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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59. 요정의 장난

by 린멜 2022. 11. 5.


159. 요정의 장난






검은 입이 용을 완전히 삼키는 것을 지켜보며, 츠구미는 주저앉은 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번만은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기묘한 포만감을 느끼면서, 츠구미는 기절한 아이들――짐승의 입이 사라진 뒤에 의식을 잃은――을 쳐다보고, 천천히 땅에 내려놓았다. 그런 광경을 봤으니, 기절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어린아이를 딱딱한 땅에 눕혀 두는 것은 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너무 접촉하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

그리고 츠구미가 이 아이들에게서 한 발짝 떨어지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시 이 아이들을 만지는 게,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원인이었던 건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에 얽힌 실을 조종한다. 방금 전까지 능력을 사용 못 했던 것이 거짓인 것 마냥 실이 움직인다. 무사히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가지고 있던 단말기로 두 사람의 사진을 찍었다. 화면을 확인해 보니, 아이들의 모습이 잘 나와 있다.

……뭐 일단 사진에 나오는 걸 보니, 신이나 유령 종류는 아니겠지


그리고 츠구미는 그 사진을 작전본부에 보내고, 인근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기듯 턱에 손을 얹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들에게 닿으면 마법소녀로서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그것은 마법소녀에게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다른 나라의 인간. 경우에 따라선, 일본의 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츠구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삐삑하고 단말기에 연락이 들어왔다.


"네, 여보세요."

『야마부키입니다. ――하가쿠레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어디에 계셨습니까?』

"에?"


야마부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츠구미가 아이를 안아 올린 뒤 아래로 내려놓을 때까지 하가쿠레 사쿠라의 생체 반응이 갑자기 사라져 버려, 모습조차 찾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갑자기 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용의 시체가 사라지는 바람에, 현장에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어쩌면 이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을 만지면 똑같이 인식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능력인가.

또한 츠구미가 보낸 사진에 관해서도,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사람은 몇 명밖에 없었고, 그 외의 사람들에겐 그냥 땅 사진으로 보였다고 한다. 참고로 영국 측 인원은 한 명도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이쪽이 질 나쁜 농담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며, 츠구미가 다리 부근에 내려오면서 일어난 일이나, 그들을 만지고 있으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일 등을 간단히 설명하자, 야마부키는 『그럼 지금부터 차를 끌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예의 아이들도 같이 태워주세요. 15분 정도 그 자리에서 대기 부탁드립니다.』하고 대화를 중단했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일은 대기 장소에 돌아가서 검토하려는 것 같다.

갑자기 따분해진 츠구미는 멍하니 원래대로 돌아온 강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말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었어. 역시 남의 부탁 따윈 떠맡는 게 아니라니까."


유키노 씨에게 불평해야지, 하고 결의를 다지고 있자, 츠구미의 바로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호되게 당한 모양이군."


그런 갑작스런 목소리에, 움찔 어깨를 움츠리며 확 돌아본다.


"누구냐!!……뭐야 형……이 아니지, 시로 님이잖아. 왜 이런 곳에 계신 건가요?"


거기에 있던 건 금색 눈의 흰 토끼――치도리의 계약신인 시로였다. 치도리가 영국에 있는 이상 여기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만, 설마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다.

――설마 근처에 치도리는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던 중, 시로가 터벅터벅 츠구미의 발치에 다가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누나는 오지 않았어. 물론, 내 모습도 목소리도 남에게 보이지 않게 했지. 후후, 내 여동생은 걱정이 많아서 정말 사랑스럽군."

"저기, 전 당신의 여동생이 아닌데요."


……그 때 백보 양보해서 동생이 되는 건 승낙했지만, 결코 여동생이 될 생각은 없다.

"치도리가 아연실색한 모습으로 그렇게 답하자, 시로는 화가 난 듯 그 자리에 떠올라, 그대로 츠구미의 가슴팍에 매달리듯 껴안겼다. 엉겁결에 푹신푹신한 털 뭉치가 흘러내리지 않게 황급히 아래쪽을 지탱한다. 말하자면 안는 자세였다.


아무래도 츠구미의 쌀쌀맞은 대답이 거슬린 모양이다. ……정말 이래선 어느쪽이 동생인지 모르겠는걸.

그리고 시로는 만족스러운 듯 츠구미의 품에 눌러앉아, 축 늘어져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감탄한 듯 말했다.


"――그나저나, 잘도 이런 골동품이 현대까지 남아있는걸. 유물(아티팩트)로서의 질도 높아. 흠, 최근 다시 힘이 부여된 것인가."

"유물이요?"

"그 천 조각에서, 이 땅에 뿌리박힌 신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마 마수의 힘의 여파에 끌려 현현한 요정이나 무언가가, 옛날에 만들어진 유물을 꺼내 변덕으로 아이에게 줬을 테지."


요정――보통 일본인에게 있어서 요정은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실태는 상당히 악질인 것도 많다.

외국 책을 좋아해 모으고 있는 치도리 왈, 요정은 토착신앙의 신이 영락한 모습이며, 말하자면 일본의 요괴의 성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을 해치는 악랄한 일화도 꽤 남아 있다고.

어째서 요정이 그들에게 자취를 감출 수 있는 신기한 천을 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마르고 지저분한 아이의 현 상태를 생각하면, 그다지 요정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럼 자취를 감추는 신기한 힘은, 이 아이들의 능력이 아니라, 그 로브의 효과인 거군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취를 감추거나 하는 힘이 이 로브에 의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대처할 방법이 있다. 최악의 경우 몰래 태워버리면 위협이 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계속 질문을 했다.


"로브를 준 요정은 지금도 그들 곁에 있나요?"

"이제 없다. 이 땅에 차 있는 힘은 너무나도 약해. 아마도 이 아이들에게 은닉……아니, 경계를 어긋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천을 건네주고 곧바로 사라져 버렸겠지.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조절이란 걸 모르니까. 악의는 없었겠지만, 곤란하다니까."

"……정말 민폐네요."


츠구미는 어이없단 듯 그렇게 말했다.

이런 어린 아이에게 알 수 없는 물건을 줘놓고 자신은 휙 사라져 버리다니 무책임에도 정도가 있다. 계약자를 확실하게 챙겨주는 벨을 본받아야 한다, 고 분개하면서 츠구미는 시로에게 질문했다.


"시로 님은 이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시나요?"

"응? 뭐 보면 대충 알 수 있지. 이걸 만지는 사람을 유사상의 유세로 끌어들여 현생에서 존재를 숨기는 효과를 지는 유물이다. 이른바 투명 망토란 것이지."

"아아, 그래서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었군요. 그나저나, 유세입니까. 마치 소규모 결계 같네요."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긋난 차원을 만들어냄으로써, 외계로부터 보이지 않게 한다――즉 마법소녀의 결계와 비슷한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츠구미는 어떻게 사라진 아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어, 츠구미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아이를 볼 수 있는 사람과 못보는 사람이 있는 건 어째서인가요? 게다가, 갑자기 힘을 쓰지 못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츠구미가 불안한 듯 그렇게 묻자, 시로는 느린 어조로 말했다.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건, 단순히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가 아닌가의 여부일 테지. 진짜 유세를 엿본 사람에겐, 이런 은닉이 먹히지 않아. ……그리고 벨 공과의 연결이 차단된 것은, 은닉의 효과――경계의 어긋남이 발동했을 때 계약신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기 때문일 거다. 게다가, 벨 공이 이 땅을 싫어하는 것도 연결이 끊어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신은 서양 국가들과 아주 궁합이 나쁘거든. 뭐, 벨 공이 근처에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태지만 말이야."

"엣, 그런가요?"


충격적인 사실이다. 즉, 만약 이 자리에 있었던 게 다른 마법소녀――계약신과 함께 활동하고 있던 사람이었다면, 문제없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설마 이런 곳에서 벨의 근신의 폐해가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츠구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잘 알겠어요.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도, 그저 단순하게 타이밍이 나빴던 것뿐이군요……어라? 그렇다면 어째서 그때 【폭식】 스킬은 사용할 수 있었던 건가요?"


연결이 일시적으로 끊어졌다. ――그렇다면, 어째서 【폭식】스킬은 발동한 것일까.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시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렇게 답했다.


"아마 그 스킬이 영혼에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거다. 결계 밖에서 힘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유사 유세에 가까워지는 바람에 몸이 『여긴 결계 안이다』라고 착각했을지도 몰라.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것이지."

"아아, 확실히 그런 거라면 이치에 맞네요……"


츠구미는 흠, 하고 생각에 잠기듯 턱에 손을 얹었다. 확실히 시로의 말은 이치에 맞다.

【폭식】과 영혼의 결합――자신의 일부를 제물로 바친 횟수라면 특히 발군이다. 계약자의 위기에 스킬이 제멋대로 발동했다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째선지 마음에 걸리는 게 남아있는 건 어째서일까.


조금 석연찮은 점이 있긴 했지만, 여기서 시로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분명 죽을 뻔했기에 조금 마음이 곤두선 것이겠지.

어쨌든 의문은 해소된 것이다. 아이의 앞으로가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이 이상의 일은 윗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렇게 판단한 츠구미는, 작게 숨을 내쉬며 시로를 바라본다.


"일부러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가지로 불안했는데 도움이 됐어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자, 시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후후,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학부모(벨)가 이곳에 오지 못하는 이상, 형인 내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시로는 그렇게 답하고, 그대로 츠구미의 팔 안에서 뛰어내렸다.


"그럼, 난 이제 누나에게 돌아가지. 말없이 나왔으니 지금쯤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치도리에게 너무 마음고생을 주지 말아 주세요. 이쪽이랑은 달리 그녀는 섬세하니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시로는 정곡을 찔린 듯 귀를 접고, 공기에 녹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무래도 다소 자각은 있었던 것 같다.


츠구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잠들어 있는 아이를 힐끗 보았다. 아마도 형제겠지. 생김새가 많이 닮았다.

갈색 로브에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칙칙한 금발이었으며, 직접 대충 자른 것인지 길이가 고르지 않다. 몸도 매우 가늘어서, 언뜻 보면 성별조차 알 수 없다.

시로의 말대로 이 마법의 로브가 우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면, 분명 이 아이들에게 위험성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건 이제 정부에 맡겨버리는 편이 좋다.

――그보다도, 어제 아자레아와 성유물 이야기를 했는데, 이 로브야말로 거기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과거에 만들어진 유물에 현현한 요정이 가공한 물건――성유물의 모델케이스로 보기엔 최적이다.

……어쩐지 앞으로 여러가지로 어려워질 거 같은걸, 하고 츠구미는 생각했지만, 남은 건 높으신 분들이 의논해서 어떻게든 하면 된다. 말단 병사인 하가쿠레 사쿠라는, 이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던 중, 뭔가 엔진음 같은 것이 귀에 닿았다.


"――차 소리다."


아무래도 시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꽤나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일단락 될 것 같다.

그리고 츠구미는, 잔해를 피해 달려오는 차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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