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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97. 양손에 꽃?

by 린멜 2020. 2. 25.


97. 양손에 꽃?







격전이 있고난 다음날, 잠에서 깬 츠구미는 정부에 보고하러 갔다. 그리고 이레귤러전에서의 이상이 없는지 연구실에서 진단을 받은 뒤, 정부 식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접수처에서 일일 정식과 팬케이크 세트를 주문하고, 빈 자리에 앉은 츠구미는, 한숨 돌리며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레귤러의 행동 이유. 부자연스러운 부활. 그리고 수수께끼의 화상을 입은 여성.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애당초, 이레귤러는 대체 무엇일까?



다양한 지식인에 의한 고찰의 결과, 이레귤러 마수는 일정 이상의 지혜와 악의를 가지고, 어떤 존재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



……신들의 협력만 있다면 조사는 더욱 진전될테지만, 현재 상태로는 그것도 어렵다. 순전히 손이 모자라는 것이다.


아마테라스는 결계나 마법소녀 시스템의 유지만으로 힘에 겹고, 추종하는 아마테라스의 종속신들도 그 보조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레귤러를 조사하는 일까지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 속하지 않는 신들 중에는, 이레귤러에 대해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 신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쪽으로부터의 정보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아마테라스가 관리하는 정원(일본)에는 다양한 신들이 방문했지만, 거기에 상하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아마테라스는 관리자이지, 그들 위에 설 생각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등하기 때문에, 다른 신들로부터 어떠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나름의 『대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가』의 내용에 따라,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파워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결계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절실한 이유도 있어, 신들의 정보는 단념하는 수 밖에 없다.


――신들이 도와주지 않는 것은 조금 야속한 것 같지만, 본래라면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애초에 마수는, 인간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신들의 도움은, 어디까지나 선의에 의한 것이 크다. 이거든 저거든 모든 것을 의지해 버리는 것은, 번지수가 틀리는데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마수의 문제는, 본래 인간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니까.



츠구미가 차를 마시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등뒤에서 힘차게 말을 걸어왔다.



"아, 하가쿠레 씨. 우연이네요! 지금부터 점심인가요?"


"네에. 아가츠마 씨도인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답하자, 아가츠마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츠구미의 앞에 식판을 놓고는,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그녀도 여기서 먹을 생각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어제는 재난이었지요. 갑자기 호출당하셨죠? 여신님의 제멋대로도 정도껏 했으면 좋겠어요!"



빙글빙글 능숙하게 파스타를 포크에 감으면서, 아가츠마는 그렇게 말했다.



"아아, 음. 그거 말인데요, 뭔가 이야기가 엇갈린 것 같아요."


"엇갈렸다고요?"


"네. 대책실 스탭이 이야기 해 주었는데, 이쓰쿠시마의 3여신은 【이번 적은 귀찮으니까, 힘이 있는 신과 계약한 마법소녀가 오는 것이 좋다】라는 신탁을 내리려 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신탁을 받은 신관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거겠죠. ……여신님들에게는 조금 죄송한 짓을 했어요."



……모처럼 선의로 충고를 해 줬는데, 벨의 그 행동은 싸움을 걸러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는 그 착각 덕에 츠구미는 목숨을 건졌지만, 그래도 결례를 한 것은 분명하다. 벨은 어쨌든, 츠구미는 나중에 제대로 이쓰쿠시마에 사과하러 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건 그렇다 해도, 마지막에 나온 여자는 뭐였을까요. 그것만 털색이 달랐고요. 하가쿠레 씨는 뭔지 아시나요?"


"아뇨, 딱히 아무것도. ……솔직히, 제가 묻고 싶을 정도에요."



츠구미는 그렇게 대답하고,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전투 내용 등을 보고하러 갔을 때도, 그 화상을 입은 여성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왔지만, 츠구미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 관해서는 대답할 길이 없다.



아가츠마는 그 대답에 납득이 가지 않았는지,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버무리는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응, 그런가요. 뭔가 알아낸 것이 있으면 제게도 가르쳐 주세요!"


"네. 그 땐 확실히 아가츠마 씨에게도 보고할게요."



츠구미는 그렇게 대답했고, 그 뒤는 특별한 화제는 없이 아가츠마와 헤어졌다. 아가츠마의 불온한 공기가 약간 마음에 걸렸지만, 아마도 『화상을 입은 여성』이란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겠지. 그렇게까지 화상을 입는 사태――그건, 대화재 정도 밖에 연상할 수 없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에 츠구미의 사정――대화재 건에 대한 정보공유 계약을 맺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대화재의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엊그제 일이지만, 단순한 입장으로 말하자면, 츠구미는 가해자의 입장에 가깝다. 완전한 피해자인 아가츠마에게 있어서는, 주범의 동생인 츠구미도 타기해야할 악과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자신이 기억이 없다고는 하지만, 가족이 그 대화재를 일으켰다는 사실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대화재로 죽은, 몇 천, 몇 만의 사람들. 츠구미가 평생을 평화를 위해 싸운다 해도, 그 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 화상을 입은 여성은, 그런 츠구미의 죄책감이 낳은 환영이었을지도 모른다.



팬케이크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츠구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뜻대로 되지 않네."






◆◆◆






파란의 이레귤러전으로부터 2주가 지나, 츠구미는 알아버린 사실에 침체되긴 했지만, 조금씩 평소의 상태를 되찾아 갔다.



결국, 기억이 없는 츠구미로서는 『네 누나는 대화재의 범인이야!』라는 말을 들어도, 현실감을 별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시카바네 사쿠라는, 어째서 그런 사건을 일으켰을까. 그것을 모르는 한, 츠구미는 대화재와 진정한 의미로 마주할 수 없다――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도망가는 것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츠구미에게는 이것이 고작이었다. 아무리 츠구미가 한탄한다 해도, 과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앞을 향하며 진실을 긍정적으로 추구하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반이 꽤나 시끄러운걸. 무슨 이벤트라도 있었나?



츠구미가 등교할 때부터, 교내에는 뭔가 들뜬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특히 츠구미가 소속된 반――F반은 그것이 현저했다.


자리에 앉은 츠구미는, 턱에 손을 얹고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는, 납득이 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예의 전입생이 오는게 오늘이었던가. ……어이 유키타카, 너무 귀찮게는 굴지 마."



시끌벅적 아직 보지 못한 전입생에 대해 떠들고 있는 반 친구들을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츠구미는 옆자리에 앉은 유키타카에게 그렇게 말했다.



"딱히 관심 없어. 그녀석의 친척이잖아? 제대로 된 놈은 아닐거라고."



유키타카는 수중의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망연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유키타카가 메부키의 무엇을 그렇게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그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메부키에게 부탁받은 이상, 츠구미에게는 전입생을 유키타카의 간섭에서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왜 넌 그렇게 메부키 선배에게 신랄한거야? 딱히 그 사람에게 무슨 짓을 당한건 아니잖아?"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유키타카는 고개를 들어 싫은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그런게 있어, 뼛속에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 그녀석을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츠구미 짱은 평생 알 수 없을걸."


"아니, 딱히 성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메부키는 상냥하고 잘 보살피는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강압적인 면도 있다. 츠구미는 어느쪽인가 하면 귀여움을 받는 편이지만, 그래도 자주 부려먹히는 일도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네 네 하고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역시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아서일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타카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기말야, 얼굴에 속는것도 어지간하는게 좋아. 그 타입은 웃으면서 사람을 부리는 주제에, 자못 그것이 선의인 것처럼 행동한다니까. 구역질이 나."


"……그거, 본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건 나만 그런가?"


"난 별로 상관없어. 그녀석과 달리 제대로 자각하고 있으니까 말야."



그런 이야기를 유키타카와 나누는 사이에, HR시간이 오고 말았다. 종소리와 함께, 긴장한 표정의 스즈네가 교실로 들어온다. 교탁에 선 스즈네가, 입을 열었다.



"음, 다들 아마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오늘부터 이 반에 전입생이 와요. 조금 특이한 점이 있는 아이지만, 친하게 지내 주세요."



그렇게 스즈네가 말하자, 몇몇 남학생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사전에 츠구미가 『메부키 선배를 닮은 귀여운 아이가 온다』고 말해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타산적인거에도 정도가 있지.



그에 비해, 여학생 쪽은 훨씬 냉정했다. 아니, 어느 쪽인가 하면 떠들고 있는 남학생들을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불온한 분위기로도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성진에게는 『메부키 선배의 친척이 온다』라고 확실히 전했다. 그녀들 역시, 메부키 선배와 친하게 지냈다. 그 친척에게 이상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츠구미는 그렇게 생가갛면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렉스 씨, 들어오세요."



스즈네가 그렇게 말하자,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금빛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반 친구들은 숨을 삼켰다.



그 메부키를 닮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인물은, 스즈네의 재촉을 받고 교탁 앞에 서서,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처음뵙겠습니다. 저(僕)의 이름은 아자레아 렉스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일본어는 할 수 있으므로, 사양하지 말고 말을 걸어주세요."



아자레아라고 자칭한 그 사람은, 확실히 메부키를 닮았다. 하지만 어느 한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메부키와 다른 점이 있다.



츠구미들과 같은 검은 교복을 입고, 치마가 아닌 검은 슬랙스를 입고 있는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귀여운 소녀』가 아니라――『예쁜 소년』이었던 것이다.



"저기저기 츠구미 짱."


"………………"


"츠구미 짱, 전에 전입생이 여자애라고 하지 않았었어?"



유키타카가 츠구미의 발꿈치를 쿡쿡 치며, 깔보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반 남자들에게서 엄청난 시선이 츠구미에게 향해졌다.



"……아니, 그치만 메부키 선배가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했으니까 틀림없이……응, 왠지 그, 미안."



그런 핑꼐를 대려다, 반 남자들이 『너, 좀있다, 옥상』이라고 화가 섞인 제스처를 보내자, 츠구미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메부키의 대사는 전입생이 여자라고 착각하게 하기 위한 유도였을 것이다. ……정말이지, 그 사람은 장난끼가 많아서 곤란하다.



그리고 조용히 불만을 터뜨리는 남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정통파 미소년에게 환호하는 여자들. 아무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기쁨이 클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타산적인 것은 남자도 여자도 다르지 않은듯 하다.



――그건그렇고, 그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메부키를 닮아서가 아니라, 직접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츠구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자레아를 바라보고 있자, 문득 시선이 교차했다. 아자레아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다.



따끔, 하고 벨과 계약한 증거가 있는 손가락이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렉스 군의 자리는 저기 세번째 줄의 맨 뒤――나나세 군의 옆에 앉아 주세요. 나나세 군, 손 들어볼래요?"


"아, 네."



느닷없이 이름을 불려, 오른손을 든다. 그리고 스즈네가 시키는 대로 츠구미의 옆에 앉은 아자레아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에 대해서는 케이 양에게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아, 나야말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 때, 츠구미가 등을 돌리고 있던 인물――유키타카가 어떤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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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젤리아를 아자레아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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