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속옷. 의문의 목소리. 불온의 시작
"하으~~♪"
하루카는 적당한 온도로 데워진 욕조에서 크게 숨을 내쉬며, 동시에 뜨거운 물에 떠오른 가슴이 수면에서 헤엄친다.
"둥둥 뜨니까 정말 편한걸~~♪"
하루카는 중력으로부터 해방된 자신의 가슴의 무게에 감탄의 소리를 냈다.
남자 시절엔 없었던 이 살덩어리는 이 몸의 사용법을 익힐 때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어쨌든 조금만 움직여도 흔들리는 것이다. 그걸 고려해 움직이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크게 깨지기 때문에, 공격 리듬이 어긋나게 된다.
그렇다고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조여버리면 괴로워진다. 그 결과, 남자의 자존심이 훼방을 놓던 속옷을 입었을 때가 가장 움직이기 편했던 것이다.
그때 하루카는 정말 감동했다. 이렇게나 편하고 움직이기 쉬울 수 있다니! 하고.
"그나저나……음. 내가 봐도 스타일이 좋은걸~ 가슴도 그렇지만, 허리도 엉덩이도. 얼굴도 귀엽고, 이거 꽤 인기가 많지 않으려나? 그렇다고 해도, 구애하는 건 사양이지만~"
하루카는 발로 물을 첨벙첨벙하며 얼음 마법을 응용해 허공에 만들어낸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여신 테이에스와 같이 있을 땐 목욕 없이 대부분 세정 마법으로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찬찬히 본 적은 없었다.
"자, 몸도 따끈따끈하고 슬슬 나갈까. 으헤……무거워……"
힘차게 욕조에서 일어나, 다시 어깨에 전해지는 가슴의 무개에 질려하며 욕실을 나온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샤르티아에게 받은 속옷을 아이템 백에서 꺼내는데,
"이건 좀 야해……이것도. 아, 귀여운 게 별로 없잖아! 샤르티아님은 나한테 뭘 입히려고 한 거야……"
꺼내는 속옷마다 천의 면적이 적은 것뿐. 하루카는 그중에서 가장 무난한 것을 고르더니, 그 안에 잘 들어가게끔 입었다.
"으~음……뭐 이걸로 끝인가. 딱히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보여줄 생각도 그런 상대도 없으니까. 그리고 파자마 파자마……뭐야 이거!? 살갗이 비쳐 보이잖아! 어른스럽잖아! 에? 잠깐만. 이것밖에 없어? 나중에 사야겠는걸…… 일단 지금은 아빠 눈에 띄지 않게 방에 가서 뭔가를 위에 걸쳐야겠어."
하루카는 탈의실에서 얼굴을 내밀어 복도를 바라보고는 에임즈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단숨에 계단을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기세 좋게 침대를 향해 점프. 벌러덩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오랜만의 내 방이구나~♪ 으흠~♪ 침대 푹신푹신! 아, 큰일 났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탓인지 순식간에 잠이 올 거 같아. 모처럼 엄마가 밥을 준비해……주시고, 있는……데…………"
일어나려 침대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하루카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묻고 말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소리가 났다.
『소유자, 오우타 나기사 수정, 하루카 나기사의 취침을 확인. 지금부터 동기화 개시……완료. 택티컬 소드 【티즈】의 최적화를 시작―』
◇◇◇
"어라~? 하루카 잠들어버린 모양이네~?"
"어떻게 알아?"
하루카가 잠든 지 조금 지났을 때,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티리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알고말고~? 엄마인걸~ 분명 피곤했겠지~"
"그렇겠지. 그건 그렇고…그 녀석까지 여자가 될 줄이야."
"그러게~"
티리스는 하루카를 위해 준비했던 요리를 다시 냄비에 담아 뚜껑을 덮은 후 에임즈에게 간단한 답을 하고 빈 그릇을 씻기 시작했다.
"뭐야. 굉장히 냉정하군. 자기가 낳은 아들이 딸이 됐다는데."
"응~? 냉정과는 좀 다를지도~? 놀라기는 한걸~? 하지만, 전례를 알고 있으니까~ 분명 괜찮다는 걸 알 수 있는걸~"
"아……"
"그렇지~? 당신도 알 거라고 보는데~? 혹시 잊어버린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 그보다도……"
"어머 뭐야? 아직 씻는 도중인데~?"
에임즈는 부엌에 서 있는 티리스를 뒤에서 껴안았다.
"이제 우리 집엔 딸만 남은 셈이잖아.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졌군."
"후훗♪ 그럴 줄 알았어~ 조금만 있으면 끝나니까 기다려~? 아, 그치만~……"
"응? 뭐야?"
"아까 하루카의 가슴을 만졌지~? 아빠라도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해~ 질투해버렸어~"
"……………역시 오늘은 그만둘까."
"안~돼. 각오하라구~? 내가 만족할 때까지 끝내지 않을 거니까~"
"아, 네……"
밤은 깊어졌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하루카는 몹시 기분이 좋은 티리스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늘의 예정을 정했다.
우선 길드에 가서 하루카 나기사로 새로 등록을 하는 것. 그때, 이전에 등록했던 오우타 나기사는 파기하고, 쌍둥이 여동생으로 등록하는 걸로. 그리고 오우타 나기사는 친척 집에 고용살이를 갔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교체로 하루카가 돌아왔다 는 설정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괜찮은 거야?"
"괜찮아~ 쌍둥이가 태어나면 한쪽을 자식이 없는 집에 양자로 보내는 게 없는 일도 아닌걸~ 만약 뭔가 묻는다면, 「우리 집에선 그래요~」라는 억지로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티리스
"그렇구나. 그럼 괜찮으려나. 근데 아빠는 왜 저래? 일어나서부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뭔가……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신경 안 써도 돼~♪"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된 하루카는 곧바로 길드로 향했다.
참고로 오늘은 치마 아래에 무릎까지 오는 얇은 속바지를 입고 있다. 어제의 교훈이다. 그리고 그 위에 온 몸을 가리는 망토를 걸치고, 후드도 써 얼굴도 가리고 있다.
길드에 도착하자마자 샤르티아의 방에 불려 간 하루카는, 사정이 사정인 만큼 그곳에서 신규등록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리고 등록이 끝나고, 증명서가 발급되자 샤르티아의 방으로 한 접수원 아가씨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뛰어들어온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샤르티아님! 큰일이에요! 던전 입구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평온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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