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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100. 정당방위

by 린멜 2020. 3. 28.


100. 정당방위







유키타카가 말한 대로 겨우 다다른 츠구미는, 주변 골목길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러다 그 중 한 곳에서, 누군가가 다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여기가 맞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츠구미가 본 것은, 예상외의 광경이었다.


유키타카가 말한대로, 보기에도 질나쁜 남자 둘이,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 상황을 만든 것은, 온화해 보이는 금발 소년――아자레아였다.



한 남자는 등을 발로 강하게 밟혀있고, 다른 한 명은 팔이 비틀려져 무릎을 꿇고 있었으며, 둘 다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신음하는 듯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단순히 판단하면, 얽히긴 했지만 그대로 힘으로 해결했다, 라는 것일까. 유키타카가 야유한 대로, 이것이라면 도우러 올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개입해야 할지 조금 망설이다가, 이윽고 체념한 듯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를 눈치챈건지, 아자레아가 완만한 동작으로 발소리의 방향――츠구미를 바라본다.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자레아는 소리를 높였다.



"――어째서 나나세 군이 여기에?"



아자레아에게도, 츠구미와의 조우는 예상외의 일이었을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겸연쩍은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아―, 그러니까, 유키타카――아까 우연히 만난 반친구에게, 이 근처에서 아자레아가 이상한 녀석들에게 휘말렸다고 하길래 상황을 보러 왔는데……, 우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줄수 있어?"



츠구미가 억지로 그렇게 묻자, 아자레아는 난처한 듯 눈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시비조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처음에는 무시했습니다만, 갑자기 화를 내며 붙잡기에 구속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자레아는 도망가려고 몸부림치는 남자의 손을 강하게 조였다. 그 가차없음에, 츠구미는 엉겁결에 마른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아자레아는, 츠구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과격한 성질인 듯 하다.



"……그렇구나. 상황은 이해했어."



츠구미는 짓눌려 있는 남자들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시선을 맞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음, 눈에 띄는 부상은 없는 것 같네요. ――여러분도, 참견을 하려면 상대를 고르는 눈을 키우는게 좋을 것 같네요. 이녀석, 보는 대로니까. 일을 크게 벌리지 않는게 서로를 위한 것 같은데요."



섣불리 떠들다간 귀찮아질것이다, 언외로 위협하면서, 츠구미는 남자들에게 그렇게 고했다. 외국인과 관련된 사건은,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귀찮은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더구나 아자레아의 말을 믿는다면, 먼저 손을 댄 쪽은 그들이다. 게다가 그들도 보아하니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으니, 서로 이쯤에서 끝을 내는게 무난할 것이다.


아자레아에게 잡혀있는 남자도 같은 생각에 이르렀는지, 씁쓸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츠구미의 제안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츠구미가 아자레아에게 손을 놓으라고 재촉하자, 남자는 느릿느릿 일어섰다. 그리고 남자는 크게 혀를 차고는, 땅에 짓눌려 있던 다른 남자를 부축해, 츠구미들을 노려보며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어디 두고 보자는 듯이 말이다.


……그들에게 보복을 할 배짱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일단 아자레아의 보호자인 메부키에게 보고를 넣어두는 편이 좋겠지.



떠나가는 남자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츠구미는 안도한 듯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저녀석들처럼, 네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도 트집을 잡아오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래도 뭐 조금은 안심했어. 저정도로 되갚을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아자레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아자레아는 이상한 듯이 츠구미에게 물었다.



"……환멸하지 않나요?"


"하아? 뭘?"


"아뇨, 보통은 제 이런 면을 보고, 대개 거리를 두니까요."



그 아자레아의 말에, 츠구미는 입을 쩍 벌리고, 찬찬히 아자레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외견은 온화해 보이는 아자레아가, 아주 간단히 악한을 물리치고 있었다는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외견으로 사기를 치는 인간같은건, 츠구미의 반에는 잔뜩 있으니까.



"이 정도 일로 거리를 둔다면, 우리 반 애들과는 말도 못하게 될거야. 그녀석들 지금은 얌전하게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상한 녀석들 뿐이니까."



반의 과묵한 문학소녀가 치한을 한 손으로 비틀거나, 보기에는 야구소년인 남학생이 자작 AI를 여자친구라고 말하거나, 비정상적인 화제는 넘친다. 그에 비하면, 이 정도의 갭은 별거 아닌 것이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아자레아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뺨을 긁었다.



"아하하. 케이의 말대로, 그 반에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여있군요."


"그만큼 귀찮은 건 많지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아. ……그나저나, 아자레아는 오늘 혼자야? 같이 온 사람은?"



츠구미가 걱정스럽게 묻자, 아자레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메부키가 분들에게 억지를 부려서, 혼자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거리를 걸어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역시 실패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외국인은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침울한 듯이 그렇게 말한 아자레아에게, 츠구미는 가볍게 어꺠를 두드리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아까 그 녀석들은 너무 신경 쓰지 마. 뭐 어느정도는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 녀석들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으니까, 더 당당해져도 돼."



이 근처는 그다지 치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저런 녀석들은 일정수 있다. 마법소녀――여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된 탓인지, 사회에서 난동을 피우는 남성이 적지 않다.


저런식으로 썩을 정도라면 좀 더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츠구미는 생각하지만, 좀처럼 그렇게 간단하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요……"


"그래. ――그건 그렇고, 아자레아는 이제 어쩔거야? 역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오늘은 이제 혼자 행동하는 것은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아까 그 녀석들과 얼굴을 또 마주치면 귀찮고 말이지."


"실은 좀 더 둘러보고 싶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죠…… ――그러고 보니, 나나세 군은 누군가와 함께 있었나요?"



실망한 듯 어깨를 늘어뜨린 아자레아가, 츠구미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아, 나는 치도리――누나와 같이 쇼핑하러 왔어. 벌써 꽤나 기다리게 했으니까, 나도 슬슬 돌아가야지……"



츠구미가 시계를 보면서 그렇게 대답하자, 아자레아는 생각에 잠기듯 오른손을 입에 댔다. 그리고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나나세 군이 괜찮다면, 돌아가기 전에 치도리 씨를 만나도 될까요? 그녀에 대해서는 케이에게서 조금은 이야기를 들어서,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도리하고?"



아마도 메부키니까, 아자레아에게도 우수한 후배――치도리를 실컷 자랑했을 것이다. 아자레아에게 타의는 없을테고, 영화 상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조금 이야기하는 정도라면 치도리도 흔쾌히 어울려 줄 것이다.



――유일한 불안은 유키타카지만, 눈치 빠른 녀석이니까, 이 전개를 내다보고 일찌감치 자리를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없다.



"아아, 아마 괜찮을거야."


"정말인가요? ――기뻐요."



아자레아는 그렇게 말하고,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츠구미는 아자레아를 선도하듯 골목에서 나와, 치도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등을 관찰하듯 처다보면서, 아자레아는 작은 소리로 띄엄띄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나나세 군은, 이상한 사람이네요……"


"응? 무슨 말 했어?"



츠구미가 뒤돌아보며 아자레아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자레아는 고개를 저으며, 「아뇨, 아무것도」라고 대답했다.



――그들의 긴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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