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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58. 공복의 강

by 린멜 2022. 10. 29.


158. 공복의 강





용이 마침 수많은 총에 둘러싸여 있을 무렵, 츠구미는 조금 떨어진 곳――피라미드를 위로 뻗은 듯한 모양의 높은 빌딩 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여러 총에서 느껴지는, 명확한 『너를 죽이겠다』라는 의지. 그리고 정화의 불이 담긴 성스러운 총알은, 어떠한 사악을 관통한다. 이것에 상처를 입지 않는 마수는 거의 없다.

악의의 구현에서 태어난 마수에의 대항 스킬로는 더없이 적확한 성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량에 맡긴 일제 사격이라는 건 설레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남자가 동경하는 것 그 자체다. 솔직히 결정타가 적은 츠구미가 보기엔 부러울 뿐이다. 역시 싸움은 화려한 일격이 있어야지.


――하지만, 역시 그녀의 싸움은 이전 A급 승격전과 달리 불안감 없이 관전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

예상외의 거물 먹잇감(자이언트 킬링)도 싫진 않지만, 역시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싸움을 보는 게 안심이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토노가 십화의 서열 1위를 독점하는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압도적인 토벌자로서의 재능.

유달리 아름다운 외모.

아마테라스의 무녀라는 입장.

그리고――마법소녀 엔터테이너로서의 카리스마.

무엇 하나 일급품이 아닌 것이 없다. 인기가 없을 리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토노에 대해 생각하며, 왼쪽 상공에 있는 금방이라도 총에 맞을 것 같은 용을 바라본다.


저 수의 총에 맞으면, 이도저도 못하고 절명해 아래로 떨어진다. 그건 거의 확정이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그 이후 정도일까.

주로 영국 측의 요청으로 용을 강 위까지 유도하였으나, 100미터가 넘는 거구가 저 높이에서 떨어지면 아무리 아래로 흐르는 강이라 해도 다소 영향을 줄 것이다. 적어도, 다리나 해안가에 있는 건물을 집어삼킬 정도의 파도가 일어날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뭐 근처 건물 안은 흠뻑 젖겠지만, 부서질 정도는 아닐 테고,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건 아닐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총성의 폭음과 함께 용이 불덩어리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영국군 상대로는 무쌍하던 마수도 마법소녀의 정점이 상대로는 형편없이 되어 버린다.


……왠지 거대한 새를 통쨰로 구운 거 같아서, 보고 있으니 배가 고파오는걸. 점심은 가라아게 같은 게 먹고 싶은 기분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츠구미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마수 토벌 뒷 이야기라지만, 당장 먹을거리만 생각하는 것은 역시 부끄러운 일이었다.


츠구미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마음을 달래듯 주변 눈을 주변 경치로 돌렸다. 후방――츠구미가 봤을 때 오른편에 평평한 아치형 다리가 눈에 띈다. 심플하지만 뭔가 역사가 있을 거 같은 다리구나, 하고 츠구미는 생각한다.

이제 곧 저 다리도 불쌍할 정도로 물바다가 되는걸까, 하고 생각하며 관찰하고 있는데, 다리 근처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응? 바람이라도 분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위화감이 느껴지는 곳을 응시한다.

――그러자, 갈색 로브같은 것을 걸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 긴 로브를 본 순간, 츠구미는 영국의 외교관이 이야기한 『마녀』소문을 떠올렸다. 하지만 물끄러미 그 인영을 바라보고, 츠구미는 저건 다르다고 숨을 삼켰다.


"도망치지 못 한, 아이?"


그리고 그들 주변 건물의 높이로 미루어 볼 때, 인영의 키는 100cm도 되지 않는다. ――즉, 저기 있는 것은 어린아이인 것이다.

아이는 그 눈에 절망을 품고, 떨리는 손을 기도하듯 쥐며 이글거리는 용을 보고 있다. 아무리 봐도, 눈 앞의 광경에 겁을 먹은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다.


――피난 지시는 옛적에 내려졌을 것이다. 저 나이대의 아이들은 보통 부모와 함께 피난했을 터다. 게다가 츠구미도 아침 일찍 사람이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을 했다. 그런데 어째서?


멀리서 본 아이의 옷차림은 겉치래로도 예쁘다 하기 어렵고, 손발도 여위어 연약해 보인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피난 시에 보호자가 아이를 두고 도망친 걸지도 모른다.

어째서 지금까지 경찰이나 군의 보호를 받지 못했는진 의문이지만, 그대로 저 자리에 있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용을 구속하고 있는 실을 강화했다. 적어도 저 아이들의 피난이 완료가 될 때까진 용을 강에 빠뜨릴 순 없다.

저 높이에서 용의 거구가 떨어지면, 높은 파도가 일어난다, 그러면 저 아이는 어떻게 될까?


――그런 건, 생각할 것도 없다.


"긴급 연락. 용의 뒤쪽 다리――그러니까, 런던교? 북쪽 골목에 도망치지 못한 아이가 있습니다. 서둘러 구출 부탁드립니다."


츠구미가 단말에 그렇게 말하자, 당황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하가쿠레씨. 체크 결과, 다리 북쪽 골목에 생체 반응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정말 거기 사람이 있습니까?』

"에? 그치만 지금도 저기에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며 무심코 손가락으로 아이를 가리켰지만, 여기서 보이는 경치가 상대에게 보일 리 만무하다.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시간은 그저 흘러간다. ……지금은 어떻게든 실의 강도를 끌어올려 용을 상공에 고정시키고 있지만, 이대로는 토대가 되고 있는 빌딩 쪽이 먼저 무너져 버린다. 아마도 몇 분이 한계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으니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함정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희는, 하가쿠레씨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오퍼레이터가 불안한 듯 그렇게 말한다. 그들의 입장에선 확인할 수 없는 존재 때문에 마법소녀가 위험한 곳으로 내려가겠다 나섰으니,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어째서 아이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건진 알 수 없으나, 츠구미에겐 저게 환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못 본 척하는 건, 마음의 상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츠구미는 그렇게 결심하고, 조용히 말했다.


"문제 없습니다. 만약 아무도 없다면 바로 안전 영역으로 전이할 테니까요."


츠구미가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자, 오퍼레이터는 불안을 누르는 듯한 음성으로 조용히 허가를 내렸다.


『확인하시는 대로 바로 돌아와 주십시오. 부디 조심하시길』

"네, 알고 있습니다. 아아 그리고――"


츠구미는 말을 끊고,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


"――같이 도망가자는, 영어로 뭐라 해야 하나요?"





 ◆ ◆ ◆





오퍼레이터와의 대화를 마치고, 츠구미는 곧바로 다리 너머로 전이했다.


――봐 역시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들 뒤로 살며시 내려가, 겁을 내지 않게 살며시 말을 걸었다.


"저기, Let's run away (도망치자). It's not safe here (여긴 위험해)."


오퍼레이터가 가르쳐 준 문장을 그대로 입에 담는다. 발음에는 자신 없으나, 어떻게든 전달만 되면 그만이다.


"――!!"


하지만 갑자기 등 뒤에서 말을 건 것에 놀랐는지, 이국의 아이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벌벌 떨며 츠구미를 올려다보고 있다. ……지금 복장은 군복 느낌이 나니까, 조금 위압감이 있었을지도.


――하지만, 더는 그들의 심정을 고려할 여유가 없다. 시간이 있으면 단말로 오퍼레이터에게 직접 설득하게 했겠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아쉽다.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온화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


……아마도 『오지 마』같은 말을 하고 있겠지만, 하나도 모르겠다.


가까이서 자세히 아이들을 보니, 갈색인 줄 알았던 로브는 더러워져 갈색으로 보일 뿐 사실은 흰색일 것이라고 츠구미는 생각했다. 흰 겉옷이 이렇게 될 때까지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문득 아이의 로브 양 끝에 뭔가 동그란 자수같은 것이 있다는 걸 깨닫고, 이름이라도 적혀 있는 줄 알았으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들의 신원은 보호한 뒤 영국에 조사를 하게 하면 될 것이다.


"미안해, 무섭지? 하지만, 여기 있으면 정말 위험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두 아이에게 손을 뻗는다. 둘을 데리고 전이를 할 순 없으나, 실을 사용하면 10초도 되지 않아 위험 영역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츠구미가 도망치려는 아이 둘을 두 손으로 안아올린 그 순간――핑 하고 튀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와 동시에, 섬뜩한 오한이 등줄기에 흐른다.


――실이, 사라졌다?


손에도 발에도 감았을 실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에 휘감았던 실의 기척마저 사라졌다. 오히려 새로 실을 꺼내려해도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그런, 어째서……아니, 실이 사라졌다는 건――!!"


아이 둘을 껴안으며, 츠구미는 초조한 듯 위를 올려다보았다.


――불타는 거체가, 떨어지고 있다.


높이 500미터에서의 물체가 떨어지는 시간은 약 10초. 그 짧은 시간에 능력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파도가 전신을 강타하는 이미지가 츠구미의 머리에 스쳐지나간다. 그런 동요를 억지로 억누르며, 츠구미는 아이들을 꼭 껴안고 조금이라도 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려 했다.


――그 찰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 저 거 , 먹 어 도  돼 ? 》



순간, 심장 깊숙한 곳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츠구미는 갑작스러운 탈진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심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웅크려 있을 떄가 아닌데, 그렇게 생각을 해도, 뱃속을 뒤흔드는 듯한 불쾌감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적어도 아이들만이라도 구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츠구미가 필사적으로 일어서려는 순간, 강물에 검은 구멍이 뚫렸다.


"――아니야."



――저건, 구멍같은 게 아니다.

츠구미였기에 저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법소녀가 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 곁에 있었던 것.


하핫, 하고 마른 웃음이 목에서 새어 나온다.


――뭐야. 룰을 뛰어넘어 이런 곳에까지 나오다니, 얼마나 식탐이 강한 거냐고.

검은 구멍같은 게 아니다. 저것은――그저 폭식의 짐승이 크게 입을 벌렸을 뿐이다.


"좋아, 먹어. 그건 하가쿠레 사쿠라가 쓰러뜨린 사냥감은 아니지만, 스미레씨라면 용서해 줄 거야."


강물에 빠진 용이, 그대로 짐승의 입 속으로 삼켜져 간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다.

그렇게 짐승의 입은 딱 다물어지고는, 파도 하나 일으키지 않고, 사라지듯 떠나버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쪽이 괴물로 보일지도 모른다.


【폭식】스킬은 결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룰이다. 그것이 왜 이제 와서 밖에서 쓸 수 있는진 모르겠으나, 이번만큼은 덕분에 살았다 해도 좋다. 먹보도 가끔은 도움이 된다.


――이 아이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많고.

츠구미는 멍하니 강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실이 사라진 원인은 분명 그들에게 있다. ……아직 일본에 돌아갈 순 없을 것 같았다.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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