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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98. 성직자의 독

by 린멜 2020. 3. 10.


98. 성직자의 독








외국에서 온 전입생――아자레아는 츠구미의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반에 익숙해졌다.


메부키를 닮은 상냥한 풍모에, 사람 좋은 소극적인 성격은, 어느 의미론 이 반에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교류가 없는 다른 평범한 반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박해한다거나 그런건 아니니, 특별히 대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을 위해 발이 넓은 치도리에게 이야기를 건네 뒀으니, 이대로 아자레아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금방 학교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츠구미가 가장 불안했던 유키타카의 행동이지만, 그 쪽은 의외로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직까지는, 츠구미가 아는 한 유키타카가 아자레아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본인의 말대로, 아자레아와는 상관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렇게 메부키에게 보고하자, 메부키는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메부키에게 있어서는 귀찮은 식객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조금은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역겨워. 신물이 난다. 어이, 어떻게 안되는거냐 저건."



햇볕이 내리쬐는 낮의 옥상에서, 드물게 학교에 나타난 벨이 그렇게 말하며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 날카로운 시선은, 안뜰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자레아를 향해 있다.



그런 벨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맞장구를 치듯 중얼거렸다.



"……아―, 뭐 벨 님에게는 그럴지도 모르겠네."



따로 본인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아자레아는 벨이 싫어하는 기독교인일지도 모른다. 식사 시에 십자를 긋는 동작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마 확정이겠지.


딱히 츠구미는 종교 자체에 대한 생각은 없지만, 여러가지로 인연이 있는 벨에게는, 말단 신도들조차 증오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벨이 싫어하는 마음은 알지만, 이에 관해서는 츠구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일개 학생인 츠구미가 같은 학생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벨도 그건 알고 있겠지만, 불평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겠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 벨 님은 기본적으로 학교에 오지 않으니,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걸……"



벨과 아자레아는 애초에 생활권이 달라, 둘이 접촉할 기회는 거의 없다. 애초에 아자레아――평범한 인간이 결계 밖에서 신을 지각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는 것 같으므로, 벨이 신경쓰지 않으면 그걸로 끝나는 이야기이다.



……뭐, 싫어하는 것일수록 신경이 쓰인다고 하니, 불평하는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칫, 빌어먹을 녀석. ――나는 이제 돌아간다.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저건 경계하도록. 놈의 신도 중에 변변한 놈은 없으니까 말이다."


"……응, 조심할게."



벨은 크게 혀를 차고, 공기에 녹아버리듯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얼마나 이 자리에 있기 싫었던 것일까. 벨이 종교를 싫어하는 것도 상당히 확고하다.



츠구미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옥상 펜스에 기대어 안뜰을 바라보았다. 아자레아는 여전히, 반 친구 몇명과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딱히 나쁜 놈으로는 보이진 않는데. 벨 님도 걱정이 많구나."



츠구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시선을 느꼈는지, 아자레아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반짝하고, 선명한 초록색 눈이 츠구미를 바라본다.



아자레아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츠구미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아자레아의 모습을 보고, 츠구미도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겸연쩍은 듯이 펜스에서 멀어졌다.


벨에게 사사건건 불평불만을 들어서 그런지, 조금이지만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역시 벨 님은 조금 자제하는게 좋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유키타카 녀석, 정말 철저히 그에게 다가가려 하질 않네. 평소같으면 웃으면서 참견할 만한 녀석인데."



――지금은 별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저렇게 보여도 유키타카라는 인간은, 적으로 판단한 자에게는 꽤나 공격적이다. 아자레아가 메부키의 친척인 이상, 유키타카가 호의적으로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 최근 유키타카는 무엇인가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늘 표표하던 유키타카 치곤, 보기 드문 행동이다.



츠구미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띄엄띄엄 중얼거리듯 말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






츠구미가 불안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한편, 안뜰에 있는 아자레아는 츠구미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가만히 츠구미가 있던 장소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나세 츠구미. 아자레아의 먼 친척인 메부키 케이가, 이 학교에서 가장 의지가 된다고 보증했던 인물.


아자레아 자신,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학교에 융화할 수 있었던 것은, 나나세의 조력도 컸다고 생각한다. 다소 투박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아자레아가 몸담았던 조직에 발호하는 간사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에 비하면, 이국에서의 학교 생활은 번거로울 것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우호적인 협력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난이도가 전혀 다른다.



나나세를 메부키가 사진으로 보여줘서 알게 됐을때는, 그 크루즈선에서 만난 소녀――하가쿠레 사쿠라와 닮은 것에 놀랐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하가쿠레 사쿠라의――그날 밤의 달을 몸에 두른 듯 한, 강렬한 기색은 잊을 수 없다. 조금 걱정되는 점은 있지만, 다른 사람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우선 이 나라에 녹아들어, 정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아자레아의 목적――신의 강림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먼 친척인 메부키 가는, 이 나라의 정부로부터 신뢰가 두터운 존재이다. 아자레아가 그 엄니를 감추고, 내숭을 떤다면, 메부키 가를 통해 정부의 내부 사정에 관여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교도를 허용해야 하는 굴욕따윈, 그것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 친척인 메부키에게서는 『아마리 유키타카를 조심해』라고 거듭 주의를 받았다. 그쪽이 그다지 아자레아에 관여해 오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아마리 유키타카라는 인간은 너무나도 싫은 기색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이쪽의 신경을 건드리는 듯한, 배덕과 악덕이 섞인 기색. 세상이 세상이었다면, 악마처럼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인간일 것이다.


나쁜 기색을 몸에 두른 인간은 이 세상에 일정수는 존재하지만, 그런 인간은 대개 터무니없는 악핵을 저지르고 있는 대죄인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저 학생인 아마리가 그런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반 친구에게 물어보니, 누구나 불쾌한 듯 아마리의 악랄함을 말했지만, 아자레아로서는 그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악당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성직자로서의 육감이 그녀석은 위험하다고 경종을 울린다. ……아마리에 대해서는, 다른 경로로 조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뭐야, 나나세 녀석 옥상에 있었나?"


"저 녀석, 이렇게 더운 날씨에 왜 일부러 그늘이 없는 곳에 가는거야…… 바보인가?"


"나나세는 꽤나 그런 점이 있으니까말야.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상하니까 이상한 녀석인 거라고. 그러니 아마리하고 태연한 얼굴로 함께 있을 수 있는 거겠지."



아자레아 옆에 있던 반 아이들이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나나세 군과 아마리 씨는 그렇게나 사이가 좋은가요?"



그렇게 아자레아가 묻자, 반 친구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뭐, 아무런 불만 없이 그녀석과 어울릴 수 있으니까, 사이는 좋겠지."


"아마리는 그 치도리 짱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 말이야. 정말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치도리 씨는, 분명 나나세 군의 누나였죠. ――정부에서 마법소녀로 일한다 했던가요?"



미소를 지으며 아자레아가 그렇게 말하자, 반 친구는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 그 건은 일단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 있어. 밖에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아. ……전에 조금 소동이 났었으니까."



――전에, 라고 하는 것은 아마 이전에 일어났다는 특수 마수――이레귤러 사건일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조금은 알아봤지만, 마수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이단의 신과 마수의 관계는, 아자레아에게 있어서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앞으로도 연구는 필요할 것이다.



"흐응. ――하지만, 치도리 씨와는 한번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네요. 나나세 군도 그럤지만, 굉장히 상냥한 사람인 것 같고."



그렇게 말하면서, 아자레아는 나나세 치도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검고 긴 아름다운 머리를 가진, 사랑스러운 소녀. ――그 주위에 감도는, 본 적이 있는 농밀한 밤의 달을 두른 듯한 기색.


아자레아는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지그시 손으로 누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꽤나 재미있는 사정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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