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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60. 월광의 현신

by 린멜 2022. 11. 20.


160. 월광의 현신






츠구미 일행을 태운 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로――츠쿠요미는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흠. 조금은 무리가 있는 설명이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저 아이는 믿어준 듯하군. ――정말 내 동생은 솔직해서 귀엽다니까."


나나세 츠구미는 한 번 안쪽으로 받아들인 자를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 원래는 미덕이겠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선량한 성격으로 잘도 지금까지 뒤틀리지 않고 자라왔구나 하고 생각하며, 츠쿠요미는 계속 말했다.


"그 때 벨공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우연이었지만, 【폭식】의 발동은 인위적인 것이었어. ……흠, 아무래도 내 생각 이상으로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군."


나나세 츠구미에게 둥지를 튼 신――루시퍼의 분령은 【폭식】스킬에 간섭해, 먹은 것의 리소스를 가로채고 있다. 이번에 이르러선, 벨의 눈이 없는 것을 기회삼아 살짝 가로채긴커녕 통째로 삼켜 버렸다. 루시퍼와 동일시되는 사탄을 본뜬 마수는, 필시 좋은 양식이 되었을 것이다.


"맹약에 의거해 속여넘기긴 했지만,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그 아이도 의문이 들겠지. 하지만, 지금으로선 운은 명성(루시퍼)에게 향하고 있어. ……그렇다면, 내가 움직이게 될 날도 머지않았나."


그렇게 말하며, 츠쿠요미는 눈을 내리깔았다.


――아마테라스가 하늘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이승에 현현한, 받들여지는 신들.

그 대부분은 아마테라스의 권속에 의해 배제되었으나, 그 중에는 권속의 눈을 피해 현세에 머물고 있는 자도 있다. 츠쿠요미도 그중 한 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권속과 싸우기 전에 아마테라스에게 고분고분히 따르겠다는 뜻을 나타냈기에 묵인되고 있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때 권능에 얽매이지 않은 것은, 단지 츠쿠요미가 강했기 때문이다.


토지 보정을 포함해 생각하면, 일본에 한해서 츠쿠요미는 아마테라스 다음의 힘을 가진 신이라 해도 좋다. 아마테라스 본인이 나선다면 모를까, 츠쿠요미가 진심을 내면 권속 정도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쓸데없는 다툼을 피하고 싶은 아마테라스 측은 츠쿠요미의 존재를 묵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츠쿠요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런 걸 떠올리며, 츠쿠요미는 슬프게 미소지었다.


"――생각해 보면 누님은 항상 그랬지. 내가 밖에 나가면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없는 취급을 해 왔어. ……난 그저, 누님과 친한 가족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아마테라스 다음 가는 신으로 태어난 츠쿠요미는, 언제나 누나의 그림자에 가려지듯 은밀히 살아왔다. 그것이 누나의 마음의 안녕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막연한 외로움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때 나타난 것이, 강대한 힘을 내포한 갈라진 하늘의 틈이다.

츠쿠요미는 그저 변덕으로 하계에 내려와, 괴물에 파괴되는 나라를 보았다. 그것을 특별히 즐기지도 않고 슬픔도 없이,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츠쿠요미에게 있어선, 자신이 태어난 나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마테라스가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이 나라에 군림하는것을 본 순간――난생 처음으로 츠쿠요미에게 욕심이 생겼다.


――이쪽을 봐 줬으면 좋겠다. 웃어줬으면 좋겠다.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당신의 짐을 대신 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아아 나도 알고말고. 지금 상태가 누님의 본의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백성들의 지나친 신앙도, 부득이한 산제물도, 수많은 신들의 관리조차 당신이 원하던 게 아니었지."


그렇게 말하며 츠쿠요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버지에게 나라를 맡겨진 책임의 무게에 무너질 것 같은 주제에, 그런 내색 없이 당당했던 누님. 자존심은 산처럼 센 주제에, 사소한 일로 틀어박힐 정도로 섬세했던 누님. 언제 동격인 츠쿠요미(동생)로 대체될까 두려워하던 불쌍한 누님.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그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그 날 다짐했던 것이다. ――비록 악신과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하계에 내려온 츠쿠요미가 가장 먼저 말을 건 것은, 외국의 아마츠미카보시인 루시퍼였다.

행운인지 불행인진 모르겠으나, 츠쿠요미와 루시퍼의 이해는 일치했다.

루시퍼는 하늘의 갈라진 틈을 포함해 권리와 군주의 찬탈을, 츠쿠요미는 아마테라스를 중책에서 해방시키기만을 바랐다. 설사 그 결과 나라가 어떻게 되는가는 츠쿠요미가 알 바가 아니었다.


그 뒤로 두 기둥――때로는 사람에 섞여, 떄로는 다른 도망자의 손을 빌려, 하늘의 갈라진 틈에 간섭해 정보를 빼내거나, 아마테라스의 눈을 훔쳐 오랜 시간을 들여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하지만, 결국 계획은 실패했다.

경계를 관장하는 신을 장악하고, 마수나 갈라진 틈에서 새어 나오는 신력에 대한 실권을 잡는 절차까진 좋았으나, 마지막에 실패한 것이다.

실패한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루시퍼의 인간(동생)을 향한 정이었다. 그토록 인간을 우습게 여기며 장난감 삼아 놀던 악마로서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패인이다.


사사건건 뒤에서 협력해 오던 츠쿠요미에게 있어선, 잘도 제멋대로 계획을 망쳐줬구나 하는 마음도 컸으나, 그 이상으로 루시퍼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피의 연결고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임시 육체일 뿐이지 루시퍼와는 인연도 관련도 없는 아이일 텐데, 그럼에도 루시퍼는 그 제물을 구하려 했다.


저런――피도 눈물도 없는 악신조차, 동생을 걱정했던 것이다. 그것이 츠쿠요미에게 얼마나 충격이었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누나의 동생에 대한 사랑이 신들의 계획을 망쳤다. 그 사실만이, 츠쿠요미의 마음을 깊이 짓눌렀다.


부러운 거 같으면서도, 얄미운 듯한, 그리고 어딘가에선 구원받은 것 같은, 그런 불가사의한 기분. 드디어 수면에 비치는 별에 손이 닿은 듯한 안도감. 역시 어떤 형태로든 누나는 동생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츠쿠요미는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는 실패. 아마테라스의 현계가 다가오는 이상, 루시퍼 때처럼 긴 시간을 들일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아마테라스의 자리를 찬탈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던 츠쿠요미를 덮친 건――도망치던 나나세 츠구미(제물)을 봤을 때였다.

달의 뒤편에 숨어있듯이, 원래 인격을 유지하면서도 경계의 신을 포섭해, 나나세 츠구미의 영혼에 둥지를 틀고 있는 악마――루시퍼의 잔재.

그 힘이야말로 약해져 있었지만, 츠쿠요미가 계획의 속행을 정하기엔 충분했다.


――경계의 신의 힘은 이미 이쪽 손에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 힘을 행사하기 위한 새로운 그룻을 준비하는 것뿐.

하지만 새 그릇으로 옮기려면, 우선 루시퍼의 힘을 되찾아야만 한다. 그렇게 판단한 츠쿠요미는 조용히 떄를 기다렸다.


그리고 대화제로부터 10년.

허약했던 어린이(제물)은 무럭무럭 자라, 훌륭한 소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릇으로 자랐다 해도, 츠구미는 평범한 인간이다. 경계의 신과 루시퍼 두 기둥을 그 영혼에 계속 내포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루시퍼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그릇 쪽이 못쓰게 된다. 그렇게 판단한 츠쿠요미는, 나나세 츠구미에게 집착하던 악마――베리알에게 눈독을 돌렸다.


힘을 아주 조금만 보태어 나나세 츠구미의 현제 상황을 보여주면, 뒤는 이제 굴러가는 돌이나 다름없다. 영혼 없는 연명보다 의미 있는 끝을 이룩한 악마는, 스스로 나서서 츠구미를 돌보려 했다. 그것이 츠쿠요미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것도 모른 채.

인간의 그릇이 가장 성장하는 것은, 생사의 틈을 헤맸을 때이다. 죽음의 문턱을 기어오르려는 기개야말로 성장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베리알은 나나세 츠구미를 죽일 수 없다. 애정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것은 신이든 악마든 다르지 않다.

죽일지 말지 망성이는 동안에는, 베리알이 진심을 드러내진 않을 것이다. 직접 손을 쓸 수 없어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시점에서 그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무심코 츠구미가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지독하게 이용할 생각이긴 하지만, 츠쿠요미에게 있어서 츠구미는 그야말로 태어나기 전부터 지켜보던 귀여운 아이다.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츠구미에게 정이 들었다.


만약 정말 츠구미가 죽을 것 같으면 몰래 도와주자――그렇게 생각했던 츠쿠요미지만, 현재로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뭐 츠구미가 마법소녀가 된 것은 조금 오산이었지만.


츠구미의 계약신――벨 때문에 감시가 어려워졌기에, 틈을 보고 츠구미의 누나인 치도리에게 계약을 제의했으나, 지금으로선 그 선택이 용단했다 말할 수 있다. 그들과의 가족놀이는, 츠쿠요미에게 있어서 좀처럼 나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츠구미와 치도리, 피가 이어지지 않은 동생과 누나. 하지만 그 유대만은 진짜였다. ……감시라는 것은 겉치레일 뿐, 실은 사이가 좋은 남매 사이에 끼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정조차도, 진짜 누나(아마테라스) 앞에선 무(無)나 다름없다. 그들을 이용하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해도, 아마테라스를 위해서라면 츠쿠요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것만이, 동생이 누나를 사랑한다고 증명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츠쿠요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남은 건 명성(루시퍼)의 힘이 넘치기를 기다리는 것뿐. 명성도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 그럼, 그때까지 준비를 끝내 놔야겠군. ――그래, 모든 것은 누나를 향한 사랑을 위해."


그렇게 말한 츠쿠요미――루시퍼의 진정한 협력자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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