신의 영향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걸. 아마테라스 놈들도 안보불감이 된건가? 뭐, 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야."



――경계를 관장하는 신은, 그들중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침식이 깊은 것은, 틀림없이 나나세 츠구미였다.


의식의 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것.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제물로서 조정을 받았던 그는, 최고의 그릇으로 기능했다……해 버린 것이다.


신의 그릇이 된 자의 말로는 예로부터 하나로 정해져 있다. 영혼을 갉아먹혀, 원래의 인격은 사라지고, 개인의 존엄과 모든 것이 짓밟혀,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린다.


그렇기에 그 대악마――한 명의 바보같은 여자는, 그 영혼까지 모든 것을 던져 그를 지켰을 것이다. 단 하나뿐인 작은 인간을 위해서.


미샤구지의 침식이 시작된 순간 츠구미의 영혼을 자신의 영혼으로 덮어, 역업으로 침식을 막았다. 그로 인해 자신이 소멸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만저만한 각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카바네 사쿠라의 안에 있었던 것은 그 루시퍼의 분령이었으며, 그것도 인간의 악의나 이미지에 의해 보다 사악하게 일그러진 마수에 가까운 개체였을거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게? 고작 인간을 위해 자기희생정신을 발휘했다? 하하, 이제 와서 천사라도 될 생각인가?"



그렇게 말하고는, 유키타카는 낄낄대며 비웃듯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헌신도 시간벌기일 뿐이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낸 수호벽은 이미 허무하게 닳았고, 얼마 남지 않은 자아마저도 마샤구지에 휩쓸리고 있다.



길게는 1년, 짧게는 반년. 그것이 그들에게 남겨진 시간이었다.



만약 츠구미가 마법소녀가 되지 않았더라면, 영혼의 마모를 조금 더 늦출 수 있었겠지만, 결말까지의 시간이 늘어날 뿐 말로는 바뀌지 않는다.



"아―아, 정말 불쌍한 츠구미 짱. 그런 놈의 남동생으로 태어나자마자 그런 짓을 당하다니. ……그 놈의 남동생으로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이러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리고 유키타카――정부의 손에서 벗어나, 인간의 몸을 빌려 사는 사신의 일주는, 평소의 그에게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서글프게 고개를 숙였다.



――츠구미의 안에서 느껴지는 동포의 기색에 이끌려, 흥미 위주로 그에게 다가갔다. 처음에는 그저, 그뿐이었다.


그것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덧 같이 다니게 되었고,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얽힌 것처럼, 진짜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기분 좋다고 생각해 버린 것은, 그릇으로 삼은 인간의 감정에 끌려 버렸기 때문인걸까.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유키타카――사악을 씌우는 악마는 알 수 없었다. 우애라고 하기에는 더러웠고, 집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순수했다.



하지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언젠가 다가올 츠구미의 말로를 눈치챘을 때, 유키타카가 느낀 것은 틀림없는 『절망』이었다.



그렇기에, 유키타카는 정한 것이다. 나나세 츠구미는――이런 유키타카를 친구라고 부르는 둔하고 어리석은 인간 친구가 인간이 아닌 것에 먹혀 죽어, 자신이 모르는 생물로 변해버릴 정도라면――이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내줄 것이라고. 왜냐하면, 그 이외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술책을 부려, 수단을 바꾸어, 때로는 자신 속에 소용돌이치는 마수의 인자를 이용해 하늘의 갈라진 틈에 간섭해, 츠구미를 죽이려 했다. 내친김에 방해되는 인간들도 없애려고 했지만, 그것도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무의식중에 손을 빼버린 것일까, 아니면 순전히 츠구미의 운이 좋았던 것 뿐일까. 어느 쪽이든, 그 이외의 방법이 발견되지 않는 한 유키타카가 멈추는 일은 없다.



"역시 이후의 일을 생각해서 공범자를 더 늘리는게 무난하려나. 지금 녀석도 나쁘지는 않지만, 목적이 맞지 않는게 더 많고. ……어차피 이번 일도 잔소리를 하겠지. 아― 귀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타카가 나른한 듯이 머리를 감싸고 있자, 등뒤에서 무언가 작은 물건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또 내 계약자를 건드린 것인가. 너도 질리지도 않는군."



그 단조로운 목소리에, 유키타카는 능숙하게 머리만 돌아보고는, 경박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투로 말했다.



"아하하, 하지만 말리지는 않는구나. 야박하네, 백토 짱은."



그 대답에 백토――치도리의 계약신인 쓰쿠요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유키타카 쪽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물체――검은 깃을 던졌다.



"치도리의 소유물에 섞여있더군. 악운을 조종하는 저주라니, 취미가 고약하군. ……너무 그것을 괴롭히지 말도록. 그렇게 씩씩하게 사는데 불쌍하지 않나."


"씩씩? 무지를 잘못 말한거겠지. ――게다가, 너에게만큼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너야말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고 있는 주제에. 어설프게 아군인 척 하는 것 만큼, 나보다 질이 나빠."



유키타카가 책망하는 어조로 그렇게 말하자, 쓰쿠요미는 뭔가에 견디려는 듯 눈을 내리깔고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한 것이다."


"아 그러셔. 아무래도 좋지만. ――그럼, 다시 한번 서로의 목적을 검토해볼까 미친 토끼. 소중한 누나를 속이고, 이런 추악한 악마와 엮이면서까지 넌 대체 뭘 하고 싶은거야?"



비웃듯이 묻는 유키타카에게, 쓰쿠요미는 조용히 앞을 응시하고, 확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반이다, 공범자. 나는 아마테라스를 지금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 그것만이, 누님에게 있어 유일한 도움이 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쓰쿠요미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광기일까. 그것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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