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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96. 영웅의 뒷면

by 린멜 2020. 2. 15.


96. 영웅의 뒷면






『사쿠라 아카네』는, 마법소녀의 선구가 된 위대한 영웅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녀가 마법소녀가 되기 이전의 생활기록은, 그녀가 죽은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당시 행정기관이 마비된 데 기인한다.



사쿠라 아카네가 마법소녀로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 때마침 마수의 습격으로 행정 시스템의 일부가 파괴되었고, 수백만 명의 호적이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그 혼란을 틈타, 원래 이름을 버리고, 『사쿠라 아카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기능이 회복되고, 사쿠라 아카네가 영웅이 된 뒤에도, 그녀는 완강히 자신의 과거를 말하려 하지 않았다. 가족도, 친척도, 어릴 적 살던 장소도, 다니던 학교에 대해서도, 그녀는 그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그 무렵에는 정부도 사쿠라 아카네의 출신에 관해서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그녀가 비할 데 없는 영웅인 것도 있어, 그 건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왜 사쿠라 아카네는 스스로 출신을 숨기는 짓을 한 것일까? ……그것은 분명, 만일의 경우 도망갈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사쿠라는 조용한 목소리로, 전화 너머의 나나세에게 말을 걸었다.



『분명 처음에는, 순수한 정의감에서 오는 행동이었겠지. 손이 닿는 범위의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하는, 그 아이는 신의 손을 잡았어.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일부러 환각으로 얼굴까지 바꿔서 말이지. ……그때 바로 눈치챘더라면, 아니, 그런 말을 해도 소용 없나.』



잠자코 있는 나나세에게, 아사쿠라는 말을 이어갔다.



『그 아이――나나세 아카네는, 어머니의 본래 성인 사쿠라를 자칭해, 마수와의 싸움에 몸을 던졌어. 아버지인 너에게조차, 자신의 생존을 알리지 않고. ……네게는, 지옥의 나날이었겠지만 말야.』



아사쿠라의 말을 듣고, 나나세는 30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




――어느 날 갑자기, 세계에 마수가 나타나면서, 일상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낙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것이 절망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람들은 갈팡질팡하다, 점점 마음이 거칠어져 갔고, 그 무렵의 일본은 마치 종말과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자산가들은, 연줄을 이용해 금방 침몰할 것 같은 일본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나세도 그 중 한 명이다.


나나세는 기업인으로서 갖고 있던 인맥과 자금을 전부 사용해, 간신히 미국으로의 도항권을 손에 넣었다. 그 낭보를 가족에게 전하려고 의기양양하게 귀로에 오른 나나세는, 진정한 절망을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나세가 처음 본 것은,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아내의 모습과, 완전히 파괴된 딸의 방이었다. 방 곳곳에는 대량의 피가 묻어 있었기에, 딸――나나세 아카네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수에게 물려 죽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동시에 잃은 나나세는, 해외 도피를 포기했다. 해외로 도망가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국외로 도망갈 필요도 없다――그렇게 생각해 버린 것이다.



그 후로 8년간. 나나세는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듯, 산기슭에 있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때마침 세간은 영웅――사쿠라 아카네의 순직으로 난리가 났었고, 나나세가 살고 있는 한적한 마을에서조차, 동요나 슬픔의 기색이 강하게 감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귀찮음에서 도망치듯 집에 틀어박힌 나나세의 앞에, 아사쿠라와 한 여인이 찾아왔다.



그 젊은 여성을 본 순간, 퇴색했던 시야가 극채색으로 물든 감각을 나나세는 분명 평생 잊을 수 없다.



――아사쿠라가 데려온 여자――지금은 죽은 아내를 닮은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나세는 비틀비틀 일어서서, 여자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여자의 앞에 서서, 떨리는 손으로 여자를 꼭 껴안았다.



"아아, 잘 돌아왔다……!!"



나나세는 옆에 있던 아사쿠라의 존재도 잊고, 여자――8년만에 재회한 딸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공백을, 눈물로 메우듯이.


덩달아 울기 시작한 딸이, 울다 지쳐 잠든 뒤, 아사쿠라는 신묘한 표정으로 경위를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열흘 전. 아사쿠라는, 일찌기 나나세의 집 앞――지금은 근처에 살고 있는 아사쿠라가 관리하고 있는 장소에서, 망연히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한 것 같다.


그 외모가 너무나도 나나세의 아내를 닮았기에, 설마 하고 묻자, 그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자신은 옛날에 여기에 살던 딸이라며, 그 이름을 말했다. 나나세 아카네――친구의 아이의 이름을.



아사쿠라는 갈 곳이 없다는 그녀를 보호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끝에, 나나세가 사는 집으로 그녀를 데려오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지독한 상태였어. 눈 밑에는 만성적인 다크서클이 늘어져있어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어. 지난 8년간 그녀의 고독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걸."


"고독? 그 아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넌 알고있나?"


"조금이지만 말야. 아카네 군이 이야기 해 줬어.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줬으면 해. 그 아이는 지난 8년간, 마법소녀로서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었어. 자신의 이름을, 사쿠라 아카네라고 속이고 말야."


"사쿠라, 아카네? 무슨 소리냐, 아사쿠라. 그녀석과 아카네는 얼굴이 전혀 다르다만. 게다가, 사쿠라 아카네는 얼마 전에 죽었을 것이다. 실없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마!!"



나나세가 화난 모습으로 그렇게 외치자, 아사쿠라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얼굴은 신의 힘을 빌려 다른 인간으로 변신했던 것 같아. 사쿠라 아카네의 순직은, 계약신에게 도움을 받아 위장했다고 해. ――그리고 애초에 전제가 틀렸어, 나나세. 사쿠라 아카네가 죽었기에, 그 아이는 여기로 올 수 있었어."


"……무슨 소리지?"



나나세의 물음에, 아사쿠라는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안타까움을 감추듯 말했다.



"사쿠라 아카네는 확실히 『영웅』이었어. 사쿠라 아카네라면, 영웅인 그녀가 움직인다면, 분명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어떻게든 해 줄거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해 버렸지. 그 아이 주위에 있던 어른들――정부의 인간들도, 같은 생각이었겠지. 어디에 있어도, 무엇을 하고 있어도, 항상 그 간판이 따라다녀. ……그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도 모르고. ――구역질이 나는군. 그 기대가 그 아이를 몰아붙인 거야."



아사쿠라가 보기 들물게 혐오감을 내세우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렇게 내뱉었다.



영웅이란 명칭은, 결국 허울 좋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순수한 기대는 중책으로 바뀌어, 피할 수 없는 사슬이 되어 사쿠라 아카네를 휘감아 갔다. 그렇기에, 사쿠라 아카네를 죽이는 수 밖에, 아카네에게는 다른 도피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심함에 떠는 나나세에게, 아사쿠라는 타이르듯 말했다.



"지금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애정과 충분한 휴식이야. 위로해 주는게 좋아. 겨우, 재회했으니까. ……그럼, 난 이만 가보겠어. 이래보여도 바쁘니까말이지."



그렇게 아사쿠라는 조만간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는 떠났다.



――그리고 재회하고나서 며칠 뒤. 딸――아카네는 조금씩 지금까지의 일을 나나세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죽어가려 할 때, 신과 계약을 맺어 마법소녀가 된 것. 사쿠라 아카네는, 자신이 변신한 모습이라는 것.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후회와 마수에 대한 증오로 집을 뛰쳐나가 버린 것. 아버지――나나세에게 미움받는것이 두려워, 지금까지 계속 나서지 못했다고, 아카네는 울면서 말했다.



그런 딸의 가는 손을 잡으면서, 나나세는 강하게 결의한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이 아이를 지켜내겠다고.



부녀 상봉으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아카네는, 산기슭에 요양하러 온 청년을 만났다. 몸은 약했지만, 상냥하고 다정헀던 청년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쿠라의 둘도 없는 버팀목이 되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연결되어, 두 사람 사이에는 한 명의 여자아이――나나세에게는 유일한 손녀가 되는 존재가 태어났다.



――계속 이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했는데.



붕괴는, 병약했던 청년이 오랫동안 앓던 병의 악화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그 아내였던 아카네와, 당시에 여섯 살이었던 손녀――치도리의 초췌한 모습은, 너무나도 비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운다 해도 죽은 인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청년의 죽음으로부터 몇 달 뒤. 아직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녀에게, 나나세는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하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 지인에게 연락이 왔는데, 그녀석의 회사가 새로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은 지은 것 같아. 여기서 좀 먼 것 같은데, 괜찮다면 가 보지 않겠어?"



그런 나나세의 권유에, 모녀는 망설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헤아렸던 걸지도 모른다.



――나나세는, 이 선택을 지금도 깊이 후회하고 있다.



손을 잡고 미소지으며 나간 모녀――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렸으니까.




◆◆◆




『그 후, 치도리 군은 일시적으로 행방불명됐고, 아카네 군은 시체를 찾지 못했지만, 대화재로 죽은 것이 확실해. ――네가 있는 곳에, 일부러 야타가라스가 나타나서 그렇게 말 했겠지?』


"……아아. 야타가라스는, 마지막으로 전언을 남기고 갔다."



그렇게 말하며 나나세는, 10년 전에 눈앞에 강림한 신이 내뱉은 말을 떠올렸다.



【아카네는 유괴당한 딸을 되찾으러 화재의 발생원으로 향했다가, 주모자와 같이 죽었다. 네 손녀는 피난처에 있다. 마중나가는게 좋을것이다. ――그리고, 손녀와 함꼐 있는 아이말이다만, 가능하면 같이 돌봐주어라. ――허나,】



세발 달린 검은 까마귀는, 목을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선고했다.



"【깊이는 파고들려 하지 마라.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테니.】……야타가라스는, 그렇게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걸 거역하고 탐정을 고용해 츠구미의 신원을 조사했지만, 그다지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어. 정말 뭐하는 놈인거냐, 그녀석은."



나나세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씁쓸하게 그렇게 말했다.



――야타가라스의 연락을 받고, 피난소에서 재회한 가장 사랑하는 손녀는, 할아버지인 나나세도, 어머니에 대해서도 모두 잊어버렸다. 유일하게 기억했던 것은 자기 자신의 이름과, 가짜 남동생 뿐.



가짜 남동생――츠구미라고 밝힌 그 정체 모를 아이는, 처음부터 치도리의 남매였던 것처럼 행동하며, 당연한 듯 츠구미의 옆에 서 있었다.



……야타가라스에게는 그런 말을 들었지만, 당초 나나세 자신은 츠구미를 떠맡을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는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두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하면 한쪽이 울음을 터뜨려, 손댈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어, 나나세는 짜증을 내면서도 츠구미를 함께 떠맡기로 했다. ……치도리가 기뻐했던 것이 유일한 구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나세는, 치도리와 츠구미를 산기슭의 집이 아닌, 도시에 있는 별저로 받아들였다. 그 때 사방으로 손을 써서 치도리의 호적에 손을 대어, 억지로 피가 섞이지 않는 타인으로 다시 등록했다. 얼핏 보면 무의미해 보이는 그 행위에는, 확실히 의미가 있었다.



――만약, 만에 하나 사쿠라 아카네의 정체가 세상에 들통난다면, 그 아이의 일생은 엉망이 되고 만다. 나나세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나나세는, 이번에 치도리가 유괴당한 것은, 어딘가에서 사쿠라 아카네와 나나세 아카네의 정보가 누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다행이 유괴범은 대화재 때 죽은 것 같지만,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아사쿠라에게도 주의를 받았다.



그리고 나나세는 주위로부터 의심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관계만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두 사람을 멀리했다. 기본적인 돌봄은 가정부에게 맡기면서도, 두 사람이 어릴 때는 정기적으로 보러 가는 것이, 최근에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그것은 치도리가, 너무나도 딸――아카네와 많이 닮아졌기 때문이다. 아카네와 꼭 닮은 얼굴로 미소를 지을 때마다, 후회와 탄식이 가슴속을 도려낸다. 소중한데, 만나고 싶지 않다. 그 모순된 마음이, 나나세를 괴롭혔다.



하지만, 나나세의 고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이 남매로 오인하고 있다지만, 또래의 이성이 둘이서 산다――그 중 하나가 소중한 친손녀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같은 집에서 사는건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본래 예정대로였다면, 두 사람이 중학교에 올라가는 단계에서 입학한 전원이 기숙사로 들어가는 학교에 보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생각이었지만, 예상외로 치도리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나나세는 치도리의 간곡한 부탁에, 마지못해 두 사람의 생활을 계속하도록 허락했지만, 역시 그것도 지금와서 보면 실수였을 것이다.



어느 정도 방임한 결과, 치도리는 전이 능력자로서 정부에 둘러쌓였고, 츠구미는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가쿠레 사쿠라라는 가명을 써서 마법소녀 활동을 하고 있었다.



놀이공원에서의 사건 이후, 아사쿠라의 말을 듣고서야 이 사태를 안 나나세는 머리를 싸맸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이제와서 어떻게 할 수 없다.



『치도리 군은, 다행히 싸움의 재능은 없었어. 얻은 능력도 후방지원에 적합하잖아. 하지만, 츠구미 군――하가쿠레 사쿠라는 달라. 그 아이는 틀림없는 영웅의 그릇이야. 자칫하면 사쿠라 아카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몰라. ……넌 츠구미 군은 그렇게까지 신경쓰고 있지 않겠지만,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가 탄로나면 치도리 군의 주변도 시끄러워질테니까. 그것만큼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건 알고 있다."



――치도리의 평온한 삶을 위해서는, 이대로 입을 계속 다물고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일단 야타가라스에게 연락을 취해야겠지. ――『사쿠라 아카네』의 죽음을 위장한 것은 그 신이야. 어째서 놈이 침묵을 지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에게 말하기 전에 한마디 전해두는 것이 순리겠지."



딸――아카네를 수라의 길에 끌어들여, 그녀가 망가지기 전에 부모의 곁으로 돌려보낸 서투른 신.


아카네는, 걸핏하면 야타가라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었다. 그렇다면, 원망할 이유는 없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내가 발벗고 도와줄까. 뭐, 이래뵈도 나름대로 정부쪽 연줄은 쥐고 있으니까말야. 신기성의 인간과 이야기를 해 보겠어.』



"아아, 도움이 된다. ――정말, 늘 미안하군."



――30년 전부터, 아사쿠라에게 폐만 끼쳤다. 아사쿠라 또한 나나세와 마찬가지로 마수에게 아내를 잃었지만, 우울해하던 나나세에게, 질책하듯 위로의 말을 던지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 주었다. 딸이 발견된 후에는, 정기적으로 진단을 봐 주러, 일부러 산기슭까지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던 나나세에게, 스스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상냥한 친구에게, 나나세는 언제나 구원받고 있었다.



나나세가 아사쿠라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전화기 너머로 숨을 삼키는 기색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아사쿠라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나도 치도리 군이 걱정되서 그런거니까, 그럼 이만.』





◆◆◆





"――그래,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내게는 내 목적이 있으니까 말야."



전화를 끊은 아사쿠라는, 어두운 방안에서 가죽 의자에 깊숙이 걸터앉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영웅은 이제 필요 없어. ――이제부터는, 사람이 신을 다스리는 시대가 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아사쿠라는 책상 서랍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 사진에는, 밝게 웃는 소녀의 옆에,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아사쿠라가 찍혀 있었다.


아사쿠라는 살며시 사진 속 소녀를 쓰다듬으며, 잔잔하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얼마 남지 않았어. 사쿠라(沙昏) 군. 다시 만날 날이 기다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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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나온 사쿠라(沙昏)는 시카바네 사쿠라 梔尸 沙昏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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