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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101. 사라지는 것

by 린멜 2020. 4. 3.


101. 사라지는 것






츠구미가 아자레아와 함께 치도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유키타카는 벌써 그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유키타카는 없,나. 기다리는 동안, 이상한 소리 듣지 않았어?"



주위를 둘러보며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치도리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마리 군은 그 뒤 바로 돌아갔으니까. ……저기, 츠구미. 혹시 뒤에 있는 애는."


"아아, 소개할게. 그가 메부키 선배가 말했던 친척, 아자레아 렉스. 치도리를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온거야."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비스듬히 뒤에 서 있던 아자레아의 손을 잡아당겨, 치도리의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앞에 선 아자레아는 호감이 가는 미소를 짓더니, 오른손을 내밀며 치도리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나세 치도리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실은, 당신에 대해서 케이에게 자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저기, 메부키 선배는 나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했어?"



치도리는 쭈뼛쭈뼛 아자레아의 손을 잡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되물었다. ……아마도, 메부키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 궁금한 것일 것이다.



――치도리가 마법소녀임은 학교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다지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메부키 선배니까 이야기를 하더라도 문제없는 일 이외에는 전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역시 걱정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불안감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자레아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치도리 씨는 외국 문학에 흥미가 있으셨죠? 만약 괜찮다면, 제가 가져온 책을 빌려드릴 수 있는데요."


"에, 정말로!?"



아자레아가 그렇게 말하자, 치도리는 얼굴을 빛내며, 기쁜 듯이 그렇게 물었다.



"네. 어떤 책을 좋아할지 모르니, 다음에 리스트를 가져오겠습니다.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이탈리아어라면 저도 나름대로 말할 수 있으니, 혹시 모르는 표현이 있다면 부담없이 물어봐주세요."


"와, 고마워! 어학 관계는 독학이라 모르는 것도 많았으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걸."



그렇게 말하며 싱글벙글하며 아자레아에게 말을 거는 치도리를 바라보면서,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소녀 건은 기우였지만, 이건 이거대로 복잡하다.


치도리가 순수히 기뻐하는 것은 흐뭇하지만, 자신이 뒤따라갈 수 없는 이야기로 분위기가 오르면, 조금 쓸쓸해진다.



치도리와 아자레아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옆에서, 츠구미는 가만히 시계를 응시했다.



――보려고 하는 영화의 상영시간까지, 30분 남았다. 이동이나 티켓을 사는 시간을 생각하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안, 치도리. 슬슬 시간이야."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치도리는 놀란 표정으로 시계를 응시했다.



"어라, 정말이네. ――오늘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렉스 군. 또 학교에서 말을 걸어도 될까?"


"네, 기꺼이. ――이 다음엔 어디 가시나요?"


"츠구미와 영화 보러 갈거야. 렉스 군은?"


"전 이대로 돌아갈까 합니다. 나나세 군에게도 폐를 끼치기도 했고……"



그렇게 어깨를 늘어뜨리는 아자레아를 보고, 치도리가 동정하는 듯 표정이 흐려지자, 츠구미는 문득 생각난 것을 말했다.



"――만약 아자레아가 괜찮다면, 이대로 같이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래?"


"에?"


"아니, 싫으면 안가도 되지만 말야. 보는건 연애영화인 것 같고."



갑작스러운 츠구미의 권유에 놀란 듯 눈을 깜빡이는 아자레아에게, 츠구미는 얼버무리듯 그렇게 말했다. 잘 생각해 보면,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 연애영화를 즐겨 볼 리 없다. 아자레아에게 권유하는 것도 민폐겠지.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아자레아는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을까요? ――후후. 실은 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아자레아를 보며, 츠구미는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그럼 슬슬 이동을――치도리? 왜 그래?"



츠구미가 치도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치도리는 동요한 바람에 시선을 헤메며, 가볍게 양 손 깍지를 끼고 엄지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치도리는 난처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신경 쓰지 마…… 남자하고 연애영화를 같이 보는건, 조금 부끄럽다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원래 나랑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뭘 이제와서."



츠구미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치도리는 정색한 듯 입을 열었다.



"그치만, 츠구미는 츠구미인걸. 아, 딱히 렉스 군이 싫은 건 아니니까!"



치도리가 당황한 듯 그렇게 말하자, 아자레아는 이상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두 사람은 사이가 좋네요. 부러워요."


"진짜, 렉스 군까지 그런 식으로 야유를 하다니."



그렇게 말하며 치도리가 삐졌다는 듯이 뺨을 부풀리고 있는 것을 보고, 츠구미는 작게 웃었다.



――요즘 왠지 침울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



츠구미 자신이, 사쿠라 누나 건으로 힘에 겨워 치도리를 별로 신경 쓰지 못했지만, 최근 치도리는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요즘은 웃고 있어도 어딘가 무리하는 듯한 분위기었지만, 지금의 치도리에게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같이 나온 보람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






걸어서 10분. 싸늘한 냉방 공기에 휩싸이면서, 츠구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역시 7월의 햇살은 몸에 해롭다.



표를 구입해, 무사히 자리를 확보한 그들은, 영화 포스터를 보며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치도리는 흘끗 시계를 확인하더니, 치도리 앞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있잖아, 츠구미.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아, 알았어. 그럼 난 그 사이에 적당히 마실 걸 사둘게."


"그래? 그럼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고, 치도리는 영화관 안쪽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치도리가 자리를 비운지, 벌써 15분. 츠구미는 시계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꽤 걸리는걸. 무슨 일이 있는건가?"



음료수를 사고, 츠구미와 아자레아 두 사람은 얌전히 치도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치도리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15분 가까이 경과했고, 몇 분 후면 영화의 상영이 시작되고 만다. 전화도 걸어봤지만, 전파 상태가 나쁜건지, 도무지 연결될 기미는 없다.



"미안, 아자레아. 여기서 기다려줄래? 난 잠깐 접수원에게 부탁해서, 안의 상황을 좀 보고 올게."



츠구미는 아자레아에게 그렇게 말하고, 접수대 여직원에게 「누나가 장시간 화장실에서 나오질 않아서, 상황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


……치도리가 이 일에 대해 들으면 부끄러워하고 화를 낼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직원과 함께 화장실 입구까지 가서, 츠구미는 입구 바로 앞에 멈춰섰다. 역시 이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



"그럼, 잠깐 보고 올게요. ……어라, 왜 이런게 여기에?"



츠구미가 여성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자, 길 한가운데 『출입금지』라고 그려진 작은 입간판이 놓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청소 중이었나요?"


"아뇨, 이 시간대는 청소하지 않는데……"



여직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간판을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그 순간, 길 저편에서 중학생쯤 되는 소녀가 다급한 모습으로 달려왔다.



"죄송해요!! 도와주세요!!"



소녀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앞에 있던 직원에게 떨면서 신음소리를 내며, 울먹이며 말을 꺼냈다.



"저기! 친구가 화장실에서 20분 정도 나오질 않아서! 쓰러진 줄 알고 걱정돼서, 저,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위에서 들여다 봤는데, 안에 아무도 없어서! 부서진 핸드폰과 하얀 상의만 떨어져 있을 뿐,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리오――제 친구는 어디로 가버린건가요!?"


"에, 저기, 진정하세요 손님!!"



그렇게 말하며 여직원이 소녀를 달래려 하지만, 흐느껴 울기만 할 뿐, 소녀는 좀처럼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던 츠구미는, 소녀가 외치던 말 속에 걸리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하얀, 상의?"



――오늘, 치도리는 흰 색 가디건을 입었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치도리. 떨어져있는 하얀 상의. 기묘한 일치에, 츠구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츠구미는 울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물었다.



"저기, 가르쳐 줘. 네 친구도, 흰 상의를 입고 있었어?"



갑자기 어깨를 잡혀 놀란 듯, 소녀는 눈을 부릅 떴다. 크게 뜬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소녀는 말문이 막혔음에도, 츠구미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 아뇨. 그 애는 검은 후드티를 입었으니까……"


"그렇구나, 고마워."



소녀의 말을 확인하자마자, 츠구미는 두 사람의 옆을 빠져나와 주저함도 없이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손님!? 기다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세면대를 지나쳐, 개인실이 줄지어 있는 장소에 발을 내디딘다. 그 중, 닫혀 있는 문이 하나 있었다.



츠구미는 초조해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실을 조종해 개인실의 잠긴 문을 풀었다. 천천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문을 연다.



――개인실 안에는, 소녀가 말한 대로 아무도 없었다.



"치도리, 어째서……"



츠구미는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떨어져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화면이 파괴되어, 물 속에 잠겨있는 2개의 핸드폰과, 붉은 얼룩이 점점이 묻어 있는 흰 상의――치도리가 입고 있던 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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