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금단의 과실
츠구미가 유키타카에게 전화를 건 것은 ――하룻밤 재워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호텔에 묵을까 했지만, 츠구미는 미성년 자기에 혼자서 묵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노래방이나 넷카페 등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기온이라 하룻밤 밖에서 지내도 감기에는 걸리지 않겠지만, 전투로 피곤하니 가능하면 실내에서 푹 쉬고 싶었다.
그런 중에, 츠구미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유키타카였다.
유키타카는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어서, 같이 놀다 막차를 놓쳤을 때 몇 번 재워 준 적이 있다.
……갑자기 부탁하는 것은 조금 뻔뻔하다고 생각하지만, 평상시에 폐를 끼치고 있으니까, 이 정도의 방자함은 들어줘도 좋은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유키타카에게 「하룻밤 재워줬으면 한다」고 말을 꺼냈는데, 유키타카는 의외로 깨끗이 OK를 했다.
『상관은 없어. 아, 하지만 오면서 가볍게 먹을 것 좀 사 와. 과일이 좋겠어.』
"과일? 아직 슈퍼는 열려있을 테니 사갈 순 있을 거 같은데, 어떤 게 좋아?"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유키타카는 평소처럼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렇네, 나는 새빨간 사과가 가장 좋으려나』
◆◆◆
유키타카가 말한 대로, 새빨간 사과를 몇 개 사온 츠구미는, 고층 맨션이 즐비한 방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방의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러자 곧 문이 열리며, 불쑥 유키타카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와. ――츠구미 짱이 묵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다니 별일인걸. 치도리 짱이랑 싸우기라도 한 거야?"
"딱히 싸우진 않았어. ……치도리에게는 용무가 길어질 것 같아서 어딘가에서 묵고 가겠다 연락하는 바람에, 조금 돌아가기게 힘들어. 아―, 그, 이번에는 억지 부려서 미안. 고마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숙이자, 유키타카는 웃으며 츠구미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데려왔다.
"친구의 부탁이니까 말이지. 나는 상냥하니까!"
"……뭐, 이번만큼은 그렇다고 할 수 있으려나."
어쩐지 석연치 않은 듯하면서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유키타카의 뒤를 따라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간다.
―의외일지 모르지만, 유키타카의 집에는 물건이 별로 없다. 먹고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와 가전. 그리고 가끔 놀러 오는 츠구미가 놓고 간 책과 게임이 있는 정도다.
츠구미는 살풍경한 부엌에 서서, 사 온 사과를 테이블에 놓고, 돌아서서 유키타카에게 물었다.
"사온 사과는 어떻게 할까? 지금 먹고 싶으면 내가 자를게."
"음―, 그럼 조금만.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 둬."
"알았어. ……우와, 너 냉장고에 물밖에 없잖아.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있는 거야?"
츠구미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유키타카는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는 식사는 항상 밖에서 하니까 상관없어. 이쪽이 사지 않아도 사 줄 사람도 많고 말이야."
"네 네, 그거 참 부럽네요."
여전히 유키타카는 신자에게 공훈을 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칼에 찔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금 걱정도 되지만, 이 녀석이라면 괜찮겠지라는 수수께끼의 신뢰도 있다.
뭐, 본인이 고칠 생각도 없는 듯 하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츠구미는 사과를 깎아 유키타카에게 가져갔다. 그러자 귀여운 토끼 모양으로 잘린 사과를 보고, 유키타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뭐야 이거 츠구미 짱의 취미? 어차피 입에 들어가면 똑같은데 이상한 짓을 하는 걸."
"그, 이건 요즘 다른 사람들에게 깎아 줄 땐 언제나 이래 가지고…… 어이, 그렇게 비웃지 말라고."
겸연쩍은 듯 눈을 돌리면서, 츠구미는 사과를 손으로 집어 먹었다. 과일을 토끼 모양으로 자르는 것은, 그저 그 편이 치도리의 계약신인 시로가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츠구미는 가끔 시로가 토끼인지 신인지 헷갈릴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냥 내버려 두도록 하자.
"아아, 치도리 짱의 취무인가.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치도리 짱이 쓰러져서 입원했다면서? 괜찮은 거야?"
"……뭐어, 일단은.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문제는 없는 거 같아."
츠구미는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이 눈을 피하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치도리의 유괴 사건은, 세상에는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학교 등에는 유키타카가 말했던 것처럼, 컨디션 불량으로 쓰러졌다고 전해져 있다.
그것이 퍼지면 정부의 허물이 드러나고, 마법소녀의 평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속사정이 있어서, 관계자들에게는 엄하게 입을 다물라고 타일러졌다.
"그거 다행인걸. 그 날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만난 뒤였던 거 같은데. ――정말, 안타까운걸."
짐짓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는 유키타카를 반쯤 뜬 눈으로 바라보면서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키타카에게 제대로 된 정서를 찾는 쪽이 잘못인 것이다.
"치도리도 아직 상태가 좋은 거 같진 않으니까, 너무 생트집을 잡지 말아 줘. 정말 부탁이야."
츠구미가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자, 유키타카는 시큰둥한 듯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뭐야, 재미없어. 그 날부터 그 전학생도 계속 쉬고 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츠구미 짱은 이야기해 주지 않을 테니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유키타카는 턱을 괴었다. ……정말로, 유키타카는 예리해서 방심할 수가 없다. 이 이상 물으면 곤란하니, 츠구미는 말을 돌리기로 했다.
"아자레아 건은 또 별개잖아. 나도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정부의 신기성? 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된 것 같아. 어차피 그쪽에 물어도 비밀 엄수 의무니 뭐니 하며 대답해주지 않을 테니까,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치도리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아자레아는 정부 직원과 대화를 나눈 결과, 이국의 주술 지식을 팔아 신기성의 전담 부서에 출입하는 것을 허락받은 것 같다.
자세한 것은 비밀 엄수 의무라며 말해주지 않았지만,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츠구미로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츠구미가 그런 소리를 하자, 유키타카는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하고 내뱉듯이 말했다.
"그 잘 알 수 없는 오컬트 같은 성에? 우와, 역시 관여하지 않는 게 정답이었어. 츠구미 짱도 거리를 두는 편이 좋다고."
"아자레아는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지. ……뭐 그렇게 궁합이 안 맞는다면, 너희는 접촉하지 않는 게 주변을 위하는 길인 거 같기도."
"그런 말을 해도 관여하지 않을 거야. 난 그 녀석 같은 놈이 너무 싫거든."
츠구미가 곰곰이 그렇게 말하자, 유키타카는 부정하듯 그렇게 말했다. 아자레아의 무엇이 그리 싫은 건지 츠구미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유키타카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과를 먹으며 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면, 한 손으로 토끼 모양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면서, 유키타카가 느닷없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거 알아? 사과는 신화에서 금단의 열매라고 불린대."
"아담과 이브가 먹었다는 그거? 들은 적은 있는데, 그게 왜?"
츠구미가 의아해하며 대답하자, 유키타카는 웃으며 사과를 입에 넣고 말했다.
"죄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이 과실을 입에 넣었어. 자신의 욕망에 져서 말이야. ――그게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나는 그 일화를 정말 좋아해. 정말 어리석고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걸 먹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아무런 학대도 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즐거운 듯 신화를 말하는 유키타카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키타카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꺼내는 것은 평소와 같지만, 오늘은 여느 때보다 귀찮았다.
츠구미는 추가로 둥글게 깎은 사과를 씹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흐음.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린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게 됐으니까 좋은 거 아냐? 게다가 애플파이도 사과잼도 먹지 못하는 세상이라니, 너무 허전하잖아."
사과를 이용한 요리는 외에도 더 많다. 사과 사탕이나 사과를 이용한 케이크 등, 종류도 많다. 금단의 과실을 먹지 않았다――그런 있을 수 없는 if를 논하는 것 보다도, 지금 있는 메리트를 논하는 것이 더욱 건설적일 것이다. 진지한 얼굴로 츠구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유키타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아하하!! 뭐야 그게 바보 같아!! 결국은 식탐이잖아!"
"하아? 딱히 이상한 말은 하지 않았잖아?"
"그 원죄의 명제를 『사과는 맛이 있으니까 문제없다』로 끝내는 바보가 어디 있겠어. 크큭, 이런 발언을 그 전학생이 들었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웃기는걸."
그리고 배를 움켜쥐고 눈가네 눈물을 글썽일 때까지 크게 웃던 유키타카는, 히히 웃으며 복도의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배 아파. 츠구미 짱의 얼굴을 보면 웃음이 터져 나오니까 먼저 씻어. 갈아입을 옷과 수건은 적당히 놓아둘 테니까."
"……알았어. 그리고, 내가 나오면 이 화제는 끝난 걸로. 종교가 얽힌 이야기는 솔직히 귀찮아."
츠구미는 불만스러운 듯 그렇게 말했다. 무엇이 유키타카의 웃음 스위치를 건드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좋지 않은 걸로 들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네 네, 알았다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여러 가지로 고마워."
아무리 비난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해도, 고맙다고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워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 츠구미는 휘적휘적 손을 흔들며 복도 안으로 사라졌다.
――그런 츠구미의 등을 바라보면서, 유키타카는 측은한, 그러면서도 분한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아. 츠구미 짱은 정말로, ――정말로, 바보라니까. 그러니까 우리들에게 이용당하는 거야. 한결같고, 귀엽고, 너무 불쌍해."
그렇게 말한 유키타카는 천천히 일어서서, 서서히 찬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놓은 듯이 놓여있던 작은 상자를 집어 들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이건 다른 곳에 쓰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도와줄게. 아아 그렇지, 오늘 밤은 오랜만에 천천히 이야기할까――나의 반쪽."
그리고, 유키타카는 슬픈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기아하게도 그 표정은, 마치 누군가를 애지중지 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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