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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43. 아름다운 악마

by 린멜 2021. 6. 13.


143. 아름다운 악마







"――그래서 당신이 대신 왔다는 거구나. 정말이지, 유키노 씨도 참 곤란하단 말이지."


다음날 오후, 회의실 안에서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던토노는, 지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타난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의 설명을 듣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히고로모에게 터무니없는 짓을 한 건 자신인데 말투가 저렇다.


"하지만, 유키노씨의 일방적인 잘못만은 아니라 생각하는데요."

"어머, 무슨 소리일까?"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시 돋친 토노의 말에, 츠구미는 지친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돌렸다. 히고로모의 변호를 해 주고 싶긴 하지만, 자신의 잘못도 없는데 유탄에 맞는 건 사양하고 싶다.

그나저나, 라 생각하면서 수중의 자료를 본다. 토노를 제외환 각 관계처에는 연락이 되었다고 오늘 아침 일찍 히고로모에게 전화가 왔지만, 츠구미 본인은 아직 조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설마, 자신의 외국에 나가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츠구미는 결국 히고로모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영국행을 승낙하고 만 것이다.

아니, 처음엔 거절해려 했다. 하지만 20대 중반――교사 스즈네와 동년배인 어른이 떼쓰는 것은, 아직 고등학생인 츠구미에겐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단순히 히고로모가 가엾어진 것과,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한 부탁에 꺾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설득 도중에 히고로모가 매달리듯 달라붙었을 땐, 내용물이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금 두근거리고 해 버린 것이 분했다.

그런 꼴에 무심결에 자존심도 없느냐 외쳤더니 히고로모는 「나풀나풀한 치마를 입고 싸우는 시점에서 그런 것은 버렸다」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답은 이쪽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말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그런 사정때문에, 마지못해 외국행을 승낙한 츠구미는, 히고로모에게 어느 정도 설명을 들은 뒤에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오는 데 있어서, 최대의 문제는 치도리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급한 외박 정도라면 늘 있는 일이지만, 운 나쁘게도 이 날은 치도리와 함께 외출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던 것이다. 역시 이 타이밍에 캔슬은 부자연스럽다.

히고로모와 헤어진 후, 치도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며 돌아온 츠구미였지만, 우연히 치도리도 정부로부터 급한 일을 맡게 되어, 이틀 정도 집을 비우게 된 모양이다.

안심했다……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속일 필요가 없어진 것은 고맙다.


"――그나저나, 영국 런던에 출몰하는 마수 토벌인가요. 예전에 히츠기 씨에게 해외 파견의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었군요."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수중에 있던 서류를 보았다.

영국으로부터 의뢰를 받는 형태로 실현된 마법소녀의 해외 파견――그 선발로 선택된 것이, 토노와 유키노였던 것이다. 뭐, 유키노는 그것을 츠구미에게 떠맡긴 것이지만.


"나도 자세한 건 듣지 못했지만, 저쪽에서 여러 번의 타진이 있었다는 모양이야. 처음엔 영국군이 상대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 거 같아."


그렇게 말한 토노는 근심을 머금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보고에 의하면, 두 달 정도 전부터 런던에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같은 장소에 마수가 나타난 것 같다.

그 마수는 처음부터 B급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매번 나타날 때마다 시간 경과로 소멸될 때까지 군이 대응을 했으나, 마수는 나타날 때마다 힘이 강해져 현재는 도시가 반파되는 지경에까지 처했다고 한다.

마법소녀도 없고, 복구 결계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영국으로서는 골치 아픈 사태일 것이다.


처음엔 일본 정부도 마법소녀 파견을 꺼렸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배경과 뒷거래가 있어, 이번 파경이 결정된 듯하다.

……마법소녀에게 있어선 완전 귀찮은 일밖에 안된다. 돌고 돌아 나라를 위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견딜만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무겁다.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흔들고는, 화제를 바꾸듯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 같은 마수가 나타나다니 신기하네요. 영국에서는 마수가 출현하는 방식이 다른 건가요?"


일본의 경우, 그런 경우는 드물다. 장소도 나오는 마수도 기본적으로는 모든 것이 랜덤인 게 보통이다. 영국 특유의 변칙인가 하고 그렇게 물었더니, 토노는 손가락을 가볍게 입가에 대면서 생각에 잠기듯 말했다.


"글쎄? 하지만 전문가의 말대로라면, 쓰러뜨리지 못한 마수의 잔류 사념이 남아 있어, 그것을 핵으로 같은 마수가 출현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더라고. 하긴 애초에 영국은 비교적으로 마술 요소가 강한 지역이니까 마수가 내려오기 쉬운 편인 거겠지. 일본과 다른 일이 벌어져도 이상한 건 아니야."


토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료를 대충 책상 위에 내던졌다. ……아무래도 토노는 이번 토벌이 그다지 마음에 내키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토노는 츠구미를 향해 몸을 돌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잘도 계약신의 허가를 받았구나. 하가쿠레 씨의 신은 해외 파견에 반대했을 텐데?"

"어디까지네 기독교권에서는, 그렇지만요. ……이번에는 그, 유키노 씨의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난처한 듯 뺨을 긁적였다.

다행히……라기보다 용의주도하게, 히고로모는 츠구미를 설득하고 있는 단계에서 이미 벨과 교섭해 허가를 따냈던 듯하다.

하지만, 그 벨이 무조건 이런 일을 허용할 리는 없다. 벨과 히고로모의 계약신 사이에 어떤 거레가 있었겠지만, 벨이 이야기해 주지 않는 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뭐, 신님끼리 이야기가 되었다면 츠구미도 불만은 없지만.

――영국의 마수가 나타나는 건, 내일 새벽. 예정으로는 오늘 오후에 설명회를 열고, 밥에 집단 전이로 영국 정부에서 지정한 장소로 날아가, 그쪽에서 하룻밤 시차 조절을 한 뒤 마수를 맞이할 예정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원래 외국에 들어갈 때 필요한 비자 등은 긴급 시라는 것으로 면제된다 한다. 뭐 그건 관할 밖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제 와서 죄송한데, 이번 유키노 씨의 대역은 저――하가쿠레 사쿠라로 괜찮은 건가요? 굳이 유키노 씨를 선택했다는 건, 뭔가 그, 그 사람의 두뇌를 빌려야 할 일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대역을 맡은 뒤,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정말 자신이 대신 가도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분명 히고로모라면 몇 개 국어 정도라면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히고로모가 불린 것이라면, 츠구미가 나설 여지는 없다.

……게다가 아마 통역인이 붙기는 하겠지만, 영어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데 괜찮은 것일까.

애초에 쇄국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제2언어 습득은 권장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필수 과목으로 영어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교과서는 신화 전승 관계로 바뀌어 버렸다.

치도리처럼 외국 문학을 좋아하거나, 흥미를 가지지 않는 한 외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치도리가 불안해하며 그렇게 묻자, 토노는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가능하다면 파트너는 유키노 씨가 좋긴 하지. 하지만 그건, 단순히 그 애가 강하기 때문이야. 아아, 오해는 하지 말아 줘. 하가쿠레 씨가 약하단 건 아니니까. 그 애가 별 격일뿐."

"아아, 그건 별로 신경 안 쓰는데요. 유키노 씨는 서열 2위니까요."


하가쿠레 사쿠라가 십화 중에서 가장 아래인 것은 사실이다. 딱히 화낼 이유는 없다.

츠구미가 이상하단 듯한 얼굴을 하고 있자, 토노는 「그런 의미가 아니야」라며 말하기 시작했다.


"십화라던가, 서열이라던가는 상관없어. 내 생각에, 결계 밖에서 유키노 씨를 당해낼 마법소녀는 한 명도 없어. ――나도 포함해서 말야."

"유키노 씨가요?"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공기를 조작하는 능력은 강력할지도 모르지만, 제일이라 단언할 순 없다.

그런 의아해하는 츠구미를 보고, 토노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가쿠레 씨가 유키노 씨의 힘을 직접 본 건 히츠기 씨 사건 때였지. 그때 유키노 씨는 고전했다는 거 같은데, 만약 히츠기의 목숨을 도외시했다면 순식간에 처리했을 거라 봐. ――왜냐면 그 애, 대인전이라면 적이 없거든."


그렇게 말하며 토노는 자료 뒷면에 펜으로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원 그래프처럼 보인다.


"대기에 포함되어 있는 산소는 21%, 질소는 78%――유키 씨는 이 농도조차도 간단하게 조종할 수 있어. 알고 있어? 사람들은 산소가 6% 이하인 공기를 마시면 순식간에 혼절해. 처음 보면 절대로 이길 수 없지. 뭐, 폐에 마수가 깃들어 있던 히츠기 씨에게 이것을 사용했다면 목숨이 위험했을 테니까. 최악의 상황은 되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렇네요."


츠구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유키노가 히츠기를 구하기 위해 움직여 줘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유키노 씨는, 한다 마음먹으면 결계 안이 아니더라도 기체의 폭발로 마을 하나 정도는 간단하게 날려 버릴 수 있어. ……애초에 우리와는 서 있는 토대가 다르다는 거지. 다른 마법소녀는 꾸준히 노력해서 강해지고 있는데, 그 애만 화학실험을 하고 있는걸. 아군이라 생각하면 믿음직스럽지만, 적이라 생각하면 무서워."


토노는 그렇게 말하고, 빙글빙글 펜을 돌렸다. 아무래도 설명은 이것으로 끝인 것 같다.


"유키노 씨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하단 건 알겠어요…… 확실히 유키노씨가 있었더라면 토벌도 훨씬 수월했겠네요."

"본인이 올 수 없다 하니 어쩔 수 없지. 그만큼, 하가쿠레 씨가 일 할 예정은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토노는 열려있는 자료를 가리켰다. 거기엔 이번 전투에서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특필한 것은 이 두 가지일까.


·아마테라스님의 권능 범위 외로 인해, 결계는 사용 불가.

·능력 향상을 위해, 마핵 증강제를 지급한다.


……왠지 불안해지는 내용이다.

츠구미가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토노가 보충하듯 말하기 시작한다.


"이번 케이스에서 아마테라스님의 결계는 기능하지 않아. 결계 내 스킬은 봉해지고, 기본 스킬의 몸으로 싸우는 거지. 즉 예의 놀이공원과는 반대의 패턴이네. 공투를 전제로 한 싸움이 될 거야. 후후, 첫 공동작업 열심히 해 보자."

"토노 씨, 이 증강제라는 건 뭔가요?"


토노의 놀리는 듯한 대사는 완전히 흘려버리고 츠구미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토노는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죽이고는 삐친 듯 말했다.


"진짜, 심술궂다니깐. 조금은 농담으로 받아줄 수 있잖아."

"토노 씨의 농담은 심장에 좀 나빠서요…… 그런 건 친구 상대로 해 주세요."


이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토노의 광신자에게 습격을 받을 것이다, 고 생각하며 그렇게 말하자, 토노는 감정이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토노는 뜻밖의 말을 했다.


"――친구 같은 건 한 명도 없어."

"엣"

"즉 나는, 농담 한 마디도 하면 안 된다는 거구나. 너무 슬퍼, 울어버릴 것 같아."


토노는 슬픈 듯 눈을 내리깔고는, 정감 가득하게 그렇게 말했다.


"하가쿠레 씨는 잘 알고 있고, 친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이었나 보네."

"저게, 엣, 하?"


어째선지 츠구미가 구박받는 흐름이 되어 혼란스러워하자, 토노는 츠구미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야릇하게 문지르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하가쿠레 씨는, 나와 친해지기 싫어?"

"시, 싫지는 않지만……"

"그럼 나랑 친구가 되어줄래?"

"아니 하지만 그거랑 이건……"

"뭐라구우?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내 눈을 보고 똑바로 말해줄래?"


그렇게 말하며, 토노는 가만히 츠구미를 열띤 눈으로 바라본다.

뭐지 이 상황은, 하고 츠구미는 속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이 회의실에는 토노와 츠구미 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이다.

그리고 1분 정도 서로 쳐다본 뒤, 츠구미는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눈을 돌리면서 작은 소리로 「네」하고 대답해 버렸다.


십화 넘버 원, 아름다움의 폭력에 츠구미는 시원히 함락되고 만 것이다. 아무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지만, 요염한 누나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는 없는 것이다.

그러자 토노는 팟 하고 기쁜 듯한 미소를 띠며 「그럼 바로 연락처 교환할까? 우린 친구니까!」라며 휴대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귀찮은 일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체념 한 듯, 츠구미는 요청대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최근, 자신의 주위에 고집이 센 사람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딱히 그렇게까지 의지가 약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상대가 동료――그것도 격상의 인간의 부탁이라면 거절하기 어렵다. 어째서, 하고 생각하면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있는데 철컥하고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회의실 안에 들어온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것을 본 츠구미는, 멍한 표정으로 그 인물을 응시했다.


"――안녕하세요. 영국에서의 통역으로 불렸습니다만, 이 방이 맞나요?"


금발에, 에메랄드 같은 녹색 눈동자. 기독교 평복을 입은 아자레아가 거기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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