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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31. 참철의 질문

by 린멜 2021. 1. 28.


131. 참철의 질문






츠구미는 미부에게 손을 잡혀 이끌려 복도를 걸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칫하고 이쪽을 볼 때마다, 전이로 도망쳐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굳이 어느 쪽이냐 하면, 그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수영복 차림보다도 그 겉옷――피범벅이 도니 파카 쪽이지만, 혼란 중인 츠구미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눈에 띄면서, 대책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의무실에 겨우 도착했다.


"실례합니다. 부상자를 봐줬으면 하는데요."


미부가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의무실로 들어간다. 츠구미는 뒤따르듯 「실례합니다……」라고 조심스레 말하며 미부를 따라간다.


"으응? 아무도 없나?"


의무실 안으로 들어가 사람이 없는 책상을 살펴보니 「제3의무실 외출중」이라고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부재중인 듯하다.


"어쩔 수 없네. 팔은 소독하고 옷은 대충 빌리자. 셔츠와 치마 정도는 놔뒀을 테니까."


미부는 그렇게 말하고, 부스럭거리며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적인 옷을 찾고, 그대로 뒤에 있던 츠구미 쪽으로 옷을 던졌다. 츠구미는 그걸 황급히 받으면서도, 「미부 씨는 자유롭구나」하고 태평한 생각을 했다.

던져진 건 심플한 흰색 와이셔츠에, 타이트한 파란색의 롱스커트였다. 사이즈가 맞을지 조금 걱정이지만, 그건 입어보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미부에게 재촉받아 방에 있던 둥근 의자에 앉아, 상태가 지독한 파카를 벗었다. ……꽤나 마음에 들었던 옷이었지만, 아마 두 번 다시 입을 수 없을 것이다.

소독액 병을 한 손에 든 미부는, 츠구미의 상처를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감탄한 듯 말했다.


"응, 깔끔하게 꿰매어졌네. 하지만 이러면 안쪽은 소독을 못 하겠는걸. 한 번 더 벌려 넓힌 뒤에 소독할까?"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시원스레 그렇게 고하는 미부에게, 츠구미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욘 없어요. 미부 씨도 그런 농담을 하는군요. ……농담이죠?"


츠구미가 더욱 확실히 다짐해 두기 위해 그렇게 묻자, 미부는 한순간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췄지만 「농담이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마 진심으로 말한 거겠지.

내심 식은땀을 흘리며 옥죄인 미소를 짓고 있자, 미부는 「그럼 이대로 소독해도 괜찮겠지? 에잇」하고 작은 구호를 외치며 소독액이 든 작은 병을 상처 위에 뒤집었다. 차가운 액체가 상처에 닿는다.


"햐앗!? 차가, 뜨거, 아니 역시 추워!?"


액체의 차가움과, 에탄올이 닿은 상처의 타는 듯한 뜨거움. 그리고 그것이 기화하는 추위를 거의 동시에 맛보며, 츠구미는 비명을 질렀다.


"뭐, 뭐 하는 거예요 갑자기……! 깜짝 놀랐잖아요! 소독액은 그렇게 펑펑 쓰는 게 아니라구요!"


미부의 갑작스러운 폭거에 동요하며 츠구미가 항의하자, 미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건 많이 써야 효과가 있는 거 아냐?"

"아니, 그런 마법의 포션이 아니니까요…… 소독액은 화장솜에 묻히는 정도로 충분해요."


여전히 천연스러운 점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츠구미가 그렇게 타이르듯 다정하게 고하자, 미부는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미안, 다음부턴 조심할게."

"괜찮아요. 악의가 없었다는 것 정돈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바닥에 떨어진 소독액이 기화했는지, 방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가 신경 쓰였다. ……불씨가 있으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침대가 놓여 있는 곳의 커튼을 당겨, 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다행히 옷은 사이즈가 맞아서 그렇게까지 위화감은 없었다. 유메지의 별장에서 빌려 신은 아기자기한 샌들이 다소 옷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흰 와이셔츠에 검은 수영복이 조금 비치는 것일까. 말끄러미 봐야 할 정도긴 하지만, 이거 괜찮은 걸까.

조금 불안해하며, 츠구미는 의무실의 창문을 열었다. 에어컨으로 차가워진 공기가 힘차게 바깥으로 나가고 대신 눅눅하고 미지근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온다.

……알코올 냄새를 빼기 위해선 당분간 창문을 열어 둔 채로 있을 필요가 있지만, 의사가 돌아왔을 때 놀라거나 하진 않으려나. 일단 메모지 정도는 남겨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츠구미는 소독액에 대한 이야기와 옷을 빌렸단 내용을 메모하고, 할 일 없어 보이던 미부를 향해 말을 걸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대책실로 돌아갈까요?"

"아아, 응."


그렇게 짧게 대답한 미부는 천천히 츠구미의 앞에 서고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츠구미를 올려다보았다. 예쁜 동그란 눈동자가 츠구미를 쳐다본다.


"저기 ――내게 뭐 숨기는 일 없어?"


미부가 조용히 고한 말에, 츠구미는 엉겁결에 숨을 삼켰다.

――숨기는 일. 짐작 가는 것은 여러 가지 있지만, 들킬 만한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싹, 하고 가벼운 소름이 돋는다. 미부는 뭔가를 눈치챈 것일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말씀하시는 뜻을 잘 모르겠는데요?"


난처한 듯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하가쿠레 사쿠라』를 의식해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몇 초간 입을 다문 채 서로를 바라보다, 미부는 흥미를 잃은 듯 눈을 돌리며 웃었다.


"아― 이제 됐어. 내 착각이었나 봐. 잊어줘."

"그런가요? 그럼 좋겠는데요……"


츠구미가 내심 안심하며 그렇게 말하자, 미부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왠지 조금이지만, 이상한 기색이 느껴졌거든. 과일이 썩은 채로 들어있는 상자를 연 듯 한, 그런 기묘한 기색. 분명 상처에 아직 마수의 조각이 남아 있는 거 아닐까 했는데, 괜찮다면 됐어. 아마 알코올 냄새에 코가 이상해진 거겠지."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한 미부에게, 츠구미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살며시 팔 등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별다른 이상한 냄새나 기색은 나지 않는다.

분명 미부의 말대로 알코올로 일시적으로 코가 이상해진 것일 것이다. 츠구미는 그렇게 결론짓고 나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이서 대책실을 향해 돌아가던 중, 미부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 중에 하가쿠레를 쏙 닮은 녀석이 있는데, 혹시 생이별한 가족이 있진 않아?"

"으음, 갑자기 왜요?"


그 당돌한 잽에, 츠구미는 말이 막혀 헛기침을 했다.


"아니, 언젠가 물어보려 했던 게 생각나서. 그 앤 나보다 한 살 위인데, 어렸을 때 기억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하가쿠레와는 얼굴 말고도 닮은 구석이 있으니까,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잡담의 연장처럼 가볍게 그렇게 묻는 미부에게 츠구미는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정부의 일부, 토노 등의 인간에겐 이미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는 들통났다. 그렇다면 미부나 스즈시로와 같은 친한 친구 정도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마음속으로 작게 고개를 저었다.


설사 말을 한다 해도, 아직은 시기가 너무 이르다. 츠구미가 정체를 숨기고 정부로 들어간 목적――사쿠라 누나의 진실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친구에게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에 죄책감은 있지만, 야타가라스의 진의나, 치도리의 문제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불안 요소를 늘리고 싶진 않다.


"으~음, 아쉽게도 전 모르겠네요. 딱히 남동생이 있었단 기억도 없고요."

"……그렇구나! 그럼 됐어. 이상한 걸 물어봐서 미안해!"


미부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이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는 듯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일단은 납득해 준 것 같다.


하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미부와 스즈시로는, 츠구미에게도 소중한 친구다. 비밀을 이야기한 결과, 두 사람에게 혼나거나 미움을 살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가장 나쁜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




――뒤에서 다가오는 하가쿠레의 발소리를 들으며, 미부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남동생, 이라. ――누구도 남자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서서히 번지는 불신감. ――하가쿠레 사쿠라는, 분명 나나세 츠구미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란 짱에게 말을 해 볼까?"


그렇게 말하며, 미부는 눈을 내리깔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문제점은 여러 가지로 산더미처럼 놓게 쌓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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