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추방당한 남자. 그리고―
"나기사, 이 파티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어째서!!!"
나기사라 불린 남자. 올해로 17살이 된 모험가 【오우타 나기사】는 그렇게 외치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눈앞에는 같은 파티 멤버인 밀리아, 피나, 아이린 여자 셋이 어이없단 듯한 얼굴로 나기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아……알겠어? 나기사. 우리 파티는 지금부터 여자들끼리 파티를 짜기로 한 거야. 그러니까 남자인 나기사는…….미안"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건 마도사 밀리아. 긴 빨간 머리를 가진 조금 기가 센 것처럼 보이지만 벌레를 무서워하는 귀여운 점도 있는 아이로, 불과 16살의 나이에 네 가지 속성을 다뤄, 【사옥의 공주(四玉の姫)】라고도 불리고 있다.
"어째선데! 딱히 난, 들여다보는 짓도 하지 않은 데다, 전위로서 너희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아시겠어요? 당신도 알잖아요? 이 길드에서 전설로 불리던 모험가 파티는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단 사실을."
마치 타이르듯 담담하게 고하는 것은 회복술사인 피나. 18살. 어깨까지 내려오는 취색 머리칼을 뒤로 묶었으며, 그 미소는 마치 성모와도 같다. 이 도시에서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가호를 주는 【자애】의 피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자애는 나기사에겐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 그건 알고 있지만…… 하지만 그 파티도 처음엔 남자가 있었잖아!"
"그래. 처음은 말이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성들만의 파티가 되었잖아. 이게 답이야 나기사. 뭐, 난 네가 있어도 딱히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구? 봐봐, 너 멋있잖아? 하지만 그럼 위로 갈 수가 없어."
깔깔 웃으며 호쾌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피나와 동갑인 아이린. 자기 키만한 도끼를 가진 이 파티의 마무리 역. 키는 나기사보다 크고, 대충 자른 은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이, 【은사자】라 불릴 정도다.
"그럼……난 어떡하라고…… 너희도 알고 있잖아? 이 길드의 파티는 길드장이 정하는 거야. 빠지는 건 자유지만, 다시 새로운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선 길드장의 길드장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난 그 시험을 통과하고 돌아온 녀석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그대로 하위 길드로 내려가, 그대로 사라진 녀석을 몇 명이나 봤다고……"
"미안……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네."
"죄송합니다."
"뭐, 힘 내."
그리고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제길! ……제기랄! 난 아직 할 수 있어. 이 길드에 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나기사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탁자를 내리치려고 팔을 휘둘렀는데, 그 손은 누군가에게 잡혔다.
"읏!? 누구야!"
"어머나. 누구냐니 실례 아니니? 이래 봬도 길드장인데."
"마스터 샤르티아! 죄, 죄송합니다……"
"후후, 괜찮단다. 다 봤는걸."
입가에 손을 대고 부드럽게 미소짓는 그 여성은 이자르트 샤르티아. 이곳, 테이에스 왕국의 최상위 길드라 불리는 【트랜스터 길드】의 창설자이자 길드 마스터. 허리까지 닿을듯한 흰머리에 늘씬한 체형. 그런데도 자신을 주장하듯 튀어나온 가슴은 거리를 걷는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머리에 가려진 오른쪽 눈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눈을 본 사람은 영원히 그녀의 포로가 될 것이란 말까지 들었다. 겉보기엔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지만, 그녀의 나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기사는 그 모습을 보고 급격히 겁을 먹기 시작했다. 아까 이야기를 들었다는 소리 아닌가? 이대로 이 길드에서 추방당하는 건 아닌가? 하고.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떠나려 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 저, 지금 해야 할 퀘스트가 있어서 실례하겠습니다."
만,
"어머, 누구랑?"
샤르티아의 평소와는 다름 없는, 그러면서도 중압감 있는 목소리에 그 움직임은 멈추고 만다.
"누, 누구랑이냐니……파티 멤버와……인데요."
"나기사군? 거짓말하면 안 돼. 나 듣고 있었다니까?"
"……읏!"
"실은 3일 정도 전에 밀리아 일행이 왔었어? 당신의 탈퇴 신청을 내고 갔어. 그리고 오늘 그게 수리됐지. 즉 당신은 지금, 혼자라는 거야."
"그, 그런! 방금 들었는데…… 그런가, 훨씬 전부터 날 파티에서 추방하는 건 정해져 있었구나……젠장!"
"당신에겐 지금, 두 가지 길이 있어. 하나는 이대로 길드를 떠나 두 번 다시 그 문을 열지 않는 길. 그리고 또 하나는……"
샤르티아가 먼저 말하기 전에 나기사가 입을 열었다.
"길드 재가입을 위한 시련……이죠."
"맞아. 어떠니? 받아볼 생각 있니?"
"할게요. 하게 해 주세요. 제겐 이제, 그것밖에 남은 길이 없어요!"
"후후,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단다. 괜찮아. 당신은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어. 분명 다시 태어날 거라고."
"저, 정말요!?"
"물론이지. 이래뵈도 나, 길드 마스터니까. 사람 보는 눈은 있는 편이란다?"
집게손가락을 꼿꼿이 세우고, 윙크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샤르티아에게 나기사는 한순간 눈을 빼앗겼지만, 곧바로 잡념을 버리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렴. 시련의 장은 내 방에 있단다."
나기사는 자신을 등지고 걷기 시작하는 샤르티아의 뒤를 따라갔다.
어짼지 설레는 듯한 눈길을 보내는 접수대의 옆을 지나 긴 복도를 따라 계단을 올라간 끝에 있는 호사스러운 문. 그 문을 열자 나기사의 방의 몇 배나 되는 방이 있었다.
"굉장해……"
"그렇지도 않단다~? 아, 시련의 장은 이쪽이야."
그리고 샤르티아는 그 방 안쪽의 마법진이 그려진 벽에 손을 대었고,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벽에 문이 나타났다.
"이건……봉인 결계……"
"맞아. 이건 나만 열 수 있는 문. 자, 안으로 들어오렴."
문 너머는 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한쪽 면이 윤을 낸 검은 돌로 되어 있었다.
바닥 중앙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고, 벽의 검은 돌이 그 빛을 반사해 방은 조명이 없어도 은은하게 밝았다. 하지만, 시련 장소라기엔 조금 비좁은 공간. 너무 좁진 않지만, 전투를 할 수 있는 넓이는 아니었다.
"그럼 나기사. 저기 마법진 중앙에 서 주겠니?"
"네."
"그럼 시련의 장으로 전이시킬게. 당신에게 여신의 가호가 있기를…"
"엑!? 전이라니――"
그리고, 나기사가 뭐라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마법진은 빛을 발했고, 나기사의 모습은 그 장소에서 사라졌다.
"후훗, 대체 나기사는 어떤 아이가 되는 걸까? 그 아이라면 분명 이쪽으로 올 수 있을 거야. 기대되네~~♪ 아, 그렇지! 새 옷이나 장비도 준비해 둬야겠는걸. 지금까지 몸에 지니고 있던 건 장비할 수 없게 될 테니까♪"
샤르티아는 들떠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방에서 나갔다. 여성용 장비 일람서라 적힌 책을 들고서……
◇◇◇
"뭐, 뭐야 여긴…… 어딜 봐도 새하야서 끝이 안 보이잖아. 여기가 시련의 장인가?"
샤르티아에 의해 전이한 나기사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빰 빠바밤―! 시련의 장에 온 걸 환영해! 분명 당신은 여기서 다시 태어나겠지! 엣 이 녀석! 그런 『뭐야 이 녀석……』같은 눈으로 보지 말라구―! 테이 울어버려……으아아아앙~"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혼자 쇼하는 트윈테일 여자아이의 모습에 나기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테, 테이?"
"예~스! 뭘 숨기……에? 안 숨겼어? 이야~ 넘치는 여신 아우라 때문에 들킨 건가~ 그래! 테이는 여신 테이에스. 여신 테이에스는 테이!"
나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없는 가슴을 펴고 트윈테일을 펄럭이며 도야가오로 그렇게 말하는 여자아이. 그녀야말로 테이에스 왕국을 세워, 수많은 공로를 쌓아 올려 신의 자리까지 오른 여신 테이에스 본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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